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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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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대 이석연 법제처장] 법제처-한국헌법학회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
  • 등록일 2010-06-15
  • 조회수7,099
  • 담당부서 처장실
  • 담당자 이민규

법제처·한국헌법학회 공동학술대회

-주제 : 헌법개정의 필요성과 방향-

일시 : 2010. 5. 20(목)

장소 : 헌법재판소 대강당

주최 : 법제처·한국헌법학회

 




       - 기조연설문 -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







2010. 5. 20(목)





법제처장

이  석  연

 

 

 

 

 

 

 

여러분 반갑습니다.

법제처장 이석연입니다.


존경하는 조홍석 한국헌법학회 회장님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헌법학자 여러분!


오늘 「헌법개정의 필요성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헌법학에 관하여 가장 권위 있는 한국헌법학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어 헌법개정의 소관부처인 법제처로서는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현행헌법이 개정된 후 23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헌법규범과 헌법현실 간에도 간극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국회의장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에서 개헌안을 발표한 바 있고, 여야 국회의원 186명으로 구성된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서 개헌에 관하여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개헌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만, 헌법상 개헌안 발의권이 대통령에게도 부여되어 있으므로 정부도 그간 헌정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발굴된 개헌수요를 반영하여 보다 나은 헌법개정이 될 수 있도록 개헌논의의 광장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헌법개정안 발의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때에 헌법학에 권위가 있는 헌법학회와 공동세미나를 통하여 개헌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개헌방향을 논의해 보는 자리는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저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시민운동, 변호사 활동 등을 하면서 우리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행복추구권, 자유민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질서, 적법절차를 핵심으로 하는 법치주의를 어떻게 하면 생활 속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왔습니다.



특히, 변호사 시절에는 헌법소원 등 헌법소송을 통한 공익소송의 활성화에 진력하였으며 시민운동과정에서는 그 지향점을 헌법정신 내지 헌법적 가치에 두고 이를 시민운동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2006년 초에는 각계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헌법포럼」을 통하여 헌법개정안 시안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정부입법을 총괄하고 있는 법제처장으로 재직하면서 법령심사에서 헌법정신과 가치가 반영되도록 하고, 대한민국이 근간으로 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시장경제질서 등에 적합하지 않는 법령을 개폐하며, 국민이 알기 쉽게 법령을 정비하는 등 국민 중심의 법제와 법률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논의하는 개헌은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자유민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가장 높은 차원의 법제적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세미나가 개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개헌인지 진지하게 논의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 시점에서 본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 및 내용 등에 관하여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언급하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견해이고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1. 개헌의 필요성


(1) 현행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공포되고 이듬해 2월 25일부터 시행된 이래 20년 넘게 대한민국의 정치권력과 국민생활을 직접 규율하는 생활규범으로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및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하여 민주화를 정착하고 생활규범으로서의 헌법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으며, 평화적 정권교체와 헌법소원을 통한 국민 기본권의 절차적 보장을 확립하고, 중요한 정치적 이슈마다 헌법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현행헌법 질서하에서 대한민국은 경제적 번영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의 민주화 정착, 법치주의의 확립과정에서도 세계 각국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나타난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여망을 바탕으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은 현행헌법은 20년이 넘게 유지되어 오면서 그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행헌법에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여망, 사회적 변화를 담아내기에 미흡한 점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당시 국민적 관심사인 대통령 직선제 외에는 충분한 논의가 없었고, 소비자, 환경, 정보화 기본권 등 현대적 기본권, 녹색성장, 21세기의 국가 비전, 국가정체성 확립을 통한 국민 통합 등 시대적 소명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 현행헌법 개정 후 20여년이 지나면서 민주주의 정착, 평화적 정권교체 등의 성과를 이루었으나, 권력집중, 대통령 단임제 등에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이에 지난 참여정부 때 대통령의 5년 단임제를 폐지하고 4년 1차 중임제로 헌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각 지방 공청회까지 마치는 등 상당한 진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다음 정권에서 개헌문제를 다루기로 여야가 합의하면서 정부도 이를 수용하여 개헌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개헌의 필요성은 이미 정치적으로도 합의된 사항이라고 하겠습니다.


