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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대 이석연 법제처장] 일본 나고야대학교 초청 강연_헌법정신과 한국의 법치주의
  • 등록일 2009-07-17
  • 조회수7,286
  • 담당부서 처장실

나고야대학교 초청 강연

(2009. 7. 9. 16:00 ∼ 17:30)




헌법정신과 한국의 법치주의

- 附, 한국정부의 국민불편법령 개폐 현황과 방향










2009. 7. 9.










법제처장 이 석 연

 

 

 

1. 한국 헌법의 기본이념과 통일, 개혁정책의 방향


  (1) 대한민국 헌법(이하 ‘헌법’이라고만 함)은 정치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질서의 두 축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법치주의 내지 적법절차를 그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헌법이 이러한 이념과 수단에 의해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질서는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구현 및 행복추구권의 보장이다. 헌법이 기본으로 하고 있는 이들 제도는 지금까지 인류가 모색해 온 정치, 경제, 사회체제에 관한 최선의 제도로서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 헌법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체제의 지향점이자 헌법개정의 한계이다. 이 점은 헌법이 국가 목표로서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한 것이어야 함을 천명(헌법 제4조)하고 있는 데에도 나타나고 있다.


  (2) 이처럼 통일 후의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체제는 법치주의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질서가 되어야 함이 헌법의 정신이라는 점에서 이에 반하는 통일정책이나 주장은 그 자체가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거스르는 시대역행적인 것이라 하겠다. 통일이 자유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자유민주주의가 통일의 희생물이 될 수는 없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의 확고한 의지이다.


  (3) 앞서 본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국가의 경제·사회정책의 방향은 어느 정권을 불문하고 국민의 구체적 삶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게 하는 실용주의적 개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개혁은 이념과잉이나 거시담론의 장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본적 가치(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폭넓은 참여(참여의 기회균등)와 사회적 연대를 통하여 점진적으로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 이명박 정부의 개혁정책 역시 이와 같은 헌법적 기조 하에 운영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정권(권력)이 특정집단이나 특정정파에 의하여 독점 행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의 기회균등에 바탕을 둔 국민적 합의만이 헌법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민주개혁과 사회통합을 이루는 길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시민들이 그 이념과 가치관을 떠나서 합의할 수 있는 기본텍스트는 헌법이다. 따라서 헌법은 국민통합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2. 헌법합치적 경제·사회정책의 방향


  (1) 시장경제적 법치주의의 중요성


  ① 시장경제는 신뢰와 예측가능성 없이 성공할 수 없고 그 밑받침이 되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질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의 준수이다.

헌법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담은 일반적 행동자유권, 직업의 자유 등 경제적 영역의 기본권의 보장을 전제로 하여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자본주의에 입각한 자유시장 경제질서가 대한민국 경제질서 내지 경제정책의 기본이념 내지 방향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헌법은 국가가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거나 경영을 통제하려면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하여 반드시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여(헌법 제126조) 시장경제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시장경제적 법치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② 다만, 헌법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정의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국가의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허용하는 수정자본주의 내지 사회적 시장경제원리를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19조 제2항). 다만,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한 경제에 관한 국가의 각종 제도와 정책은 사유재산권 보장, 기업활동의 자유, 계약의 자유 등 자유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치국가적 원리에 따른 최소한에 그쳐야 함은 헌법의 체계구조상 명백하다.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이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일관하여 판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제하에 ‘독과점방지’와 ‘중소기업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의 달성도 궁극적으로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확립을 통하여 달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2) 헌법합치적 사회·복지정책의 방향


  ① 헌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근로의 권리와 최저임금제의 보장, 근로자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노동3권, 여자와 연소자의 근로보호 등의 사회적 기본권 내지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을 통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국가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국가 원리는 국민 스스로의 자율적인 생활설계에 의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이 실현가능하도록 사회구조의 골격적인 테두리를 형성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헌법이 상정하는 사회복지국가의 이념은 생활관계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여 국민생활의 상향적 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은 절대적, 산술적 의미의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이다. 즉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함으로써 달성되는 배분적 정의에 입각하고 있다.


평등은 언제나 자유를 전제로 할 때에만 그 의미가 있다. 즉 ‘자유 속의 평등’이어야지 ‘자유 대신에 평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헌법은 ‘자유 대신에 평등’이 아닌 ‘자유 속의 평등’을 추구한다.


