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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유보와 행정유보
  • 구분법제논단(저자 : 조 정 찬(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
  • 등록일 2010-12-13
  • 조회수 19,078
  • 담당 부서 대변인실
1. 머릿글 행정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의 내용적 요소인 법률유보는 행정권의 발동에 법률의 수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전의 침해유보설은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불이익적 행정작용에만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다는 견해였으나 오늘날 전부유보설 내지 중요사항유보설이 등장하게 되어 급부행정이나 중요사항 또는 행정의 전 영역에까지 법률유보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입법권의 범위는 확장을 거듭하였지만 법률로부터 자유로운 행정활동의 영역은 침해유보설의 경우보다 현저히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몽테스키외 이래 국가구성원리로 확립되고 오늘날 헌법의 개념적 징표가 되고 있는 권력분립론과 관련하여 입법권과 행정권 및 사법권으로 국가권력을 나누고 이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는 방식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입법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법률유보론의 발전에 따라 행정권을 침식함과 아울러 사법권도 행정소송의 범위와 한계 문제와 관련하여 행정의 고유영역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의무이행소송과 무명항고소송의 확장을 가져와 역시 행정권이 침식을 받고 있다 이 명구, 행정의 유보, 고시연구, 1986년 3월호.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행정권이 입법권이나 사법권에 의하여 제약을 받지 않는 그 자신의 고유영역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찾으려는 움직임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가 바로 행정유보(Verwaltungsvorbehalt)이다. 행정유보는 독일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는데 1984년 독일공법학회 학술대회의 행정법 부문의 주제로 채택되어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행정유보를 가지고 학위논문을 쓴 사람은 송 동수의 “행정유보에 관한 연구-서독공법이론을 중심으로-”(1987년 단국대 석사학위논문)이 처음인 것 같다. 이 논문은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서독 본 대학 단기유학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여 석사학위 논문으로서 매우 수작을 만들어냈다.. 행정유보는 헌법상의 권력분립론과 실정헌법에서 행정부에 분배한 권한의 해석론과 관련하여 설명될 수 있는데 특히 오늘날 위기정부론이나 행정국가화 경향도 행정유보의 개념 대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최근에 대두된 권력융합론은 의회유보와 행정유보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현대행정의 복잡기술성과 전문성 등의 요구 및 국가정책결정에 있어서의 시의성 및 적절성의 요청, 그리고 이러한 정책결정에 정보가 미치는 중요성과 그러한 정보의 수집 분석채널 등을 생각할 때 행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기능과 법원의 사법기능의 영역까지를 포괄하여 그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행정입법의 중요성이라든지 독립규제위원회 형태의 행정조직이 대거 출현하여 준입법적 준사법적 기능까지를 담당한다든지 종전에 사법의 고유영역에 속하던 분야가 행정쟁송분야를 중심으로 행정의 사전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등의 문제는 19세기적인 입법 행정 사법의 개념을 재검토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국 후 아주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이라고 표현하는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이루어낸 모범적 국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신대통령제라고 하는 비입헌주의적 통치구조를 경험하기도 하였고 행정부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국가경영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민주화 과정에서 의회주의가 복원되고 국회는 과거에 잃었던 힘 건국 직후 이 승만 대통령이 국부로 지칭하며 행정부 주도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국회는 제헌헌법을 축조심의하여 다수의 수정을 이끌어내고 국무총리 임명동의 거부(이는 국무총리 서리제라는 기형적 제도운영을 낳았다), 입법권의 주도적 행사(이는 이 대통령이 행사한 수많은 법률안거부권에서 입증된다) 등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다. 을 회복하고자 노력하였는데 이는 국민들이 직선 대통령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수단으로서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상황을 조성하여 준데 힘입은 바 크다. 국회는 국정감사권을 부활하여 행정부의 국정운영상황을 정밀 감시하고 청문회를 통하여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하며 활발한 의원입법과 정부입법에 대한 심사권 강화에 덧붙여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대한 사후심사권까지 확보하여 입법의 주도권을 행사하였고 종전에 의례적인 절차로 여겼던 결산심사까지 철저를 기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또 한가지 종래 대법원은 사법자제설에 입각하여 국회와 행정부의 권한행사에 관여하는 것을 꺼려왔고 위헌법률심사에서도 역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여 헌법재판소가 생긴 후 헌법재판소는 규범통제권을 강화하여 위헌법률은 물론 간접적인 방법에 의하여 하위법령에 위임된 사항에 대하여서도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위헌법률심사는 법률의 제정에 관여한 국회나 정부 모두에 대한 통제로서 의회유보를 넘어서는 헌법 자체의 방어라는 의미를 가지며 하위법령에 대한 통제는 결국 국회가 행정부의 권한으로 넘겨준 사항에 대한 제3의 기관에 의한 통제라는 점에서 행정부의 권한에 대한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간의 경쟁이 극심해 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영의 주축을 이루는 국회와 행정부 간의 역할 조정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헌법이 지향하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도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재정적자에 시달려 정치적 불안정을 노정하는 일본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볼 때 국력의 뒷받침이 없는 기본권 보장은 자칫 공허한 것이 되기 쉽다는 우려를 낳는다. 특히 중국이라는 거대국가를 경쟁자로 두고 새로 재편되는 국제경제질서 속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등을 비롯한 수많은 국내정책과제를 안고 통일과 지속성장을 추진하여야 하는 우리나라는 그 어느 위기정부보다 중대한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굳이 위기정부론의 이론을 차용하지 않더라도 민주적 의사결정과 국민의 기본권 확충이라는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치권력에 대한 효율적인 권한배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행정은 정보화의 가속과 거시경제 내지 국제경제의 복잡한 역학구도, 원자력과 기후변화 등 과학적 지식을 요하는 정책결정의 증대, 정치외교분야의 고도화에 따라 정책 내지 행정에서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업무는 적시성을 생명으로 하기에 신속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반 상황에서 고전적인 권력분립론 내지 의회주권론이나 대의제의 테두리 안에 갇혀 통치구조를 논하거나 기본권 보장의 이론을 구성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행정과 사법의 관계에서도 현대적 상황에 부응하는 여러 가지 변화의 조짐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학구적 검토가 미흡하다고 본다. 즉 예를 들어 종전에 사법부에 전속된 민사재판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의료분쟁이라거나 원자력관련 손해배상사건이라거나 하다못해 간척지 관할결정에 관한 사항일 경우 행정부가 사전적으로 관여할 길을 열어 두고 사법부의 판단은 최종적인 것으로 확보하는 체제가 날로 늘어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입법과 행정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국한시키고자 한다. 의회유보와 행정유보는 기본권 보장과 국가경영을 위한 국가권력의 적정한 배분과 행사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개념으로서 의회민주주의의 이념과 국민주권의 행사방법과도 관련되지만 정부형태에 따라서도 그 의미를 달리하는 것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는 국회와 정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 유지가 권력분립의 핵심적 요소인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가정책결정을 주도하는 지위에 있지만 대통령 역시 국민이 직접 선출하기 때문에 국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국회와 대립할 수 있는 근거를 갖는다. 의회유보는 법률유보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지만 국회의 권한 중 예산심의의결권과 국정감사권 등 행정부 통제권은 국정의 모든 영역에서 행정부에 대한 간섭과 견제를 가능하게 하여 행정유보의 영역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반대로 행정부는 법률에 있어서도 법률안 제안권과 법률안 거부권 및 하위법령 제정권을 가지고 국회의 입법을 견제할 수 있으며 예산안에 대하여도 편성권과 증액동의권으로 국회를 견제할 수 있다. 따라서 의회유보와 행정유보는 국가권력의 행사에서 특정 분야를 독점한다는 의미로 새길 수는 없고 그 권한의 행사가 능동적인지 수동적인지 핵심적인지 보조적인지 등에 의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최근에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입법과정에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제 때에 처리되지 못하게 되자 하위법령의 개정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었고 그 과정에서 법률유보 내지 의회유보의 영역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실무상의 필요가 생겼다. 하위법령에 의한 국가정책결정은 위임입법의 한계와 통제 문제로서 최근에 헌법재판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어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개헌논의과정에서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자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 역시 입법의 주도권을 놓고 정부와 국회간의 역할 분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국회는 이미 국회법을 통하여 법제화한 하위법령 사후통제권과 함께 정부가 입법권의 행사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던 것을 저지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역시 의회유보와 행정유보의 논의와도 관련되는 사항이다. 이 글은 이러한 이론적 실무적인 문제들을 정리해 보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의회유보와 행정유보의 개념 및 의의 가. 의회유보의 개념 및 내용 의회유보란 일정한 요건 아래 이정한 규율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전속적 권한사항으로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의회유보와 법률유보는 다소 어의의 차이가 있다. 법률유보는 행정권이 어떤 분야에서 법률에 의한 수권이 필요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행정권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므로 법률에 의한 수권 내지 근거의 확보여부 만이 문제되고 그 규율형식은 문제삼지 않는다. 