1987년 당시의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여망과 정치상황을 반영한 현행헌법은, 이제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또한 국민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국민 중심의 헌법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개정되어야 할 필요성은 성숙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개헌의 필요성이 성숙되었다는 사실과 현시점에서 개헌을 해야 할 것인가, 즉 개헌의 당위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개헌의 시기와 관련하여서는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2. 개헌의 방향


(1) 지금까지 9차례의 개헌은 주로 정략적 차원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따라서 국가정체성, 기본권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개헌이 정치권 중심으로 추진되어, 국민적 참여가 부족하였고 심지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라는 후유증을 남긴 적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개헌논의는 국가 100년 대계를 염두에 두고 국민의 참여를 통하여 추진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통령에의 지나친 권력집중과 단임제로 인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출현에 의한 국정의 비효율과 혼란, 지나치게 잦은 선거 실시의 문제점 등이 정치현안으로 개헌이유가 되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헌법의 진정한 존재가치는 기본권보장의 권리장전이므로 국가의 정체성과 기본권 보장이라는 큰 틀 속에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정부, 사법부의 조직과 기능 등 통치조직의 문제는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의 구현을 위한 수단적 종된 개념에 불과하다고 할 것입니다.


(2) 최근 우리 사회는 이념 편향적이고 파편화된 개인과 집단들의 극단적인 주장으로 공동체적 연대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어,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개인 사이의 최소한의 연대의 끈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관용과 진실에 기초한 공동체정신을 헌법이라는 가치로 시급히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헌법은 국민통합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헌법개정은 국민 개개인의 구체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차원에서 국민 기본권, 국민 통합 중심으로 추진하되, 개헌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고,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이 될 수 있습니다.



3. 개헌의 내용


(1) 헌법은 제10조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제37조제1항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기본권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하더라도 기본권으로 인정될 수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일반적 행동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일반적 인격권, 명예권, 계약의 자유 등을 기본권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전에 그 존재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국민이 실효적으로 기본권을 보장받는데 한계가 있고, 특히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사회적 기본권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으면 보장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기회의 균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지만 결과의 불평등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경쟁의 결과 뒤쳐진 계층을 끌어 올려 주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소외계층의 눈물과 한숨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법제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본권의 내실화 내지 실질화가 요구됩니다.


따라서 기존 기본권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기본권에 대응하는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새로운 기본권을 추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환경권, 소비자기본권, 가족생활기본권을 기본권으로서 명확히 규정하며, 알권리를 강화하고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보기본권, 사학의 자유 등을 신설하는 한편, 저소득층,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회적 기본권의 내용과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 등이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민주화와 더불어 이념 편향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을 일삼으며 상대방을 공존해 나가야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수렴해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것은 국가공동체의 올바른 의견을 형성해 나가기 위한 과정이므로 의견이 다른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즉,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공동체적 연대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고, 국가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개인 사이의 최소한의 연대의 끈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우리가 하나의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세계의 많은 헌법에서는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국민적 결속을 다지기 위해 수도, 국기, 국가, 언어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개헌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상징을 헌법에 천명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재확인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3) 대한민국 헌법은 정치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질서의 두 축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적법절차를 핵심으로 하는 법치주의를 그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이러한 이념과 수단에 의해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질서는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구현 및 행복추구권의 보장입니다.


헌법이 기본으로 하고 있는 이들 제도는 지금까지 인류가 모색해 온 정치, 경제, 사회체제에 관한 최선의 제도로서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 헌법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체제의 지향점이자 헌법개정의 한계입니다.


이 점은 헌법이 국가 목표로서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한 것이어야 함을 천명(헌법 제4조)하고 있는 데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헌법에서는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인지 자유민주주주의, 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를 헌법의 기본원칙으로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몇 년간 헌법을 자기편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헌법을 폄훼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되고 심지어 헌법마저 이념투쟁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개헌을 한다면 헌법에 처음 나오는 총강부분에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를 기본원칙으로 규정하고, 헌법이 누구든지 지켜야 하는 대한민국의 최고법임을 확인하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4)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4년 중임 대통령제, 이원정부제, 의원내각제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이원정부제는 그 표현형태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행정권을 분점하는 것을 본질적 요소로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총리가 부서해야 하므로 대통령과 총리가 대립하는 경우에는 국정혼란이나 국정마비가 초래되어 그로 인한 불이익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이 떠안게 될 것입니다.




특히 아직도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고, 선진국 진입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서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부의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도 할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이원정부제를 운영한다고 평가받는 프랑스에서도 세 차례의 동거정부의 경험에 대한 반성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킴으로서 이원정부제에서 대통령제로 근접한 바 있습니다.

의원내각제는 장기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치구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헌정의 대부분이 대통령제를 채택한 결과 국민에게 친숙하고, 현행헌법의 대통령 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하여 국민적 여망을 담아낸 것으로서 대부분의 국민이 선호하고 있으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안보현실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4년 중임 대통령제와, 현행헌법의 국무총리제 대신에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지역 간 대립을 완화할 수 있는 부통령제를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이미 많은 국민들 사이에 암묵적 합의사항이기도 합니다.


