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행정소송의 제기요건과 본안심리
- 구분논단(저자 : 박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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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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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1,403
- 담당 부서
대변인실
차 례
Ⅰ. 환경행정소송의 제기요건
1. 處分性
2. 原告適格
(1) 현행 행정소송법해석론과 문제해결방향
(2) 원고적격의 확대
3. 訴의 利益
Ⅱ. 환경행정소송의 本案審理
1. 불확정개념에서의 재량과 판단여지
2.예측결정에서 불확정개념의 해석·
적용
3.재량권한계의 심사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
4. 증거심리 및 입증의 문제
Ⅲ. 환경행정소송과 假救濟
Ⅳ. 집단소송제도의 도입과 문제점
1. 집단분쟁에 있어서의 행정소송의
역할
2.환경행정소송에 있어서의 집단소송의 도입가능성
3.환경법상 집단소송과 행정상 이행소송의 문제
Ⅴ. 結 論
환경행정소송의 제기요건과 본안심리
박효근(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법학박사)
I.
환경행정소송의 제기요건
1. 處分性
1)김도창, 一般行政法論(上) , 靑雲社, 2000, 756면 참조.
행정소송의 목적물인 행정처분의 범위는 행정소송법상 처분의 개념에 관한 규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講學上의 행정행위 개념보다 더 넓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행정소송법 및 행정심판법 제2조는 處分의 개념에 협의의 처분뿐만 아니라 공권력의 행사와···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규정을 통해 앞으로의 시대적 수용에 따라 학설·판례를 통하여,··· 이른바 형식적 행정처분의 개념 아래 거론되는 행정작용들이 이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當否와는 무관하게 위의 법규정에 따른 處分의 개념은 해석론상 당연히 講學上의 행정행위의 개념보다는 넓은 것이 될 수밖에 없고, 구체적으로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이 무엇인가는 결국 학설발전과 판례형성을 통하여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분성의 결여를 이유로 소송이 却下되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환경행정소송에 있어 다투어지는 행정의 행위형식에 따라 소송의 접근가능성이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2)“도시계획법 제12조 소정의 도시계획결정이 고시되면 도시계획구역 안의 토지나 건물소유자의 토지형질변경, 건축물의 신축·개축 또는 증축 등 권리행사가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바, 이런 점에서 볼 때 고시된 도시계획결정은 특정개인의 권리 내지 법률상의 이익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행정청의 처분이라 할 것이고 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1989. 3. 9. 선고 80누105판결)
예컨대, 원자력행정의 실행수단 중 규제조치가 행정행위의 법적 성질을 띠는 경우 이를 행정쟁송의 대상으로 삼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규명령·일반처분 또는 행정계획·행정지도 등의 경우에는 그 처분성·원고적격 및 사건의 성숙성 등과 관련하여 문제가 없지 않다. 다만 행정계획에 관하여는 대법원이 舊도시계획법 제12조에 의한 도시계획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한 바 있으므로 그 한도 내에서는 행정쟁송이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환경관련 지역·지구·구역설정 역시 도시계획으로 결정되는 이상, 이러한 판례취지에 따라 그 可爭性을 지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조치들 가운데에는 사실상의 침익적 효과를 미침에도 불구하고 처분성이 부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러한 유형의 행정작용에 처분개념을 확장하려는 취지에서 이른바 형식적 행정행위 의 개념이 주장되고 있지만,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상 처분 개념을 해석하는 문제와 이를 바탕으로 새로이 형식적 행정행위개념을 정립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서 이 처분 에 해당되지 않는 행위형식에 대한 행정쟁송유형을 강구하는 것이 행위형식의 다양화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 환경행정과 관련하여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기준으로 위의 협의의 처분과의 동가치성을 인정할 것인가에 있으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행위가 행정심판·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느냐에 있다. 생각건대 상대방의 수인의무를 발생시키는 권력적 사실행위의 경우에는 처분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이며, 그 밖의 경우에는 무리하게 그 처분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공법상 당사자소송 등과 같이 그에 적합한 소송형태를 해석론상 또는 입법론상 확충시켜 나가는 형식에 의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正道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처분성에 관한 현실적 문제의 해결방안으로서 첫째, 행정청이 사업자에게 대하여 하는 시설 등의 인·허가는 강학상의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그 처분성이 인정된다. 둘째, 인·허가 등이 공공단체, 회사, 공단 등 행정기관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團體에 대하여 주어지는 조치인 경우, 이러한 조치는 행정조직 내의 내부적 행위이므로 처분성을 결한다고 보는 입장이 주류적 태도였으나, 근래에 와서는 그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 대법원이 정의하는 처분개념을 환경상의 취소소송에 적용하여 보면, 행정청이 민간사업자에 대하여 하는 시설 등의 認·許可는 講學上의 行政行爲이기 때문에 處分性이 인정된다. 그러므로 인근의 주민이 그 取消를 구하여 제기하는 訴는 訴의 利益 등 다른 요건이 충족되면 적법하게 성립한다는 점에 대해서 의문이 없다. 처분의 개념을 확대하고 취소소송의 이용범위를 넓혀서 환경이익의 보호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환경이나 주민의 건강은 일단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경보전과 주민의 건강을 둘러싼 분쟁은 가능한 한 早期에 대응하여야 한다.
