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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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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대 이석연 법제처장] 2010년 신년사
  • 등록일 2010-01-04
  • 조회수7,410
  • 담당부서 처장실

"원칙이 분명한데도 편법으로 원칙을 훼손하려는 변칙이 허용되어서는 안돼"

(2010년 이석연 법제처장 신년사)

 


여러분 반갑습니다.

신년사라 해서 격식 갖춘 얘기를 하기 보다는

새해를 맞아 덕담을 나누고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통해 우리 법제처 입장에서 그리고 우리 국가가 지향해야할 방향, 목표에 대해 법제인이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변화의 시대에 개인의 한사람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신년사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요즘 국격을 높이자는 국격향상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국격을 높이는 여러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격을 향상하는 지름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성과, 부의 창출, 경제적 업적 이런 것도 국격 향상의 한 요인이 되지

무형의 자산으로서 "법치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제까지 법치확립이라 하면 법을 엄격히 적용해서 위반자에게는 법에 규정된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법치를 확립할 수 있다는 면을 강조했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을 행사하는 측에서 국정 운영을 할 때 그 절차와 방법에 있어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권력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적법절차 원리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고 국민이 행정집행 등 권력 행사 측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된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측에서 엄격한 적법절차가 준수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법의 엄격한 집행으로 인해 불법과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거기에 상응하는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이 인식되어야 국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성과와 업적을 강조하더라도 법치 측면에서 우리 법제처가 나갈 방향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단기적 편리성, 능률이나 성과 그런데만 치우친 나머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직무를 수행하는 도구적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이 법령심사나 법령해석을 할 때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적법절차에 의한 행정을 달성하는 길입니다.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하기 전에 국가에서 적법절차를 따라서 절차적 정의가 실현되게 함으로써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이런 역할은 우리 법제처가 하지 않으면 다른 부처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봅니다.


원칙이 분명한데도 편법으로 원칙을 훼손하려는 변칙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헌법적 원칙이 분명한데도 하위법령에 의한 변칙적 방법으로 그것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단기적 성과로 인해 바로 빛이 날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러한 변칙은 결국 우리의 법치에 대한 신뢰와 국격에 있어 마이너스적 요소가 된다고 봅니다. 법제처는 그런 차원에서, 비록 절차적 원칙을 지켜나갈 때,  더디고 성과 위주 과정에서 조금 장애가 된다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의 법치 즉, 적법절차라는 것을 중시해야한다고 봅니다.


친서민 실용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 포인트이고 금년에도 여기에 모든 것을 맞춰 나갈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우리사회의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게 되는 정책이 될 것입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국가가 시혜적 차원에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국민이 당당히 국가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 내지 생존권적 기본권을 내실화하고 확장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법령정비나 법령 제·개정도 이러한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을 진정으로 끌어들여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2,500년 전에 나온 얘기이지만 고대 그리스의 솔론이라는 시인은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때 그들의 입장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그들한테 국가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주어야 할 것을 해주는 것이지, 큰 혜택이나 선심을 쓰는 태도를 보이면 아무리 예산을 쏟아 부어도 진정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 통합은 커녕 일을 해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결과가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연휴동안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요지는 "로마인은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다. 이런 로마인이 전체를 통일해서 2000년 동안 (동로마제국 멸망시까지) 번영을 이루면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다른 민족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로마인의 ‘개방성’ 즉, 정복자를 포용해서 관용의 정신을 베푸는 정신, 패배자도 동화시키는 그런 정신이 바로 오늘의 로마, 그 당시의 로마를 만들었다"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사회통합과 국정운영을 해 나가다보면 사회적 갈등이 많이 일어날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국정이 흔들릴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그 과정에서 포용성, 관용에 바탕을 둔 개방의 정신, 패배자도 동화시킨다는 로마식 사고방식과 로마인의 실용정신이야말로 취약계층의 배려로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정책적 효과보다 훨씬 중요한 마음 자세라고 봅니다. 이러한 자세를 정부와 우리 공직자 모두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 신년사에서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쳐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마음껏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해서 모험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말을 했습니다. 위기는 일상화된 것이지 특별한 시점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금년에는 "습관의 덫에서 벗어나자, 즉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배어있는 일상적 습관에서 벗어나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지식생태학자가 ‘습관적’이라는 말을 ‘습관이 적이다’라는 말로도 해석하는 것을 보면서 습관적이 되면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루하루를 놀라운 경험으로 가득 차게 해봅시다, 색다른 경험이 색다른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색다른 책을 읽어보고 그동안 만나기를 꺼렸거나 해보기를 꺼린 사람과 일을 새로이 시작해보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본다는 생각으로 색다른 경험을 해보면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름과 차이를 존중해야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경계의 벽을 넘어서 색다른 경험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도전에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도전에 한계를 두지 말고 한계에 도전하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했으면 합니다.


이제 공직자에게 무조건 희생과 충성을 강조하면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자신을 챙기는 시간, 가족,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주례를 설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가족의 중요성 강조하면서 부부로서의 성공이 인생에서의 가장 큰 성공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부부로 성공하지 못하면 그 어떤 성공도 모래위의 누각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만큼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과 주변을 스스로 어우르면서 끌어갈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늘 하루 주변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충전하는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새 출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법제 가족과 국민 여러분, 경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0년 1월 4일



법제처장 이 석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