즉 법률 스스로 규율을 하든 법률의 위임에 의한 대통령령 등 하위 법규명령 내지 자치법규에 근거하든 간에 법률에 근거만 있으면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법률유보를 이렇게 해석할 경우 법률에서 행정권을 발동할 추상적 근거만 규정하고 실제 국민의 권리 의무에 보다 직접적인 세부사항은 모두 하위의 규범에 위임한다면 법치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 법률유보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이 강혁, 의회유보의 원칙, 월간고시, 1985년 1월호, 60면. 의회유보는 이러한 법률유보에 해당하는 것 중에서도 일정한 사항은 의회가 스스로 법률의 형식에 의하여 규율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위임입법이나 자치법규 자치법규에의 위임은 대통령령 등 하위행정명령에의 위임보다 포괄적인 위임이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인데 필자는 그러한 견해에 의문을 갖는다.에의 위임을 제한하는 원리인 것이다. 의회유보의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은 첫째, 의회가 행정권에 비하여 보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므로 의회는 국민의 권리 의무에 변동을 가져오는 사항에 대하여 스스로의 권한을 방기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둘째 법률이라는 형식이 갖는 공개성 여론환기기능에 비추어 의회가 법률로서 어떤 사항을 규율하게 되면 이를 통하여 국민참여적 국정감시적 기능과 여당 및 야당 등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며, 셋째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공정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고도의 조정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의회유보는 의회가 법률의 형식으로 스스로 정하고 행정권에 그 사항을 위임하여서는 안된다는 것, 즉 위임의 금지에 의하여 고양된 법률유보라는 것과 그 법률의 내용이 명확성을 갖는 실질적인 규율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권을 예로 들자면 법률의 적용대상, 관련되는 기본권의 성질, 기본권 침해의 태양 및 기본권 제한의 중대성 등에 착안하여 규율사항을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유보는 명시적인 위임에 근거한 위임명령이나 자치법규에 의한 규율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일반조항이나 재량규정 또는 불확정개념 등의 형식을 통한 은폐된 위임도 금지한다고 한다 고 영훈, 법률유보원칙의 이론과 실제, 판례월보, 제271호, 1993년 5월호, 12면. 법률의 내용은 행정에 의하여 시행 적용되고 법원에 의하여 통제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적 명확성을 가져야 한다. 나. 행정유보의 개념 및 내용 행정유보란 일반적으로 의회 및 법원에 의한 관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고유한 영역을 행정권에 유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유보가 인정되는 영역에서는 법률유보의 적용이 없기 때문에 행정유보는 의회유보의 한계를 의미한다. 행정유보는 전통적인 침해유보설과 전부유보설에서도 논의되지만 앞에서 언급한대로 침해유보설을 대체한 전부유보설과 이를 비판적으로 극복한 중요사항유보설에서 행정유보의 성립근거를 제공한다. 중요사항유보설이란 법률유보의 범위는 행정의 내용이나 기능, 국민의 법적 지위 및 이익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 개별적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로서 각 행정분야에서의 중요사항은 법률유보의 대상으로 하여 의회에 종속시키되 비중요사항은 행정권의 결정에 맡기는 것, 즉 행정유보의 대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며 독일에서 유력한 학설이다. 중요사항유보설은1976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교육법에 대한 판결 또는 1978년의 원자력법에 대한 판결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여기에 의하면 시민과 국가와의 관계(일반권력관계)에서든 학생과 학교와의 관계(특별권력관계)에서든 중요사항은 입법기관이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인데 바꾸어 말하면 비중요사항에 대하여는 행정권이 스스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요사항과 비중요사항의 구분임에도 그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중요사항을 의회가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의회유보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의회가 직접 규율할 의무가 있고 행정의 규율에 위임하여서는 안된다는 것 즉 위임의 금지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과거 침해유보설의 입장에서는 행정유보를 행정 고유한 절대적 권력에 의거하여 어떤 것이 행정권에 전속적으로 귀속되는가의 문제를 따진 반면 중요사항유보설에서는 의회측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의회 스스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고 따라서 그것은 행정에 위임하는 등 행정에 맡길 수 없는 사항인가를 따지는 것이어서 양자는 차이가 있다. 이는 또한 의회의 과중부담에 대한 우려와도 결부되어 있으며 의회가 질적 양적으로 유보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행정유보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법률유보 영역의 확대에 따른 법률의 홍수현상, 법률유보이론의 전개 및 법률개념의 공동화 현상과 관련하여 법률유보 내지 의회유보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도 있다. 법률유보 영역의 확대에 따른 법률의 홍수현상이란 법률의 과잉과 그에 따른 법률의 부지로 인한 법치국가 사상으로부터의 이탈, 의회의 부담과중 및 행정의 위태화를 초래하였다. 법률의 수가 너무 많으면 이들 법률을 모두 준수하기 어렵고 오히려 집행의 단계에서 법률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재량이 행정기관에 주어질 수 있다. 그리하여 법률의 홍수가 행정의 자유영역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정립작용에 있어서의 행정유보론은 전통적인 침해유보론에서 나올 수 있다. 즉 법률유보 외의 영역에서는 입법자에게 규율할 의무를 지우지 않기 때문에 법률이 공백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행정은 법률에 의한 수권이 없는 이상 스스로 입법을 할 수 없게 되고 그 부분에서 틈새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행정권에 의한 입법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의회입법에 요구되는 규율형식과 규율밀도, 즉 명확성의 요청을 충족시키다 보면 기본권 보장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급변하는 행정여건과 의회가 미처 간파하지 못한 특수상황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법률의 형식으로 명확히 규정하기 보다는 덜 명확하고 덜 세밀한 행정입법이 의회입법보다 덜 세밀하다는 것은 그냥 해 본 말이다. 오늘날 입법에 요구되는 현실성과 전문성 의 요청에 가장 잘 부합할 수 있는 것은 행정입법이다. 행정입법에 맡기는 것이 기본권 보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행정유보는 법률개념의 공동화 현상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오늘날 법률의 규율대상이 광범위하게 되면서 법률개념도 애매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법률 내지 법규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를 규율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은 행정의 적극적 기능으로 인하여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국가권력이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규제보다는 조장에 역점을 두는 경우가 생겨났는데 이는 전통적인 견해에 의하면 법률이나 법규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집행권력으로서의 행정이 근거하여야 할 어떤 표준이 필요하고 그것이 행정권이 정립하는 법규개념을 고안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유보를 인정하더라도 그 근거는 애매하다. 행정유보의 근거를 민주주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칙 내지 사회국가원리 등 헌법의 일반원칙에서 찾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진부한 설명이다. 오히려 행정유보의 근거는 위에서도 보았지만 행정의 객관성과 중립성, 그리고 전문성에서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행정은 정치적 집단인 의회와 달리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행정은 방대한 조직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도 상대적인 것일 뿐 행정도 대통령의 지휘 아래 있는 이상 정치적 요소에 좌우되는 면이 많고 전문성이라는 것도 국회의원들보다 낫다는 정도이지 관료집단의 능력을 과신하면 재앙이 초래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행정유보의 근거는 권력분립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은 국가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분립시키고 어느 한 국가권력은 다른 국가권력의 핵심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고 보며 그 범위에서 권한의 배타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영역이란 헌법이 보장하는 행정권의 존립과 그 기능 수행에 최소한도로 필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권은 법률이 아닌 헌법에 의하여 직접 창설되고 입법권과 함께 헌법제정권력에 의하여 설정된 권력이라는 점에서 행정권과 입법권은 대등하고 더구나 이들 권력간에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시켜 대등한 지위를 유지하게 하였다. 따라서 헌법에 의하여 정부에 배정된 행정권은 배타성을 갖는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이러한 점이 행정유보의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행정은 법률의 우위 원칙이 적용되고 법률에 의한 행정이어야 하며 의회는 행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하여 임의적 입법권한을 갖기 때문에 행정권이 배타적 권한을 갖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입법권이 규율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행정에 의한 규율을 승인함으로써 행정의 자주성을 존중해 준다는 정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의회의 관여권은 행정의 핵심영역에는 배제된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뵈켄푀르데는 예방적 법률의 유보금지, 헌법상의 권한, 행정의 핵심영역에는 의회의 관여권이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서 원우, 행정의 유보론의 문제점(상), 고시연구, 1986년 8월호, 47면. 행정유보론의 가장 확실한 근거는 헌법상의 개별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통령령제정권, 긴급명령 처분권. 총리령 부령 제정권 등이 있는데 이들 법규정립권은 법령의 집행에 필요한 사항의 입법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의회법률의 수권 없이도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규범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행명령은 그 개념도 애매하고 범위도 그리 넓지 않아 구차한 설명이며 긴급명령 처분권은 사후에 의회의 통제를 받기 전까지는 행정권의 독자적 판단에 의하여 행사될 수 있는 권한이다. 행정유보론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논의되지만 아직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학자는 없는 듯 하며 추상적 논의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3. 행정유보 개념의 연혁 이 부분은 송 동수, 위 석사학위논문(단국대학교 대학원, 1987년)의 10-19면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행정유보는 헌법상의 권력분립론을 그 이론적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절대왕정 시대에는 성립될 여지가 없다.