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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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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대 박찬주 법제처장] 이임사
  • 등록일 2003-03-03
  • 조회수7,265
  • 담당부서 처장실

존경하고 사랑하는 法制處 직원 여러분!

제가 법제처장으로 여러분을 대하며 생활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과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에 대한 환대를 바닥내지 말라'(Don't wear out your welcome.)라는 말이 있듯, 적절한 기간 일하고 적절한 때 여러분을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여러분이 저에게 베풀어 주신 환대에 대하여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여러분과 지낸 1년 6개월의 기간이 저의 앞날에 滋養分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法制處 직원 여러분!

그 동안 여러분과 자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제가 마음먹은 것만큼 많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 많지 않은 기회지만 그 기회를 통하여 여러분에게 여러분들이 법제처를 떠날 때를 대비하여 미래를 설계하도록 부탁하였습니다.
법제처를 떠나고 싶을 때는 과감하게 떠나도록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자신의 '브랜드'(brand)를 가꾸어야 한다면서 法制處에 반기를 들도록 회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길이 법제처의 外延을 확대하며, 나아가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분입니다.
그 길이 여러분을 이 자리에 있게 한 조물주, 국가, 민족, 부모 등에 대한 보답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St. Patrick 聖堂의 Monsignor Anthony Della Villa 목사가 한 "당신이라는 존재는 神이 당신에게 준 선물이다. 당신을 어떤 존재로 만드느냐는 당신이 神에게 주는 선물이다"라는 말을 끌어 들이고 싶습니다.
저는 떠나는 이 자리에서 유쾌하게 법제처에 반기를 드는 여러분들을 상상해 봅니다.