  ② 경제적 영역에서 평등주의를 강요하게 되면 시장경제는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절대평등을 추구하지만 차별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는 민주화대상이 아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기회의 균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지만 결과의 불평등은 불가피하다. 경쟁의 결과 뒤쳐진 계층을 끌어 올려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니다(William Douglas)"라는 표현대로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기본권의 내실화 내지 실질화가 요구된다.]  따라서 정부의 평등 내지 분배정책의 기본은 큰 나무를 쳐서 작은 나무의 키에 맞추는 하향 평준화식 되어서는 아니 된다. 작은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상향조정식 이어야 한다. 잘나가는 사람이나 중산층을 깎아내려 다수 국민의 배아픔을 해소하겠다는 정치적 접근은 경제를 망치고 결국 사회의 희망을 잃게 한다.


  ③ 경제성장에 의해 생산된 것만이 분배될 수 있다. ‘성장’은 다른 것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여러 목표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필수목표이다. 이처럼 ‘성장’과 ‘분배’는 선택개념이 아니라 선후(先後) 개념이다.


성장과 분배가 선후관계냐, 선택관계냐에 대한 헌법에 명문의 근거는 물론 없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자유시장 경제질서가 헌법의 기본원리이고 국가의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은 예외적인 보충원리라는 점, 헌법상 사회국가원리가 국민 스스로의 자율적인 생활설계에 의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이 실현가능하도록 사회구조의 골격적인 테두리를 형성해 주는데 있다는 점, 그리고 자유와 평등에 관한 헌법의 태도, 특히 평등에 관한 상대적 평등설의 입장 등을 고려할 때 헌법은 성장과 분배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선후개념에 입각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개념을 도외시하거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한 여건 보장을 소홀히 한 채 복지와 분배위주의 사회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서 자칫 무책임한 인기영합정책 내지 정치적 구호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고자 한다.


  ④ 결론적으로, 국민 개개인과 기업에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경제정책이야 말로 최선의 사회복지 정책임과 동시에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헌법의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다.


3. 헌법재판을 통해서 본 한국 법치주의 현황


  (1) 한국법치주의의 현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법치주의의 실현수단으로 인식되는 헌법재판의 활성화이다.


1987년 헌법개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설립되고 그 관장사항으로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헌법소원심판의 5개 유형의 헌법재판이 도입되었다. 이후 20여년간 17,000여건(2009년 6월말 현재)의 헌법재판사건이 청구되고 이중 800여건이 위헌결정(헌법불합치 및 한정위헌, 한정합헌 등의 변형결정 포함) 및 인용결정됨으로써 국민의 의식 속에 헌법재판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면서 ‘헌법에의 의지’(Wille Zur Verfassung)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현행 헌법에 처음 도입된 헌법소원심판은 전체 헌법재판사건의 95% 가량을 점하면서 헌법규범의 생활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헌법재판은 그 헌법적 기능(헌법보호기능, 헌법의 유권적 해석기능, 기능적 권력통제기능, 기본권 보호기능, 사회 안정 및 정치적 평화보장기능)을 다하면서 헌법의 적(敵)으로부터 헌법의 규범적 효력을 지켜 헌법이 수렴한 공감적 가치에 입각한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헌법재판을 빼고 한국의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헌법재판의 위상이 확고해졌다고 하겠다.


  (2) 나는 헌법재판소 출범 직후인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였으며, 이후 1994년부터 작년(2008. 3.) 법제처장 취임 전까지 14년 동안 변호사로서 헌법소송을 전담하면서 위헌적인 법령과 제도의 개선에 주력해 왔다. 때로는 내 자신이 직접 청구인이 되거나 아니면 위헌법령의 개폐를 목적으로 한 기획소송을 청구하는 등으로 헌법재판(주로 헌법소원)을 제기(약 200여건)하여 그 중 상당수(약 30여건) 위헌결정을 받아냄으로써 공익소송으로서의 헌법재판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였다.


내가 공익소송의 일환으로 헌법재판을 청구하여 위헌결정을 받았거나 또는 헌법소원 등이 제기됨으로써 해당 법령과 제도의 개폐가 이루어진 중요한 실례를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①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심화되도록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한 법률(공직선거법)에 대한 위헌결정(1996년)


    ② 부모 사망시 자식 등이 모르는 빚을 갚도록 강제하고 있는 민법 상속법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1998년)


    ③ 결혼식장 등에서 축하객들에게 음식물 등 접대를 처벌하는 법률(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1999년)


    ④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임기 중 국회의원 출마를 금지하는 법률(공직선거법)에 대한 위헌결정(2000년)


    ⑤ 공무원 등의 채용시험 때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법률(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1999년)


    ⑥ 해외거주 동포를 지역에 따라 차별대우하고 있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위헌결정(2002년)