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로서 이를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누고 각각 별개의 기관이 담당하게 한다는 권력분립론은 근대 입헌주의 헌법의 핵심요소가 되었고, 이어서 행정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의회주의 사상 및 행정은 의회가 제정하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기속하는 법률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한다는 법치주의 이념이 확립되었다. 법치주의는 오토 마이어에 의하여 형식적 법치주의 이론으로 체계화되었는데 그에 의하면 권력분립은 3권의 동등한 분립이 아니라 법률의 지배, 즉 행정에 대한 법률의 우위를 제1요소로 하고 법률 아래에서 단일권력으로 존재하는 행정권의 내용으로서 행정과 사법은 동등한 지위에서 병존한다는 것을 제2요소로 하는 것이라 하였으며 법률의 지배는 법률의 법규창조력, 법률의 우위, 법률의 유보를 3요소로 한다고 하였다. 이 시대에 행정유보의 개념은 E.Kaufmann에 의하여 처음 나타났는데 그는 헌법이란 특별히 중요한 기본적 사항을 헌법의 특별한 보장 아래 두는 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입법 행정 각각을 위하여 헌법상의 유보를 직접 규정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행정유보의 예로 외무행정, 군사행정, 장관의 임면을 포함한 고도의 정치행위, 훈장 등 영전수여, 은사제도 등을 들고 있다. 그가 행정유보로 거론한 것은 통치행위 차원의 헌법규정이었으며 법치행정의 내용으로 법률에 기속하는 행정과 법률로부터 자유로운 행정으로 나누었을 때 후자에 속하는 것을 그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법률유보 영역이 일정수준으로 확장된 후에 나타나는 오늘날의 행정유보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것으로서 입헌군주제의 영향을 받은 군주의 전통적 특권으로서의 특색을 지닌 것이었다. 바이마르 시대를 거쳐 나치 독일과 2차대전을 겪으면서 형식적 법치주의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바이마르 시대의 칼 슈미트는 사회적 다원성의 반영인 입법기관이 국가를 지배하는 19세기적 입법국가를 부정하고 중립적인 권력인 대통령과 그 관료집단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하는 행정국가이론을 제창하였다. 그리하여 불확정개념 내지 일반조항을 통한 행정관청의 광범위한 자유재량이 인정되고 법률의 기속을 받지 않는 위임입법이 나타났다. 이러한 이론적 토대위에 나치는 수권법을 제정하여 입헌주의를 형해화하고 말았던 것이다. 바이마르 시대에 행정유보의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R.Thoma를 들 수 있는데 그는 헌법 스스로가 입법의 제한을 두고 있는 경우 이를 법원 및 행정기관의 유보라고 부를 수 있다라고 하면서 행정기관의 유보를 대통령 및 정부에 배분되어 있는 권한으로 파악하였다. 2차대전 후 서독에서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표방하여 기본권의 보장과 위임입법의 한계 설정, 법률유보의 한게 설정, 헌법재판제도의 확립 등을 구현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법률유보이론도 과거의 침해유보설에서 훨씬 더 나아가 전부유보설이 대두되었으며 이와 함께 카우프만 이래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행정유보에 대하여서도 1965년 독일 공법학회에서 K.Vogel 교수를 시발로 재론되었다. 그는 행정유보의 근거로 행정의 객관성과 행정의 전문성을 들고 있다. 그는 행정의 객관성에 대하여 이익대표자가 행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행정의 전문성에 대하여서도 관료들의 전문성이 오히려 그 시야를 편협하게 만들 위험성이 있고 관료들의 업무수행을 헌법의 법치국가적 보장에 우선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여 행정유보는 불필요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배경 아래 1984년의 독일 공법학회에서도 행정유보론이 다루어지면서도 행정권은 입혀진 기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4. 의회유보의 구체적 범위와 적용 법률유보론과 관련하여 헌법상 의회와 행정부 간의 권한배분을 놓고 의회의 배타적인 권한, 의회의 양도가능한 권한, 행정권에 고유한 권한 등으로 구체화시키는 방안이 있다. 의회의 배타적인 권한에는 의회유보가, 의회의 양도가능한 권한에는 법규유보가 대응되며, 행정권의 고유한 권한은 법률의 유보와는 무관하다. 입법권과 행정권의 고유한 권한들은 단순한 법률의 유보(법규유보)에 의하여 서로 구분되며 고유한 의회권한 내에서 배타적인, 즉 양도불가능한 의회권한과 양도가능한 의회권한은 의회유보에 의하여 서로 구분된다고 한다 조 태제, 법률의 유보원칙-본질성이론에 근거한 의회유보를 중심으로-, 한양법학, 제1집, 2면. 이하 이 장의 서독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중심으로 하는 본질성이론의 내용설명도 이 논문을 요약 정리하였다.. 의회유보에 속하는 의회권한의 범위에 관하여는 서독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에서 확립된 본질성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본질성이론이란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주의 원리에 의하면 본질적인 결정은 입법자 스스로가 행하여야지 행정권에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하면 국가의 본질적인 결정은 의회가 형식적 법률로 규율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본질적인 결정은 의회법률의 유보, 즉 의회유보 아래 있음을 의미한다. 연방헌법재판소는 1958년 3월 5일의 매상세법에 관한 판결에서 “기본법 제80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은 생활영역의 질서에 결정적인 규정들은 입법자 스스로가 제정할 것을 강요한다”라고 하면서 “세금을 규정하면서 그 본질적인 것의 규정을 명령제정자에게 양도한 법률은 법치국가 원리에 반한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본질성이론의 시초라고 여긴다. 1972년 5월 9일의 “전문의” 결정에서 직업선택에 관한 규정은 입법자에게 적어도 기본적으로 유보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신분형성적 규범은 본질적인 것으로서 형식적 법률로 규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본질적인 결정은 입법자 스스로 행하여야 한다는 본질성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져 하나의 관용적 표현이 되었다. 그 후 본질성이론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보면 입학정원에 관한 판결, 성교육, 주6일제 수업 및 라틴어교육 등에 관한 판결 등이 있다. 성교육에 관한 판결에서는 처음으로 본질성 척도를 기본권 관련성과 결합시키고 있다. 즉 “어떠한 조치가 본질적인지는---우선 일반적으로는 기본권을 기준으로 한다. 이 경우에 기본권의 보호가 중요한 관점이 된다---.기본권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따라서 ‘본질적’이란 대개 ‘기본권의 실현을 위하여 본질적’임을 의미한다”라고 하였다. 기본권 관련성의 강도라는 징표도 의회유보의 영역판단 기준인데 전문의 결정에서는 침해의 강도를 척도로 삼았다. 성교육에 관한 결정에서는 기본권 관련성의 강도 문제는 명백히 나타나 있지 않았고, 학생의 진급과 퇴학에 관한 결정에서는 가장 단호한 것으로 판단되는 퇴학처분은 의회유보 아래 두고 훨씬 덜 단호한 불진급처분은 단순한 법규유보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리고 기본권 침해의 강도는 어떤 규율이나 그 규율에 근거한 집행행위에 규율되는 자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나 영향에 좌우된다는 점도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나타나 있다. 기본권 강도 기준은 행정권에 의하여 행정규칙으로도 규율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조치들은 법률유보의 타당영역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회법률과 법규명령간의 구획은 물론 법규명령과 행정규칙간의 구획이 지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의회유보의 인정근거의 하나로 어떤 결정이 일반적이고 정치적인 파괴력이 있는 또는 명백하고도 일반적인 중요성이 있는지가 기준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본질성의 의미를 정치적인 논쟁으로 이해하는 견해라든지 공동사회 전체의 이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견해도 같은 맥락이다. “라틴어교육” 결정에서 연방행정재판소는 전통적인 학교체제의 구조를 조직상 또는 내용상 본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교육 및 학교정책상의 근본결정들은 일반적인 중요성”이 있다는 관념을 도출해 냈다. 그러나 동 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의회유보를 단지 규범적이 규율에서만 승인하고 정치적 중요성이란 의회유보의 근거가 아니라 전통적인 법규유보의 근거가 될 뿐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치적 중요성이란 기준은 아직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단계에 놓여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원자력발전소(칼카르)” 결정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설치와 같은 국가사회 공동체 내에서 극단의 갈등요소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결정은 전적으로 입법자인 의회의 몫이며, 입법자는 침해라는 특징과는 무관하게 기본적인 규범영역에서, 특히 기본권 실현의 영역에서 국가 전체적인 규율의 필요성을 감안하여 모든 본질적인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문제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일단 기본권의 실현은 중요한 문제이나 그 나머지 것은 의회가 스스로 결정 할 수 밖에 없어 의회유보론으로 연결되나, 그 중요성의 정도를 정하기가 애매하다는 난점이 있다. 어쨋든 중요사항 유보론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모든 사항을 법률로써만 배타적으로 정하여야 하고, “보다 덜 중요한 사항”은 행정부에도 입법권이 위임될 수 있고, “중요하지 않은 사항”은 법률의 근거를 요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5. 행정유보의 범위와 평가 가. 핵심영역의 관점에서 보는 행정유보의 범위 및 평가 행정유보를 인정하는 학자들은 국가권력은 국민에 의하여 선거와 투표 및 입법 행정 사법의 개별적 기관을 통하여 행사된다는 독일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각 국가기관은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핵심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고 보며 그 한도에서 권한의 배타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본다 vgl, F.E.Schnapp, in : von Munch, Grundgesetz Kommentar, Bd.1, Art.20 Rn.34.. 행정의 핵심영역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어떤 학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정권이 존립하며 그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최소한도로 필요한 기능이라고 하면서 조직권, 업무처리권, 인사권을 들기도 한다 이 명구, 앞글, 고시연구, 1986년 3월호 68면. 조직권의 경우 설명을 보면 행정권은 헌법에 의하여 창설된 것으로서 법률에 의하여 창설되며 일일이 수권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 일정한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권은 법률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도 제96조에서 행정조직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조직권은 이를 행정유보의 영역으로 파악하더라도 행정권의 전속사항이 아니라 의회와의 공동관리사항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국회가 행정부에 말단 하부조직, 즉 과나 담당관까지 스스로 정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헌법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본다. 