존경하는 法制處 직원 여러분!
떠나는 이 자리에서 한두 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먼저 改革에 대한 것입니다.
개혁은 모든 政權이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며칠전 출범한 '노무현 政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 각 후보 진영 사이에 제기되었던 理念論爭으로 인하여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직전 자신을 좌파로 인식하는 국민들의 의혹을 불신하기 위하여 '나는 左派가 아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만, 그만큼 '노무현 政府'가 내건 개혁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과거의 정권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정권을 여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개혁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고, 또 이야기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 철학자들이란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려고 한다.
Hegel이나 Marx는 사물의 진전과정에 대해 하나의 원인, 하나의 설명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하나의 ???론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공동의 목적을 가진 원인만이 아니고, 서로 무관계하기도 하고 서로 배척될 수도 있는 잡다한 원인들이 끼어 들고 있다.
설사 하나의 정치세력이 일정한 개혁목표를 세우고 정권을 출범시켰다 하더라도 집권기간 동안 새로 끼어든 잡다한 원인들이 개혁을 붙잡고 만다.
그로 인하여 투입해야 할 에너지는 엄청나게 분산되고 만다.
새로운 정부는 자신이 제시하고자 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動力 즉 엔진(engine)을 가동하고 투입해야 할 에너지를 다시 집중시키기 위해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새로운 방법을 국민들에게 보다 설득력있는 방법으로 다가가기 위하여 '改革'이라는 이름을 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변형된 '選擇과 集中'이라 할 수 있다.
저의 이러한 이야기는 Peter Drucker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Post-Capitalist Society)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에 대해 겁을 내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논리로 '노무현 정부'의 개혁을 지켜보자고 설득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또 하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組織의 딜레마'(the dilemma of organization)에 대한 것입니다.
'조직의 딜레마'란 "全體最適은 部分最適의 讓步 또는 特性 위에서 달성될 뿐이다."는 말로 이해됩니다.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의 진리체계'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나옵니다. 물론 이러한 예는 經營科學에 관한 책을 보면 모두 나오는 내용이지만 인용의 편리함 때문에 소개합니다.
* 어느 제조기업이 甲,乙, 丙, 丁의 네 지역으로부터 5만 단위, 8만 단위, 7만 단위, 14만 단위의 주문이 들어 왔다. 그 제조업체는 A, B, C 세곳에 물류센터(warehouse)를 두고 있는데 세 곳 물류센터의 송출가능한 제품의 양은 각 7만 단위, 9만 단위, 18만 단위이다. 문제는 세 물류센터로부터 주문지역으로의 운송에는 운송코스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기업으로서는 운송코스트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아니된다. 이러한 운송코스트를 위 각 지역의 주문물량과 송출물량과 함께 하나의 표로 나타내면 아래 표와 같다고 하자(코스트 단위 만원).
+-------+--------+--------+--------+-- -----+----------+
| | 甲 | 乙 | 丙 | 丁 | 공급능력 |
+-------+--------+--------+--------+--------+----------+
| A | 19 | 30 | 50 | 10 | 7 |
| B | 70 | 30 | 40 | 60 | 9 |
| C | 40 | 8 | 70 | 20 | 18 |
+-------+--------+-------+---------+--------+--------+
| 수요량 | 5 | 8 | 7 | 14 | 34 |
+--------+--------+-------+--------+--------+---------+
만일 그 기업이 운송코스트가 가장 적은 지역의 물류센터에 주문물량을 우선 할당하는 방법을 취한다면 아래 그림과 같이 할당될 것이다.
+-------+-------+--------+--------+--------+---------+
| | 甲 | 乙 | 丙 | 丁 | 공급능력|
+-------+-------+--------+--------+--------+--------+
| A | | | | 7 | 7 |
| B | 2 | | 7 | | 9 |
| C | 3 | 8 | | 7 | 18 |
+--------+--------+-------+--------+--------+--------+
| 수요량 | 5 | 8 | 7 | 14 | 34 |
+--------+--------+--------+--------+--------+--------+
이 때의 총 운송코스트는 아래와 같이 814만원이 된다.
7×10+2×70+7×40+3×40+8×8+7×20=814만원
총 운송코스트를 절감하기 위한 방법은 위에서 보인 방법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명백한 것은 위에서 보인 방법은 최악의 할당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철 교수가 들고 있는 최적의 할당은 아래 표와 같은데, 이 방법에 의하면 총 운송코스트는 아래와 같이 743만원이 됩니다.
5×19+2×10+2×30+7×40+6×8+12×20=743만원
??의 경우보다 무려 71만원이나 적다.
+------+-----+------+-----+-----+-----------+
| | 甲 | 乙 | 丙 | 丁 | 공급능력 |
+-------+-----+-----+-----+-----+-------+
| A | 5 | | | 2 | 7 |
| B | | 2 | 7 | | 9 |
| C | | 6 | | 12 | 18 |
+-------+-----+-----+-----+-----+--------+
| 수요량 | 5 | 8 | 7 | 14 | 34 |
+-------+-----+-----+-----+-----+--------+
위 표를 보면 각 물류센터의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운송코스트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이와 같이 부분으로서는 최악의 상태가 조직 전체로서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은 功利主義의 motto인 '最大多數의 最大幸福'(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의 근본을 흔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多數와 少數의 이익을 어떻게 조정하여야 하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法制處가 크다면 큰 기관이고 작다면 작은 기관입니다만 항상 이와 같이 多數의 幸福이 少數의 幸福과 배치되는 경우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염두에 두시기를 부탁드립니다.

法制處 직원 여러분!
저는 이제 떠나갑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부탁드린다면 저는 정치인으로 이 문을 들어섰기 때문에 떠나면 다시 정치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저의 정치적인 꿈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꿈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치인이란 항상 뒤에서 받쳐 주는 따뜻한 정신적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직원 여러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로 하는 경우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 때를 기대하면서 이 자리를 떠납니다.
It's never too late to be who you might have been.*
감사합니다.

2003. 3. 2.
법제처장 박찬주

* George Eliot(1819-1880)의 말입니다.
적당한 번역은 아니나, "당신이 될 수 있었으리라 보여지는 인물이 되는데 있어서는 너무 늦은 법은 없다", 즉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한 반드시 이루어 진다"는 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