   ⑦ 형사처벌을 받은 전직 대통령을 예우(재정적인 면)하는 법률(전직대통령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으로 해당 법률개정(1996년)


    ⑧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국회의원 등이 세비를 인상하고 보좌관을 늘리는 법령(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저지(1997년)


    ⑨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과 그에 대한 위헌결정(취소결정)


    ⑩ 국민적 합의절차 없이 수도(首都)를 이전하는 법률(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결정(2004년) 등


오늘 이 자리에서는 당시 집권당의 기본정책의 큰 흐름을 바꾸고 한국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를 국내외에 각인시켜준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수도이전법’ 이라고 함)의 위헌결정의 법리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3) 관습헌법과 수도이전의 위헌성


    ① 2003년 말 당시 집권당은 대한민국의 수도를 서울에서 남쪽지방(충청도)으로 옮기는 수도이전법을 제정하고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도이전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나는 2004년 7월 각계각층의 국민 168명을 청구인으로 하여 위 법률의 위헌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주된 청구이유는 관습헌법 위반으로 인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등의 기본권 침해였다.  헌법재판소는 3개월의 심리 끝에 같은 해 10월 위 법률 전체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렸다.


    ② 위헌의 핵심논거

   - 헌법적 절차(국민투표)를 거치지 아니한 수도이전은 관습헌법 위반 -


     ⓐ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즉 조선시대 이래 600년간 전통적으로 존재하여 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 이와 같이,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 일부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수도이전법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의하여 개정하는 것이 된다. 


한편, 헌법 제130조에 의하면 헌법의 개정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하므로 국민은 헌법개정에 관하여 찬반투표를 통하여 그 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수도이전법은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헌법개정의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③ 수도이전법 위헌결정의 의의

     ⓐ 헌법적 관행(헌법관습법)과는 별개로 불문헌법으로서의 관습헌법의 존재 및 그 성립요건(계속성, 항상성, 명료성 및 국민적 합의)을 명확히 하였다.

     ⓑ 국민의 기본권을 관습헌법상으로 까지 확대함으로써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附, 한국정부의 국민불편법령 개폐 현황과 방향



1. 대한민국 법령 현황과 법제개혁의 필요성


  (1) 대한민국정부(이하 ‘정부’라고만 함) 수립 후 60년이 된 현재 많은 법령이 제정되었고, 법령의 숫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9년 6월말 현재 법률과 하위법령만 4,336건(법률 1,229건, 대통령령 1,659건, 총리령·부령 1,448건)이나 되고, 훈령, 예규, 고시 등 각 기관 내부 규정도 8,548건에 달한다.


지난 60여 년간 정부는 급변하는 정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법령을 만드는 데에 주력했는데, 대부분의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는 그 당시의 상황에 맞고 국민과 기업을 위한다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서 당초의 취지와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법령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2) 그동안 법령개선 작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종합적인 추진 노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개선 의견에 대해 추진 여부 자체가 사실상 개폐대상 법령에 의해서 그 권한을 행사하는 소관 부처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정부입법의 총괄조정기관으로서 법제 관련 전문 능력과 중립성·독립성을 갖춘 법제처가 법령개폐작업의 중심에 나서게 되었다. 즉, 현행 법령 중에는 공익상의 필요성을 과다하게 평가하여 불필요하게 강한 규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관 부처가 규제에 매몰되어 국민 눈높이가 아닌 공무원의 정책적 편의만 고려하지 않았는지 중립적인 견지에서 잘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2. 최근 법제처가 주도하는 새로운 법령개폐 방식과 현황


  (1) 법제처에서는 일반 국민이나 기업 등 법령 수요자가 실제 현장에서 불편을 느끼있는 사항을 중심으로 개선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작년(2008년) 3월 법제처에 ‘국불편법령 개폐센터’를 개설했다. 또한, 5월에는 각계의 폭넓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입법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켜 각 부처에서 소극적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사항을 중심으로 활기차고 현실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즉,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령인 「법제업무운영규정」에 따라 법제처가 ‘정부의 법제업무를 전문적으로 관장’하도록 한 취지에 맞게 국민과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주는 법령에 대한 정비기준을 마련하여 소관부처에 통보하고, 정비를 추진·관리해 나가고 있다.


법제처가 개선안을 작성할 때에는 철저한 법적 검토와 현실적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구체적으로 조문화까지 해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법제 관련 총괄·조정·지원 기관으로서 개선 사항과 관련된 법령의 일괄 개정을 통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2) 이처럼 법제처는 새로운 법령개폐 추진체계를 구축한 후 모든 법령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해왔으며, 특히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기업 및 영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사항 및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맞지 않는 사항으로서 파급효과와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우선 개폐대상과제로 선정하였다.