과거 정부조직법은 국 단위 이상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였는데 이것도 시대의 변화에 즉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재는 실·국의 설치까지 모두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일정 부분 행정유보의 영역이라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조직법은 적어도 국회가 임의로 개정을 하는 것은 관례상 피하여 왔다는 점도 법률 차원에서 조차 일정한 부분 행정유보의 영역으로 남겨 두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업무처리권에 관하여 본다면 헌법이 행정권을 행정부에 귀속시키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행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으로서 만일 행정이 엄격한 의미에서 법률의 집행에만 국한하여 작용한다면 행정의 실체는 행정에 관한 법률의 총계라는 의미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대행정은 국가의 다른 기능과 달리 영속적 편재적 항재적 국가기능을 갖는다고 한다. 그리고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항의 시행을 위하여서는 개별적인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지만 모든 행정에 일일이 법률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행정이란 헌법 및 법령에 정하여진 국가적 과제의 구체적 실현이라는 것으로서 행정 본래의 업무를 실현시키기 위하여서는 자주적 입법으로서 행정규칙의 제정권을 포함한 업무처리권을 갖게 된다고 하면서 이를 행정권의 핵심영역의 하나로 파악하는 것이다. 행정규칙과 법규명령의 상대성에 대하여는 이미 여러 각도에서 검토가 되었는데 법규명령이든 행정규칙이든 행정권에 의하여 법률의 위임에 의하여 법률을 보충하거나 구체화하는 것이라면 같은 범주에 놓아도 된다. 그 근저에는 의회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행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는 부득이 행정권이 스스로 이를 결정하도록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행정유보의 영역이라고 볼 것이고 이는 행정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행정영역의 핵심사항이 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인사권에 대하여 보면 행정이나 행정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은 공무원이고 공무원의 임용 승진 전근 파면 면직 등의 인사관리에 관한 권한은 행정권의 필수적인 요소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인사권도 조직권과 마찬가지로 행정의 전속사항은 아니고 의회와의 공동관리사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 제78조에서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라고 하여 국회가 법률로 인사권을 제약할 수 있음을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 자체에서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에 관하여 국회의 동의 등에 의한 제약을 받음을 나타내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행정부 소속 공무원의 임명은 국무총리 임명동의권이라든지 감사원장 임명동의권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로서 국무위원이나 중요 행정부 직위에 대하여 인사청문회를 국회에서 거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의 전속적인 임명권을 헌법의 예정범위를 벗어나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회가 갖는 권한은 적극적인 권한이 아니라 특정인의 임명을 저지하는 소극적 권한이라 할 수 있고 공무원 임명에서 적격자의 선정이라는 핵심적 요소는 행정부에서 전속적으로 행사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나. 위임입법의 견지에서 본 행정유보의 문제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입법기능이고 의회유보의 핵심도 바로 입법권의 전속적 행사가 요구되는 범위의 설정이다. 그리고 의회유보와 행정유보가 입법기능에서 논의될 때에는 결국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서만 정할 수 있는 사항과 행정부에 넘겨주어도 될 사항의 구분문제로서 이를 달리 말하면 위임입법의 범위 설정 문제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최초 권력분립을 주장한 자들은 입법권은 의회에 전속적으로 부여하기를 원하였다. 물론 대통령제에서는 정부가 법률안 거부권으로 의회입법을 저지하거나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협상을 통하여 의회입법을 자신의 의도대로 변질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의원내각제에서는 행정부가 법률안 제출권을 가지고 있고 또한 행정부를 구성하는 의회 다수파는 행정부의 의도대로 법률안을 제정하여 주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하였지만 형식적으로는 입법은 의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로 행정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증대하고 행정현상도 복잡성을 띠게 되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이를 규율하는 법규도 전문성을 나타내게 되었고 무엇보다 위기상황의 항구화와 행정의 속도 자체의 증가로 인하여 법적 규율은 신속성 적시성을 생명으로 하는 경향을 나타내게 되었는데 이러한 입법환경의 변화는 회의체 내지 합의제 형태를 갖는 의회의 구조에 비추어 보거나 방대한 행정조직을 운영하면서 법규를 실제 집행하는 과정에서 법규가 갖는 내재적 미비점을 찾아내는 위치에 놓인 행정의 속성에 비추어 입법정보가 행정부에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와 결국 입법에 있어서 행정부의 역할 증대를 가져왔던 것이다. 입법에서의 행정부의 역할 증대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조차 행정부가 중요 법률안의 입법을 주도하는 경향을 보임과 동시에 법률 자체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떼어 내어 행정부의 권한으로 나누어주는 위임입법의 증가를 가져왔던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의회유보란 의회가 자신에게 부여된 입법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을 말하고 행정유보란 입법기능에 관한 한 의회가 자신의 입법권을 행정부에 넘겨주는 것, 즉 위임입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의회는 본래의 의미의 입법기관이고 입법기능까지를 행정부에 제한없이 넘겨줄 경우 권력분립의 이론에 따른 국가권력의 남용방지의 취지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행정입법의 증대 필요성이 커질수록 반작용으로 의회입법의 본연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경주되어야 한다. 종전의 침해유보설에서 전부유보설로 반전을 이룬 것은 나치를 경험한 독일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행정국가화가 가속되는 현실에서 의회입법을 지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현재는 중요사항유보설로 절충을 이루어 입법에서도 의회와 행정부는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의회유보론은 이러한 중요사항유보설의 바탕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의회가 자신의 고유한 기능인 입법기능을 최소한으로라도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의회유보이론이라고 볼 때 의회유보론은 위임입법을 통제하는 이론적 틀이 되는 것이고 행정유보론 역시 위임입법의 허용한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무적으로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6. 의회유보 및 행정유보에 관한 몇 가지 실무적 문제 가. 의회유보와 조례에 대한 위임 헌법재판소의 92 헌마 264,279 결정과 대법원의 96 추 251 판결 및 2000 추 29 판결은 조례에는 위임조례와 자치조례가 있고 위임조례는 국가의 법규명령과 같이 법률의 구체적 위임이 필요한 반면 자치조례는 법령에 위반만 되지 않으면 되고, 다만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 소정의 조례는 자치조례라 하더라도 법률의 위임이 필요하지만 그 위임의 정도는 포괄적 위임으로 충분하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반면 헌법재판소의 98 헌바 70 결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대하여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작용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결정함으로써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이 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중요사항에 대한 의회유보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의회유보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98 헌바 70 결정이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 규정에 대한 포괄적 위임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92 헌마 264,279 결정과 대법원 96 추 251 판결과 충돌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 광윤, 의회유보와 조례에 대한 위임의 정도, http://blog.naver.com/fbi7564/60006107734. 왜냐하면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 의 주민의 권리 제한이 바로 헌법 제37조 소정의 국민의 권리 제한에 해당하고, 의회유보 원칙은 중요사항에 대하여는 세부적인 것까지도 법률로써 정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의회유보원칙은 권리의 제한에 대한 포괄적 위임원칙과는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조례는 행정입법의 범주에 속하지 아니하며 지방자치를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주민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는 국가의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주민의 권리 의무에 관한 사항까지도 규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조례의 경우 포괄 위임이 허용된다고 보는 헌법재판소 결정 등에 대하여는 조례도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정할 경우 다른 하위법령처럼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는 점은 같다 조정찬, 지방자치법제에 관한 뉴 패러다임, 월간 법제 2010년 4월호 참조. 나. 포괄위임 금지와 의회유보 내지 행정유보의 문제 오늘날 법률에서 모든 사항을 전속적으로 규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상당부분을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헌법 자체에서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처럼 헌법에서 행정부가 전권으로 법규를 제정하는(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이 권한은 궁극적으로 국회의 통제를 받기는 하지만) 행정입법 제정권을 부여한 경우 이는 일종의 행정유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법률에서 직접 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할 수 있는 사항 자체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논란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세법률주의나 죄형법정주의와 관련된 사항까지도 하위법령에 상당 부분이 위임되고 있는 실정이기에 이 점에서 의회유보의 개념은 공허한 것이 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행정부가 제정하는 하위법령에 일정한 사항을 위임할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라는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위임입법의 한계문제로서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기술자격법 제12조 제2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부분 위헌제청사건 2002. 6. 27. 