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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대 이석연 법제처장] 크게 버리는 사람 -김태환 전 제주지사 퇴임기념집 [마음에 꽃눈이 내립니다] 중에서-
  • 등록일 2010-07-15
  • 조회수5,347
  • 담당부서 처장실
  • 담당자 이민규

크게 버리는 사람



법제처장    이 석 연



  새로운 봄기운이 따사로운 햇살을 타고 올라오던 2월 어느 날, 하나의 신선한 소식이 먼저 남녘의 훈풍을 타고 들려왔다.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김태환 제주지사의 돌연한 차기 선거 불출마 선언이었다.  이 뜻밖의 선언은 제주도내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내가 제주도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과 관계가 깊다.  지난 2004년에 취임한 김태환 지사는 정부수립 이후 60년 동안 확고히 유지되던 시·군과 도 체제의 행정구조를 개편하여 1개 광역체제의 특별자치도로 바꾸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번영하는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행정구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희생이 필요했기에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고, 이윽고 3개 시·군이 중심이 된 반대 측에서 제주특별법의 제정에 제동을 거는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 당시 강상주 서귀포시장이 있었다.  나와 강시장과는 행정고시 동기로서 오랜 우정을 돈독히 나누고 있는 터였다.  소송 제기 전 그는 나를 찾아와 위 헌법소송에서 변호인으로 나서줄 것을 부탁하였지만 당시 나는 그의 제의를 선뜻 수용할 수가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한 권한을 이양하여 지방분권 시대를 넘어 지방주권 시대로 가야 한다는 나의 소신에 비추어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구조 개편은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가 갖는 지리적 특성상 특별자치도로서의 법적 위상 부여는 향후 제주도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였다.  얼마 후 위 헌법소송의 상대방측인 제주도로부터도 당시 공익소송 차원에서 헌법소원 등을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던 나에게 변호인 선임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위와 같은 평소 소신에 따라 피고측인 제주도의 변호인이 되었고, 그 결과 권한쟁의심판 등을 모두 기각시킴으로써 제주특별법 시행을 본 궤도에 오를 수 있게 하였다.  이를 계기로 오랜 우정을 나누어 왔고 당시도 같은 감정이었지만 한동안 강시장과 인간적으로 서먹해 진 것은 어쩔 수 없었으며,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강시장 역시 제주발전과 웅비를 실현시킬 경험과 능력을 갖춘 훌륭한 분으로 여전히 나의 좋은 친구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년 7월 1일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출범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후로도 제주특별법의 원만한 시행을 위한 법적 자문을 계속 하였으며, 특히 법제처장으로 취임하여서는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김태환 지사 및 제주도와 지속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4년이 되었다.  "특별자치도 다운 특별함"이 있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서서히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특별법이 정착되고 내실화되는 데에는 김태환 지사의 헌신과 사명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지적하고 싶다.  퇴임 직전까지 제주특별법 4단계 법개정을 위해서 여러 차례 법제처로 나를 찾아와 지원을 부탁하곤 했던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한 기회에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후 그에 대한 인간적인 정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의 퇴임에 아쉬움도 남는다.


  김태환 지사는 공직사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 이유가 끊임없는 모험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창조적인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나는 생각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과감한 용기로 아름다운 결단을 내린 것은 그 모험과 도전정신의 끝이 아니라 지도에 없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한 새로운 창조적 열정이 아닌가 싶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 (중략) ···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니까." 


  지난 3월 타계한 법정스님의 말씀이다.

  김태환 제주지사 그의 또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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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마음에 꽃눈이 내립니다

펴낸날 : 2010년 6월

펴낸곳 : 제주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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