    ① 먼저, 국민불편법령개폐센터가 문을 연 이후에 접수된 2,000여건의 개선의견을 검토하여 우선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본 114건(개폐 효과를 고려한 관련 법령 160여건)의 개폐대상 과제를 선정하여 국무회의(일본의 ‘각의’에 해당)에 보고한 후 개선을 추진하였다. 개폐대상 과제 중 ‘자전거 이용자에게 교통법규 위반 시 부과되던 운전면허벌점 폐지’, ‘음식점 등 서민 생계형 영업자에 대한 국민주택채권 매입의무제도 폐지’, ‘운전면허 미소지 운전자에 대한 범칙금 부과 폐지’ 등 81건의 법령은 정비 완료되었거나 정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고, ‘운전면허 취득절차 개선’, ‘세무조사기간 법령화’ 등 41건은 입법이 추진 중에 있다.


    ② 금년 들어,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서민들의 경제활동에 관련된 조세 경감, 행정비용 감면 등의 법령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불편법령 개폐의 방향을 사회의 취약계층, 즉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등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폭 전환하고 있다.


    ③ 한편, 사회적 비용을 줄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법령 환경 조성을 위해, 영업 정지·취소나 과징금과 같이 법령마다 있는 모든 행정제재 규정의 종합적인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대통령 주재 국가경쟁력강화위회에 보고하고 400여건의 법령을 법제처 주도로 하여 각 부처와 함께 정비하고 있다.


  (3) 또한, 법제처는 국민 실생활과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훈령·예규 등 행정부처가 자율적으로 발령하는 행정규칙을 추가적으로 손질하고 폐지하는 ‘행정규칙 일몰제’를 도입하였다. 이를 위해 대통령훈령인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을 2009년 4월 23일 발령하여 행정기관 내부적으로만 관리되던 훈령·예규 등 모든 행정규칙에 대해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존속 필요성 등을 재검토·조치하도록 하는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하였다. 이를 통해 법제처는 행정의 현실적합성과 합리성·투명성을 높이고 행정의 전 영역에 법치행정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2008. 12. 31. 기준으로 5년 동안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행정내부규정은 일괄 폐지한 후 필요 시 재발령하고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행정내부규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3년의 유효기간을 설정하는 등 각 부처와 협의하여 행정내부규정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3. 한국정부의 법치행정(법제개혁)의 방향


  (1) 헌법의 기본 정신을 구현하고 실용과 헌법정신이 조화되는 방향으로 추진


    ① 정부의 모든 행정과 정책에 적법절차와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민의 기본권 보장 등의 헌법적 가치가 구현되도록 함으로써, 무엇보다도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것이 법제업무 수행의 중요한 방향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강조하는 실용과 효율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질서, 시장경제적 법치주의 등 헌법적 가치의 토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용과 효율이 바로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국가비전인 ‘선진 일류국가’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이를 위해 모든 법령을 일단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우선 폐지나 규정삭제를 먼저 검토해 보고, 존치하는 경우에도 헌법상 비례 원칙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보충적으로 규정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헌법 제119조의 경제질서 기본이념에서 정한대로 예외적으로만 규제와 조정을 하면서 시장경제적 법치주의를 채택한 헌법의 취지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 만큼만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할 것이다.


국민과 기업에 대한 불신과 행정편의를 전제로 한 사전적 규제 방식인 인·허가 제도를 과감하게 개폐하여 가급적 자유롭게 영업이나 사업을 하고 사후적으로 문제되는 사항만을 금지·규제하는 네가티브(Negative) 규정 방식으로 과감하게 바꾸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국민을 도와준다면서 법률을 끌어들이려는 법률만능주의나 행정만능주의 풍토도 바로 잡아 나가도록 하겠다.


  (2) 생활과 밀착되고 국민생활에 현실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법령개선을 추진


  규제 개선의 수치적 실적이 아니라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게 느끼는 것과 기업·영업 활동의 현장에서 불편이나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중 파급효과가 크고, 체감도가 큰 것부터 하나씩 찾아내어 국민과 기업의 입장에서 확실히 고쳐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민 생활의 현장이나 기업 또는 영업 현장에 대한 직접 방문·인터뷰 등을 통해 중점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하나하나 발굴하고 관련 의견을 능동적으로 수렴해 나가는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입법과 관련된 모든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반(反) 헌법적, 반 규제개혁적 법령과 특히 국민불편 법령을 철저히 개선해서 국민과 기업이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입법 개혁을 실현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