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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스템에 의한 행정행위가 허용되는가?
  • 구분법제시론(저자 : 김중권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등록일 2016-09-22
  • 조회수 2,665
  • 담당 부서 대변인실
Ⅰ. 알파고 쇼크에 따른 행정법적 문제제기 알파고 쇼크로 연일 인공지능도입에 따른 변화상에 대한 기사가 지면을 메우곤 하였다. 특히 법조, 의료, 금융서비스와 같은 전문적 분야는 물론 우리의 일상사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쏟아졌고 지금도 우리의 미래를 그것에 빗대 설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공포를 전제로 그것에 대한 통제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한다. 행정작용의 중핵이자 행정법의 중심개념인 행정행위(행정처분)와 관련해서 인공지능의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에 의한 그것의 허용성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 Ⅱ. 논의의 기초-자동적 행정행위론 결정과정의 정보처리단계가 컴퓨터를 통해서 실행되는 경우에 결정과정이 자동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처리부터 최종 결정까지 전체 결정과정이 자동화되어 있는 행정자동절차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 자동적 행정행위(컴퓨터행정행위)이다. 예로 컴퓨터에 의한 학교배정, 주차료 등 공공시설의 사용료결정, 교통신호등을 비롯한 도로교통상의 조치를 들 수 있다. 과거 Zeidler는 행정자동절차에 따른 자동화된 최종산물에 대해서 법적 성격을 부인하여 행정제품으로 파악하려 하였지만, 오늘날에는 모두가 그것을 법적 행위로서 행정행위로 보고 있다. 다만 자동적 행정행위의 인정근거를 두고서 크게 프로그램구속설과 귀속설로 나뉘는데, 전자는 컴퓨터가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된다는 점에, 후자는 행정이 임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그런 장치를 사용하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자동적 행정행위는 그것의 특수성으로 절차법적 요청을 보통의 것보다 낮출 수밖에 없으며, 실체적 내용과 요청 및 책임법적 문제에서도 나름의 특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치국가원리가 배제되는 식의 접근은 삼가야 한다. 한편 전자서명을 핵심으로 하는 전자적 행정절차에 의해서 발해지는 행정행위가 전자적 행정행위인데, 그 본질은 종이란 미디어의 포기이다. 전자적 행정행위와 자동적 행정행위와는 -규율상의 차이와 실질적 이유에서- 엄연히 구분된다. Ⅲ.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의 이해 (1) 행정자동화와의 비교 행정자동화의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데이터처리시스템의 경우, 프로그램에 의거해서 모든 행위요건에 대해 법효과가 정확히 귀속된다. 컴퓨터는 단지 사람이 생각한 바를 따라 갈 뿐이다. 컴퓨터 도입의 정당성은 작업을 사람보다 더 빨리 더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사실에만 있다. 반면 전문가시스템이란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지식베이스에 저장하여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라 하더라도 그 지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을 말한다. 전문가시스템이 전통적인 컴퓨터시스템과 비교하여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후자가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 전자는 알고리즘을 배제하고 상대적으로 목표상태에 가까이 가는 과정인 휴리스틱(heuristic: 발견적 교수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전문가시스템은 현존상태(Ist-Zustand)의 정식화라는 한정된 효용을 넘어서 질적 문제처리(추론)까지 가능케 함으로써,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비정형적․비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의 징표는 소위 “지식에 기반을 둔 형성”인데, 지식기반은 그때그때의 현행법에 상응한다. 따라서 그것의 “규율시스템”은 그때그때의 현행법에 바탕을 두고서 문제상황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법논리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2)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의 도입의 모습 행정행위를 발함에 있어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의 도입은 두 가지의 이용양태를 제시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용양태로, 그러한 시스템을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관계없이-이용자를 위한 자문시스템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람은 전문가시스템과의 대화를 통해서 문제해결책을 발전․전개시킨다. 사람이 최종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그러한 시스템은 행정보조절차에 불과하다. 두 번째 이용양태는 행정행위를 사람에 의한 후속적이거나 수반된 통제 없이 발함에 있어서의 결정모듈(결정변환장치)로서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을 도입한 경우이다. 이처럼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의 도입의 양태가 행정청의 결정의 종결로서 모습을 띌 경우에는, 이것이 행정절차법 등의 처분개념정의와 합치할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Ⅳ. 현행 행정절차법상의 허용성 문제 전통적인 데이터처리시설에 의해 행정행위를 발하는 것과 관련해서, 독일 행정절차법의 입법자는 동법 제28조 제2항 제4호, 제37조 제5항, 제39조 제2항 제3호의 규정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시인하였다. 