2000헌가10 전원재판부에서 다음과 같이 위임입법의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권력분립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국회에 의하여 법률의 형식으로 결정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의회주의 내지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는 입법부가 그 입법의 권한을 행정부 내지 사법부에 위임하는 것을 금지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것이라 하여 모든 사항을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는 행정 영역이 복잡ㆍ다기하여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반면, 국회의 기술적ㆍ전문적 능력이나 시간적 적응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은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에 의하여 위임입법이 용인되는 한계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임입법의 위와 같은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각종 법률이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헌재 1995. 11. 30. 91 헌바 1 등, 판례집 7-2, 562, 591 ; 헌재 1999. 1. 28. 97 헌가 8, 판례집 11-1, 1, 8). 다만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 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00. 8. 31. 99 헌바 104, 판례집 12-2, 233, 241 ; 헌재 2001. 11. 29. 2000 헌바 23, 판례집 13-2, 606, 624). 헌법재판소의 구체적인 결정례들을 분석하면 헌법상의 원칙으로서 죄형법정주의와 조세법률주의와 결합하여 포괄위임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본 사례가 많으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포괄위임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포괄위임 금지에 관한 기준을 정립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고심한 것은 인정할만 하다. 독일에서도 앞에서 본 본질성이론에 입각한 의회유보론에 따라 위임입법의 한계를 설정하는 판례들이 정립되어 있음을 이미 살펴 보았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헌법재판소 등의 결정례나 판례만으로 포괄위임 금지의 기준을 확립하는데 어려움을 인정하고 입안심사기준으로서 이를 다루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법제연구원, 행정형벌법규, 조세, 준조세, 영업활동, 급부행정분야 등 행정관계 법령의 위임입법 심사기준 및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 위반법령 발굴과 정비방안 연구, 2010.8. 63면 이하 참조 우리나라도 포괄위임의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거론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보다 확실한 기준을 마련하여 운영하였어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는 독일의 경우와 달리 현행법령에 나타난 포괄위임의 문제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조망할 위치에 놓여 있지 아니하고 위헌문제가 제기된 사안을 중심으로 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그것은 위헌심판의 주된 요인이 법률의 내용보다는 대통령령의 내용에 불만을 갖는데서 비롯된 것이고 대통령령의 상위법 위반 문제는 우리 헌법에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대법원의 권한으로 배분하였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하위법령의 위임범위 일탈 문제를 다루는데 자유스럽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회는 바로 입법권의 행사과정에서 포괄위임을 직접 다루는 위치에 놓여 있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 나타난 기준은 현실적으로 위에서 살펴본 여러 가지 사례에 내재된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 일탈에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괄위임의 문제는 앞에서 누차 강조하였듯이 행정부가 갖는 전문성과 정보력의 문제로 파악된다고 할 수 있다. 국회가 아무리 세부적인 사항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더라도 그에 관한 세부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면 최적의 정책을 입안해 낼 수 없게 된다. 반면 행정부는 산하의 대규모 행정조직이 정책집행과정에서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대안의 모색에 확실히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행정부 내 자체 입법통제기능을 수행하는 법제처에서조차 종전에 사전심사를 실시하던 법규명령에서 규율하던 사항을 상당부분 사후적 심사의 대상으로 분류하여 통제의 강도가 낮은 행정규칙에서 다루도록 함으로써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통제를 스스로 포기할 정도라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에 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던 강선구조에 관한 규칙을 교통부장관이 정하도록 하여 행정규칙으로 위임한 사례 등 다수가 있다. 반면 법제처에서는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하여 관세법에서 재무부장관이 정하도록 하였던 사항을 최소한 부령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한 적도 있다. 이처럼 일관성이 결여된 업무처리방식을 보여준 것은 위임입법의 문제가 그만큼 미묘한 탓이며 조세법률주의 등에 관한 의회유보 적용에서 조차 확실한 기준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국회가 다수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체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각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행정부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게 한다. 국회가 가능한 범위에서 조직의 확충을 도모하고 행정부가 갖는 정보력을 입수 활용할 체제를 갖춘다면 위임입법에서의 제약요인도 현저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행정부에서도 고도의 기술적 전문적 사항에 대하여는 자신의 힘으로 대처할 수 없고 용역이나 관련 이해단체의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입법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이에 관한 행정부의 정보를 국회가 헌법과 국회법에 보장된 여러 수단에 의하여 수집 획득하는데 노력한다면 행정부 못지 않는 정책입안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중요 법률안을 개정하려면 정부는 몇 년 전에 용역예산을 편성하여 전문가들의 용역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예산심의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여 해당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다면 국회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입법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조직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령이 아닌 고시에 의하여 규율되는 문제는 오늘날 법령과 행정규칙의 역할이 상대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헌법에 규정된 죄형법정주의와 조세법률주의 그리고 기본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과 위임입법의 조화를 꾀하는 문제는 의회유보 이론을 통하여서라도 해결하여야 할 과제라고 할 것이다. 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제도(행정유보 영역에 대한 의회유보의 간섭) 우리 헌법은 법률을 구체화하고 보완하기 위하여 대통령령과 총리령 및 부령 등 행정입법제도를 규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통제수단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회에 의한 행정입법의 통제수단을 보면 먼저 간접적 통제로서 국회가 갖는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등 일반적 감시 비판권의 발동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간접적으로 위법 부당한 행정입법을 견제 교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의회는 법규명령과 내용상 저촉되는 법률을 제정하여 위법한 법규명령을 폐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국회가 행정입법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단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 이에 관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행정입법의 성립 발효에 대한 동의 또는 승인권을 유보하는 방법에 의한 통제를 들 수 있다. 일반적 방법은 동의권의 유보(Zustimmungsvorbehalt) 또는 의회에의 제출절차(laying process)인데, 영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여러 주, 독일 등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다. 박 윤흔. 최신 행정법강의 상. 2004년(개정29판) 235~239면 동의권의 유보는 독일 헌법 제80조(2006.8.28 최종개정)에 규정된 것이다. 동조는 "법규명령의 제한"이라는 제명 아래 규정을 두었다. 먼저 연방정부 연방장관 또는 주정부는 법률에 의하여 법규명령을 제정할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위임된 권한의 내용, 목적 및 범위는 법률에 규정되도록 하고, 법규명령에는 그 법적 근거가 명시되도록 하며, 위임된 권한의 재위임이 법률에 규정된 경우 그 재위임을 위하여는 법규명령이 필요하다는 점을 규정하였다. 이어서 동의권의 유보에 관하여 규정하였는데, 우편 및 전신시설의 이용에 관한 원칙과 요금, 연방철도시설 이용료의 부과원칙, 그리고 철도의 건설과 운영에 관한 연방정부 또는 연방장관의 법규명령은 연방법상의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연방상원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연방상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연방법률 또는 연방의 위임에 의하거나 고유사무로서 주가 집행할 연방법률을 근거로 하는 법규명령도 연방상원의 동의를 필요로 하며, 연방상원은 연방정부에 자신의 동의를 요하는 법규명령의 제정을 위한 법규명령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한 것이다. 의회에의 제출절차는 행정입법을 시행 전이나 시행 후 일정기간 내에 의회에 제출하게 하여 의회의 소극적 결의((negative resolution ; 행정입법은 완전히 효력을 발생하되, 일정한 기간 내에 행하는 취소의 결의를 말한다. 그 기간 내에 그러한 결의가 없으면 확정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적극적 결의(affirmative resolution : 일정한 기간 내에 행하는 동의의 결의를 말한다. 그 기간 내에 그러한 결의가 없으면 실효된다)에 의한 최종적인 확인권을 유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종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수단의 하나로 의회의 결의(양원의 결의 또는 상·하원 어느 하나의 결의)에 의하여 행정입법을 무효로 결의하는 이른바 입법거부(legislative veto)의 수단이 사용되었으나 대법원은 1983년 차아다(chadha)사건에서 입법거부를 규정한 법률은 의회의 입법활동에는 양원의 결의를 요하게 하는 헌법규정과 입법에는 대통령의 서명을 요하게 하는 헌법규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판결하였다. INS v. Chadha,103 S.Ct 2764(1983) 우리나라 헌법은 행정입법에 대한 동의 또는 승인권의 유보제도가 인정되고 있지 않고, 다만 대통령 긴급재정 경제명령이나 긴급명령에 한하여 사후에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제76조 제3항 제4항).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회법 제98조의 2에서 실질적으로 의회의 소극적 결의에 의한 최종적인 확인권의 유보에 준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박 윤흔. 위 책. 같은 면 참조. 