(5) 2010. 1. 13.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요한 기반을 조성하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어 4. 14.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인류의 공동유산인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보다 확실히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헌법적 차원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직접 다루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는 환경이 인류공동의 자산임을 확인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환경헌장을 제정하였고, 헌법 전문에서 환경헌장에 규정된 권리·의무를 존중하도록 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헌법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바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헌법에 저탄소 녹색성장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고, 인류의 공동자산인 환경과 세계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명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지난 3. 26. 서해상에서 발생한 해군함정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국가안전보장시스템에 관한 총체적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제도화하여 헌법에 담아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그 일례로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조직, 기능, 위상 등이 현행헌법상 불완전하거나 미비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운영이 형해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상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대통령자문기관으로서 다른 자문기관과는 달리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필수적 기관이지만 헌법에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 군사정책 및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고만 되어 있어 어떤 긴급 안보현안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인지도 명확하지 않으며 헌법에 근거한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역시 내용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 안보현안시 법률에 근거가 미흡한 안보관계장관회의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와 같은 임시조직으로 대처하기에는 그 정책결정의 영속성, 일관성 및 국민적 신뢰성의 확보면에서 미흡하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개헌시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국가안보총괄기관으로 격상하거나 상설적 심의기관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할 것입니다.



(7) 그 밖에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과 망국적 지역 간 대립을 완화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바람직한 입법지침을 헌법에서 정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헌에 드는 비용과 에너지를 감안하면 법률로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은 개헌 논의에서 제외하고 헌법적으로 국민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사항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4. 개헌의 시기 등


(1) 헌법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따라야 할 국가의 최고규범이고, 헌법개정안이 발의되어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공고하게 되면 수정이 불가능하고 가부만 결정할 수 있으므로 개헌안에 대한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충분한 의견 수렴은 국회의 입법절차에 비하여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정부에 들어서, 미국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등 시급한 당면과제를 해결하느라 아직 국민 간에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때에 다음 대통령 선거가 2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권력구조의 대대적 개편을 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권력구조 내지 통치구조를 바꾸는 개헌 논의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 취임 후 그 임기 중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개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현시점에서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현정부 임기 중 굳이 개헌을 한다고 한다면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국민 기본권의 강화, 사회 통합과 국가정체성 강화를 위한 개헌과 더불어 현행 대통령제를 일부 개편하는 성격의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그동안 개헌논의는 국회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고 정부는 가급적 입장을 자제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대통령에게도 개헌안 발의권이 있고 이는 정부입장에서 개헌수요를 발의하라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특히 개헌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문제라든지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배제하는 문제,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는 문제 등은 사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사항들에 대하여 대통령이 별도의 개헌안을 발의할 수도 있으나, 개헌절차상 국회의 개헌안과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심의과정에서 절충하여 하나의 대안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밖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타 헌법기관과 관계된 내용도 많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하여 각 헌법기관 간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최선의 결론을 얻은 후에 개헌안이 성안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여론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야 합니다. 어차피 개헌은 단일안에 대하여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에서 가부만을 묻게 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 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20년간 누적된 국민들의 개헌수요도 반영되어야 하는데 사안에 따라서는 서로 간의 대립과 갈등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현명하게 조정하여 최적의 헌법을 만드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5. 국민축제의 장으로서의 개헌


(1) 헌법 제2조 및 제130조에서 모든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가의 최고의사결정의 장전인 헌법의 개정은 주권자인 국민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우리 헌정사에서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이 진정한 개헌의 주체로서 개헌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된 후 9차례에 걸친 개헌은 모두 통치조직 내지 통치기관의 형태와 구성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기본권에 관한 손질은 그 과정에서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는데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룩된 지금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의 개정은 국회나 정치권 중심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명실상부한 헌법개정권력으로서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형성하고 개헌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개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2) 헌법 역시 법규범이기 때문에 그 규율대상인 정치, 사회 현상이 변하면 헌법규범과 사회현실 사이에 부조화 현상이 생기게 되고 따라서 그 틈을 메우기 위하여 개정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헌정사에서와 같이 특정인의 집권연장이나 특정세력의 계속 집권을 위한 권력구조의 개편에 초점이 맞춰진 개헌의 되풀이는 헌법현실의 변천에 따른 헌법개정론과는 무관한 국력낭비와 민심이반의 연례행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헌법개정 문제는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강화하고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공고하게 하는 차원에서, 또한 우리 사회의 망국적 병폐인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치적 흥정과 편의를 떠나 헌법개정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되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전제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향후 개헌논의야말로 국민 중심의 개헌,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하는 개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국민통합의 개헌, 모든 국민이 더 나은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국민 축제의 장으로서의 개헌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