그리고 독일 입법자는 자동적 행정행위의 성립에서 데이터처리시설을 “이용해서”란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동장치의 엄격한 프로그램구속에 기하여 자동적 행정행위의 존재를 근거 지웠다. 역사적 해석에서 보면 독일 입법자는 단순한 보조기능을 지닌 시설만을 상정하였기에,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에 기한 행정행위의 존재는 명백히 부정되고, 당연히 그것의 행정행위성은 부인된다. 체계적, 목적론적 해석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한편 Polomoski는 행정자동결정의 처분성을 시인하는 데 있어서 독일 통설과 같은 프로그램조종의 논거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행정청에로의 귀속을 위한 행정청의 대외적 의사에 전적으로 좌우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에 기한 행정행위 역시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우리의 경우 행정절차법에 자동적 행정행위(행정자동처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직접적, 간접적 언급이 전혀 없기에, 독일과는 달리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에 기한 행정행위의 존재를 명백히 부정할 만한 착안점이 없다.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행사’라는 현행 행정절차법상의 처분개념에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에 기한 행정행위가 포함될 수 있는 이상, 그것의 가능성 자체는 일단 긍정할 수밖에 없다. Ⅳ. 법치국가원리상의 허용성 문제 법치국가는 법과 합리성을 통해서, 자신의 활동을 사전에는 예상가능하게, 사후에는 통제가능하게 만든다. 행정작용과 관련해서 자동화된 대량결정에서 기술화된 개별사안처리가 가능한 정보화에로의 이행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이는 다름 아닌 자동화 및 정보화의 위험에 관한 공법적 논의이다.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을 이용해서 발한 행정행위의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하여, 행정행위를 발하는 것 자체의 적법성 내지 합헌성 여부를 당연히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 법률상의 권한규정과 마찬가지로 행정의 법률(법)에의 구속은, 모든 개개의 행정결정에 대해서 사람이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것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법치국가에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통제(심사)에 바탕을 둔다. 결정의 성립에 영향을 미친 자만이 그것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시스템의 경우에는 이러한 통제가능성이 결여되어 있다. 결정발견의 마지막 국면(단계)에서 업무담당자는 의식적으로 결정을 컴퓨터에 내맡긴다. 이처럼 결정에 관해 종국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것 즉, 결정에의 영향가능성을 체계상으로 포기하는 것은, 국민보호를 위해서 법적으로 시인해서는 아니 된다.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행정은 결정발견의 초기수준에서 위법한 결정을 피하기 위한 모든 것을 행할 의무를 진다. 따라서 행정결정을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을 통해서 컴퓨터에 내맡기는 것은, 비록 그 결정이 우연히 내려지지 않고 법학적 논리의 원칙에 따라 내려졌다 하더라도, 행정의 이런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법적 결정이란 도그마틱적 옳음과 개별적 정당성(정의)를 연결시키는 데 대해서, 전문가시스템의 경우에는 처음 언급한 관점이 우위를 점한다. 이는 결정발견에서 존재하는 특별한 인간적 요소를 상실케 한다. 기계가 내린 결정이 사람에 의해서 사전에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시스템을 두고서 사람에 대한 기계의 지배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원천적인 결정부분이 전문가시스템에 맡겨지면, 곧바로 인간과 기계간에 설정된 기존의 위상관계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결정의 도그마틱적 최적합성에 대한 일방적인 우위에 유리하도록 결정발견에서 특별한 인간적 요소가 상실된다는 것은, 법학에서 오래전에 극복된 개념법학과 법률실증주의의 기억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없는, 기계에 의한 결과까지도 행정에게로 귀속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은, 행정의 법률구속에 합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에 의해 행정행위를 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위헌일 것이다. Ⅴ. 탈정보화시대에 즈음한 공법의 현대화의 요청 알파고의 수준을 넘는 이른바 베타고, 감마고 등도 불원간 출현할 수 있다. 최근 전자와 정보기술을 통한 생산자동화의 3차 산업혁명시대를 지나 사이버-물리 시스템에 의한 새로운 생산질서를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임박했다고 한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주제로 거론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첨단의 IT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 전영역에서의 정보화, 전자화가 실현되고 있다. 종종 규범이란 정보화와 전자화에 대해 불편한 존재인 양 여겨지곤 하지만, 규범의 궤와 정보화의 궤가 서로를 외면할 때, 사이버의 혁명은 트로이목마처럼 재앙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여전히 공법 전반은 근대국가모델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 법치국가원리에 관한 현재의 이해에 비추어 법학적 전문가시스템에 의해 행정행위를 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알파고 쇼크를 기화로 탈정보화시대에 조응하기 위한 공법의 현대화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