국회법 제98조의2 (대통령령등의 제출등) ①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이나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훈령·예규·고시등이 제정·개정 또는 폐지된 때에는 10일 이내에 이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의 경우에는 입법예고를 하는 때(입법예고를 생략하는 경우에는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는 때를 말한다)에도 그 입법예고안을 10일 이내에 제출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기간 이내에 이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이유를 소관상임위원회에 통지하여야 한다. ③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그 소관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이하 이 조에서 "대통령령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법률에의 위반여부등을 검토하여 당해 대통령령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④전문위원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대통령령등을 검토하여 그 결과를 당해 위원회 위원에게 제공한다. 규정상으로는 국회가 아닌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상임위원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위반사실을 단순히 통보만 하도록 하였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어떠한 수용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이를 단순한 의견제시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준하는 제도라고 본 것이다. 또한 행정절차법은 대통령령에 대한 국회의 적절한 통제수단을 확보하기 위하여 행정청이 입법예고를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안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제42조 제2항) 박 균성. 행정법론 상. 박영사. 2009년(제8판) 182면. 우리 국회법에서 행정입법에 대한 사후적 통제에 관하여 이렇게 우회적인 제도를 채택한 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주의와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너무 엄격하게 운영하면 위헌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제도는 당초 도입 당시 행정입법에 대하여 국회에서 그 내용을 심사하여 행정부에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발의되었으나 이 문제에 대하여 국회내에서도 논의가 있어 현행과 같은 완화된 제도로 수정·채택되었다. 한편 우리 헌법 제107조에서는 먼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하도록 하고, 이어서 제2항에서는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제도에 상응하여 하위법령에 대하여는 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한다는 점을 규정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수호자로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심판을 담당한다든지 미국과 같이 대법원이 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것은 연혁적으로 각국의 특이한 경험을 반영한 것이었고 그 결과 오늘날 헌법재판제도가 성립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되는 하위법령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를 심사하는 것 또한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등 사법기관의 기능에 속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위법규가 헌법에 위반될 경우 하위법규를 실효시키거나 그 적용을 거부하는 것을 규범통제라고 하겠는데 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회유보의 범위 확정에 있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등이 거둔 성과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하위법령이 상위법인 법률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위헌법령의 심사와는 별개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은 이를 한꺼번에 대법원이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면서 일정한 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였는데 행정부가 행정입법을 하면서 그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면 이는 국회와 행정부간의 문제이지 사법기관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회는 하위법령에 위임하였던 근거조항을 삭제하거나 하위법령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하위법령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법원이 개입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앞으로 헌법개정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위법령이 헌법에 위반되는 문제와 하위법령이 그 위임근거인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문제는 서로 구별하여 후자는 국회 스스로 사후적 통제를 가할 수 있음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현재 잘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헌법을 바꾸어가면서까지 손질할 필요가 없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아직도 많은 하위법령이 법률의 입법취지를 벗어나거나 넘어서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제도의 보완이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라.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의회유보의 취지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개헌논의 과정에서 정부형태 변경 논의가 있어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려면 미국식 대통령제로 철저히 운영하도록 하고 의원내각제적 요소의 첨가로 인한 대통령제의 변질요인들을 제거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엄밀히는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의 견해이다. 그러나 국회의장이라는 공식기관의 이름이 나오기에 국회측의 의사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 중에는 정부의 법률안제출권도 의원내각제적 요소이고 미국헌법에는 없는 제도이며 행정부의 입법주도를 위한 제도로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것은 아니고 학계에서도 주장되었던 것인데 사실 그동안 법제처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학계의 주장에 대하여는 별 관심이 없었고 이번에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음에도 각 부처에서는 이 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심지어 법제처까지도 설마 그런 제도가 채택되겠느냐 하는 시각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 국정감사권 부활과정에서 당시 대통령이 그 제도의 저지를 지시하였음에도 여당의원들까지 가세하여 복원시키는 과정을 지켜 본 필자의 견해로는 국회에서 개헌을 주도하고 행정부의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 지금에 와서 국회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아 제시한 의견을 관철해 내는 것은 여반장이라는 것이다. 법제처가 후원하는 헌법학회 학술대회 2010.5.20. 헌법학회 학술대회에서 필자가 발제자로서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의 존치 필요성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발표하였는데 토론자로 나선 인사가 아무 반론도 제시함이 없이 법제처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단 한 마디로 매도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 후에도 법제처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데 관심이 없으며 다른 부처들이야 아예 그런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다. 법률안 제출권의 문제는 입법과정의 시초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국회의 입법권 내지 의회유보이론과는 직접적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권한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이 입법권이 행정부에 의하여 주도되고 의회는 거수기 역할만 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기 때문에 의회유보론의 전개배경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우선 이 제도가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절충과정에서 기형적으로 삽입된 제도라는 주장이 그동안 학계에서 제기되었으나 유 진오 박사의 회고록에 의하면 매우 확실한 논거에 의하여 신중한 검토를 거쳐 도입한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유 진오, 신고 헌법해의. 일조각. 1952. 126면 이하 . 그리고 미국에서 이 제도가 헌법에 없으므로 우리도 폐지하자는 주장은 미국 헌법을 피상적으로만 아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미국은 200여년 전에 제정한 헌법을 최소한의 손질만을 거쳐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데 대통령 선거방식이 헌법에 간선제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직선제와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도 헌법에는 없으나 실제 중요법률안은 행정부에서 입안하여 의원은 순전히 이름만 빌려주어 발의하도록 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미국헌법 제정 당시에는 의원들이 지역사회의 명망가로서 입법현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행정이 전문화되고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입법정보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의원들이 방대한 조문의 법률안을 입안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최근 의원입법이 크게 늘어났지만 그 내용을 분석하면 단일 사안에 대하여 한두 개 조문을 손질하는 단발성 입법이 대종을 이루고 또 어느 한 의원이 발의한 사안을 문구만 조금 고쳐 다시 발의하는 경우도 눈에 띠며 좀 정치하게 입안되었다 싶은 법률안은 정부 부처에서 입안하여 의원 이름으로 발의한 청부입법이거나 특정 이익단체가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항을 입법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행정부에서는 입안과정에서 풍부한 입법정보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간의 이견을 해소하고 이익단체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반하여 의원입법은 특정 부처나 특정 집단의 의견만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청회를 개최하여 다수 이해관계인에게 진술 기회를 주는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부처간 견해 조정을 위한 상임위 연석회의제도의 활용에도 매우 무관심함을 보여 주어 입법절차의 운영에 있어 허점을 보여 주고 있다. 의회유보론이 제기되는 것은 의회의 입법 독점권을 보장하자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입법을 주도하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입법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취지일텐데 의원입법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제출권의 행사를 보면 오히려 이러한 의회유보의 취지에 역행하는 점이 눈에 띤다. 물론 국회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은 없어도 될지 모른다. 그러나 법률안 제출권이 정부에 주어져도 국회는 이를 심사하여 전 조문에 걸쳐 입법을 거부하거나 중요사항을 수정하여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안의 제출을 누가 하였느냐를 가지고 국회의 입법권이 훼손되고 입법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나온다고 주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국회가 입법정보를 확충하기 위하여 입법보좌인력의 증원 및 효율적 운영을 보장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가 입수한 입법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정부도 오늘날처럼 복잡다기한 행정현상에 대하여 공무원의 능력만으로 입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용역에 부치고 용역을 담당한 자에게 자신이 입수한 입법에 관한 세부적 자료까지를 제공하여 입안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회는 용역예산 심의과정에서부터 정부의 입법과정에 대한 감독을 실시하여 용역보고서를 수시로 중간점검하고 용역과정에 국회인력이 직접 참여하여 나중에 입안이 완료된 후 그 기여도에 따라 의원의 명의로 발의하게 할 수도 있고 정부 명의로 발의하더라도 심의과정에서 철저히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누구든지 무턱대고 제도의 개선을 주장하고 특히 개헌과 같은 신중한 문제를 책임감 없이 다루는 것은 자제하여야 할 것이고 그것이 의회유보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마. 예산법률주의 도입 주장과 의회유보 국가의 정책은 입법과 예산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입법절차와 예산확정절차를 따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국회와 행정부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도 각각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입법절차는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대하여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양 기관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였으며(그밖에 긴급명령권이나 행정명령권도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예산은 행정부가 편성하여 제출한 예산권을 국회가 심사하여 확정하는데 국회는 예산을 삭감할 수는 있으나 증액이나 비목신설은 행정부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도록 하였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예산도 법률의 형식으로 편성하고 통제하도록 하고 있은데 학계에서는 재정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예산법률주의가 우수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옥 동석, 예산법률주의와 국회의 예산심의 (한국법제연구원, 법제연구 제28권.308면-309면) 등 다수 . 물론 현행 제도를 보면 국회가 재정에 관한 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에는 크게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즉 행정부는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행정부 소속 기관은 물론 국회를 포함한 모든 헌법기관의 재정수요를 통제하는데 비하여 국회는 삭감권이라는 절름발이 권한을 가진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 재정민주주의의 이념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입법례를 보더라도 일본 정도가 연혁적 이유로 우리와 비슷한 예산비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예산의 증액에 전권을 가지지 못하다는 점은 이례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에도 의회가 증액에 대한 전권은 없다. 그리고 의회유보론에 비추어 보더라도 예산이라는 중요한 국가정책결정에 있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한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예산과 함께 국가정책의 쌍벽을 이루는 입법에 있어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행정부는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통하여 국회를 견제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이 국회의 입법권을 견제하는 요소라는 주장에는 앞에서 보았듯이 찬성할 수 없다.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제약은 긴급명령권이 오히려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예산에 있어 행정부가 국회를 견제하는 것은 방법상의 차이는 있어도 당연한 것이다. 의회유보론을 설명할 때 위임입법론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하여서는 예산의 경우도 국회는 각목까지 전권적인 통제를 하고 세목 이하의 전용 등에 대하여 행정부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의회유보론은 권력분립론 내지 국가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하여서도 설명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예산에서는 행정부의 대 국회 견제방법을 달리하여 정부가 편성권을 전적으로 행사하고 증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하는 대신 법률안과 같은 거부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국가의사결정에서 국회와 행정부의 권한배분 문제인 것만은 사실인 것이다. 그러면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면 예산도 법률이 되어 법률안 거부권으로만 통제하고 다른 통제수단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또한 행정부에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 예산도 행정부는 정식의 권리로서의 제안권은 갖지 못한다는 것인지,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법률안의 형식으로 제안하는 것이 허용됨으로써 극소수 의원들이 발의한 다수의 법률안이 경합할 경우 어떻게 이를 조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아직 국내문헌은 상세히 소개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권 해효의 부산대 박사학위 논문 “예산법률주의에 관한 연구”(1995년)와 김 인철의 중앙대 박사학위논문 “예산제도에 관한 연구”(1997년), 권 해효의 학위논문 단행본인 “예산법률주의‘.(세경사, 1995년), 권 해효의 국회예결위 연구용역보고서 ”예산법률주의 도입 방안 연구’(2005년)과 정 종섭, 황 승흠, 황 성기의 국회예결위 연구용역보고서 “국가재정에 관한 국회의 기능 강화방안에 관한 연구”(2005년), 정 선희의 “예산의 법규범성에 관한 연구” 공법학연구 제6권 제3호, 한국법제연구원의 연구보고 “재정의 건전 운영을 위한 미국의 관련 법제 연구” 신 영수, 2005년, 옥 동석의 “예산법률주의와 국회의 예산심의”(한국법제연구원 법제연구 제28호)를 비롯한 다수의 논문, 김 정부 의원이 예산춘추에 기고한 “국회예산심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이 있으나 실무자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운영사례에 관하여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할 경우 예산에 대하여도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이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법상의 제도를 가지고 설명하기로 한다. 우리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의결에 대하여 일반적 재의요구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는 지방의회 복원에 대비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시 민선 의원으로 구성된 지방의회로부터 관선 지방자치단체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헌법에 없는 과도한 재의요구권을 규정한 결과인데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민선으로 바뀐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실효성측면에서 검토를 요하지만 아직 여기에 관한 연구는 별로 없다. 즉, 지방자치법 제108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를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되면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고, 지방의회가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하여야 할 경비 또는 비상재해로 인한 시설의 응급 복구를 위하여 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의결을 할 때에도 재의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경우는 역시 거부권 압도에 관하여서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의회가 과다예산을 책정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일단 저지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꼭 필요한 예산까지도 의결이 무효화되어 결국 준예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는 지방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 중앙정부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거의 잃어 가고 있음은 앞에서 언급하였다. 거부권 행사에 대하여 거부권 압도로 대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필수예산에 대한 과다삭감을 이유로 하여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즉 거부권 압도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고 만일 재의결이 안 되어 부결된다면 집행부는 역시 준예산체제로 갈 수 밖에 없으며 이 경우 거부권 행사 사유가 되었던 필수예산의 확보는 전혀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기대할 수 있는 경우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때의 사례처럼 의회측이 굴복하여 수정의결을 해 주는 것인데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에서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지방자치법은 예산에 대하여 거부권을 인정하는 외에 헌법처럼 집행부의 편성권 독점과 의회의 증액에 대한 집행부의 동의요건을 규정하고 있기에 현재까지 별 문제가 없고 예산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헌법 차원에서도 미국식으로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인정하고 현행 규정인 행정부의 예산안 편성과 국회의 삭감권 및 증액시 행정부 동의제도를 폐지할 경우 과연 재정이 원활해지겠는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든다. 물론 우리는 준예산제도가 있어 미국보다는 낫다고 하겠지만 준예산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헌법 제54조 제3항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 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게속”을 위한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09년말 국회에서 법정시한 내는 커녕 새로운 회계연도 개시가 임박하도록 예산안을 의결하여 주지 않자 준예산의 집행이 논의되었다. 그런데 당시 기획재정부 등에서는 국회를 압박할 의도에서였는지 준예산의 범위를 가급적 좁게 잡으려는 것 같았다. 국회를 압박하여서라도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식에 접근하였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국회가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의결하여 주지 않아 준예산이라도 발동하여야 할 상황을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예산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으로 국회의 재정권을 견제하려 든다면 준예산으로 나라살림을 꾸려가야 할 상황이 자주 생겨날 수 있고 이는 국회와 행정부 사이에 회복할 수 없는 갈등국면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거부권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는 국회와 행정부 간의 극단적인 기싸움에 해당하는데 과연 우리 정치현실에서 원만한 타결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고 파국에까지 이르지는 않겠지만 준예산으로 인하여 국정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예산안의 심의 확정은 마그나카르타 이래 연혁적으로 보아 의회의 전유물이라고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의회유보론도 이러한 점에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본다. 예산법률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회의 재정권 확대를 통한 재정민주주의의 확립을 그 이유로 든다. 즉 의회유보론과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이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문제 등은 여기에서 다루지 않더라도 예산법률주의 채택을 통한 국회의 재정권 신장방안이 과연 타당한 논거를 갖추고 있는지, 다시 말하여 현재까지 잘 유지되어 온 제도를 뜯어 고쳐야 할 절박한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현행 제도 가운데 국회는 예산의 삭감만 가능할 뿐 독자적인 증액은 불가능한 부분이 국회의 재정권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권력분립론에서 볼 때 재정권도 입법권 등과 같이 국회와 행정부 사이에 원만한 견제 균형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이 예산에 대하여 법률처럼 거부권을 가지고 행정부가 국회를 견제하는 것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현행 제도가 마땅하지 않아 예산법률주의를 주장하는 것이겠지만 이 역시 합리적 대안이 되지 않는다면 현행제도에 다시 눈을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 국회가 왜 독자적 예산증액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는가 하는 것은 선거직인 국회의원들이 재정긴축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지지보다는 특정한 재정지출을 가능하게 해 주어 얻는 지지가 보다 현실적이고 확실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는 논리적 사고를 떠나 경험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은 틈만 나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느라 바쁘고 이는 지역구 의원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지역구 의원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지역구의 주민들에게 환심을 사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라도 예산의 무분별한 증액을 막기 위해 행정부의 견제를 받도록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 정부 의원의 앞 글 35면 이하 행정부라고 그러한 선심성 예산배분 내지 포퓰리즘적 재정지출의 유혹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행정부는 세입예산을 확보하고 세출예산의 적정을 기함으로써 국가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아야 할 1차적 책무를 지기에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이에 맞서는 국회의원들을 견제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무제한적인 삭감권을 갖기 때문에 증액에 행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해도 결국 행정부의 증액동의권은 무차별적 삭감에 대항할 협상카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예산에 대한 거부권은 집행부 스스로가 자신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되기에 국회와의 관계에서 견제수단이 되기에 역부족일 경우가 많다. 반면 증액동의권은 국회에 대한 확실한 협상카드인 것이다. 그리고 예산안 편성은 미국에서도 사실상 행정부가 주도한다고 하는 견해를 위에서 보았다. 이는 현대행정의 복잡성 전문성과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 국회는 주어진 권한까지도 행정부에 위임할 정도라면 재정분야에서의 예산법률주의 역시 현실에 딱 맞는 제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의 집행에 대한 국회 차원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의 보완을 통하거나 미국의 세출예산법 내지 우리나라의 세법처럼 해마다 재정지출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별도의 입법을 통하여 가능하다고 본다. 여기에 대하여는 법률안 거부권 등으로 국회와 행정부가 의견조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회가 예산에 대한 충분한 심의기간을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김 정부 의원의 윗 글 33면 이하 이를 위해 헌법상 예산안 국회제출 시한을 조정할 필요도 있지만 국회 스스로도 정쟁에 휘말려 예산심의를 공전시키는 일을 자제하여야 한다. 국회 예결위의 회의 운영을 지켜보면 아직도 예산이나 재정 외적인 문제를 놓고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리고 행정부에 의한 예산편성에 있어서 국회와 정보의 교환 등 긴밀한 협조를 강화하여 예산편성과정에서 국회 통제의 길을 열고 실효성 있는 예산심의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오늘날 예산은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국가의 재원배분 내지 재정정책을 통하여 경제운영의 방향을 정하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와 자료들이 주어지고 심층있게 검토되며 충분한 의견교환이 있어야 한다. 행정부 주도의 재정운영이 헌법 조문 몇 개를 고친다고 하루 아침에 국회 주도로 넘어가지 않는다. 무리하게 추진하면 시행착오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헌법을 고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나면 다시 되돌리는 것이 더 어렵다. 의회유보론은 재정 내지 예산의 측면에서도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였다. 7. 맺는 말 의회유보와 행정유보에 관한 논의는 국회와 행정부 간의 권한의 합리적 배분과 행사에 관한 문제라고 하겠는데 이는 권력분립론과 의회주의 내지 대의제의 원리, 그리고 위임입법론 등 다양한 주제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이 문제를 정책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국가정책결정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회와 행정부 간의 대립과 갈등은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으며 우리 헌정사의 경험이 의회유보론과 행정유보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건국 초기부터 우리나라는 국회와 행정부 간에 격렬한 투쟁을 겪어 왔으며 개발독재시대를 맞아 행정부의 절대 우위가 확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룩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지금도 행정부가 국회를 경시하거나 국회의 권한을 침탈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여지는 전혀 없다. 이른바 민주화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국회가 행정부를 다루는데 장애가 될 요소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언론이나 국민 여론에서 희화화되는 것은 국회가 과거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이지 그것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대국회관이 잘못되거나 헌법상의 제도가 잘못되어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력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국회가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제대로 작동을 시키지 않아서 그러한 점도 있다. 국회와 행정부의 본질적 기능을 생각해 본다. 입법권은 물론 재정권도 국회의 전유물이나 전속권한이 아니다. 헌법은 국회와 정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위하여 권한을 배분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복잡성과 전문성 방대한 정보처리능력 등 현대행정의 특성을 고려하여 국가기능을 최대한으로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권한을 배분하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 집행부 우위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국회의 대 행정부 정책감시통제기능이라든지 인사권을 통한 견제 등으로 얼마든지 상쇄시킬 수 있다. 그래서 국회는 더 이상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만을 고집하지 말고 행정부를 비롯한 국정에 대한 통제기관이라는 지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들은 적이 있다. 의회유보의 원래 취지는 지당하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대한 통제를 지나치게 가함으로써 국가의 정책결정에서 비효율성과 불합리성이 두드러져서는 곤란하다. 정책결정에서 민주성의 요청이 절대적으로 중요시된 적도 있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 민주성을 내세운 국회와 합리성에 중점을 둔 행정부가 장기간 대치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는데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의 향상을 위하여 이러한 상황은 조기에 해소되도록 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이고 국정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국회가 양보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차라리 국회가 사전에 일정한 전문분야에 대하여 행정부의 신속하고도 전문적인 의사결정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 좋다고 보며 그 점에서 행정유보의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의회의 전속적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행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경우에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미국에서 헌법에도 없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사실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고 본다. 현대행정에서는 의회가 모든 것을 주도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 땅이 없고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데 의회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것이 차라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는 과거처럼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아니라 민주적 리더십 내지 전문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 설득능력을 말한다)이 발휘되도록 유지하면서 그것이 민주적으로 행사되고 통제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절대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의회유보론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두되었다. 오늘날에 와서 국민의 권익은 국가로부터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데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권익들을 창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분배한다는 방향에서 논의되어져야 한다. 행정권은 그 속성상 이러한 요청에 충실할 수 있지만 의회는 그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의회유보의 본뜻은 살려 나가야 하지만 행정유보의 영역을 인정함으로써 국민 권익의 파이를 키워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며 국가권력이 진정 국민에게 봉사하려면 국회와 행정부는 서로 돕고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도 긴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고전적인 의회유보론이나 이에 대항하기 위한 개념으로서의 행정유보는 이제 새롭게 다듬어져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