2. 原告適格
(1) 현행 행정소송법해석론과 문제해결방향
행정소송의 본질 내지 기능을 근본적으로 주관적 권리구제로 보는 현재의 입장에는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행정소송의 기능 내지 본질은 행정의 적법성 통제수단이라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원고적격을 통한 訴權의 제한은 이른바 민중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고안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권리침해 내지 법률상 이익의 침해를 원고적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채택하는 것이 논리필연적인 구조는 아니다.
3)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항고소송은 객관적 법질서의 관철을 위한 객관소송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이러한 차이점에 대하여는 Albert Bleckmann, Zur Dogmatik des Allgemeinen Verwaltungsrechts Ⅰ, 1999, S. 99-101, 145-171 ; Claus Dieter Classen, Die Europ isierung der Verwaltungsgerichtsbarkeit, 1996, S. 10-22, 39-65. 유럽법상 행정소송도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객관소송이다. 이에 대하여는 Claus Dieter Classen, a.a.O., S. 22-38, 65-87 참조. 이원우, 현대 행정법관계의 구조적 변화와 경쟁자소송의 요건 ,『競爭法硏究』 제7권, 2001. 4. 148면 재인용.
4) 이원우, 전게논문, 148면 참조.
독일의 경우 전통적으로 이른바 행정법의 주관화를 그 특색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독일의 독특한 역사적 산물일 뿐이다. 항고소송, 특히 취소소송을 주관적 권리구제소송으로 보는 것은 바로 이러한 독일의 특유한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 우리 행정소송법규정들을 체계적으로 살펴보면, 원고적격에 관한 보호가치이익설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유력하며, 사실상의 이해관련성만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독일의 보호가치이익설의 주장도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보호규범론의 틀 내에서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규범으로 파악하여 기본권으로부터 직접 주관적 공권이 도출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와 결과적으로 동일한 결론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들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보호가치있는 사실상의 이익을 헌법상 기본권, 특히 인격발현권과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입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Henke도 순수한 사실상의 관련성이 아니라 관련법률의 객관적 해석이 중요하다고 하고 있으며, Bernhardt는 이익영역을 파악함에 있어서 기본법 제2조 1항(자유로운 인격발현권)을 관련짓고 있다.
“법적으로 보호된 이익이 기본법 제2조 1항을 통하여 프랑스에서와 같이 모든 보호가치 있는 이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A. Bleckmann의 주장은 이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고 하겠다. 이러한 방식, 즉 헌법상 기본권규정을 보호규범으로 파악함으로써 법적으로 보호된 이익(법률상 이익)을 사실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으로 확대시키는 방식은 판례의 커다란 변화 없이도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본다. 경쟁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우리 헌법재판소도 예외적·보충적으로는 기본권을 보호규범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본다.
5)Henke, Zur Lehre vom subjektiven ffentlichen Recht, in: FS f r Werner Weber, 1974, 495, 510 f.
6) A. Bleckmann, Zur Dogmatik des Allgemeinen Verwaltungsrechts Ⅰ, 1999, S. 167 f.
7) 헌재 1996. 12. 26 선고, 96헌가18 판결.
8)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동희, 행정법Ⅰ, 2004, 622면 이하 참조.
결론적으로 주관적 공권의 성립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기본권을 보호규범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 통설이 명백히 근거를 제시하거나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처분의 상대방의 경우 당해 처분의 근거법률이 보호하고 있는 이익의 방향을 따지지 않고 바로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상대방이론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 특히 자유권적 기본권의 방어권적 성격을 그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이다.
(2) 원고적격의 확대
행정심판법(제9조)과 행정소송법(제12조, 제35·36조)은 청구인적격 또는 원고적격을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 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상 이익 이 무엇을 말하느냐에 관하여는 종래 주관적 공권의 개념 및 취소소송의 목적과 관련하여 ‘권리설’, ‘법률상보호이익설’, ‘법률상 보호가치이익설’, ‘처분의 적법성보장설’ 등이 대립되어 왔다. ‘법률상 보호이익설’과 ‘법률상 보호가치이익설’이 현재 일반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입장이지만, 통설과 판례는 ‘법률상보호이익설’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정법규의 해석에 그치지 않고, 係爭處分의 성질에 따라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만한 실질적 이익을 가진 자에게 널리 원고적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는 ‘법률상 보호가치이익설’이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
9)大判 1976. 5. 25, 75누238.
우리나라 대법원은 환경소송에서 주거지역에서의 연탄공장 건축허가취소소송사건에서 건축으로 인한 공해(소음·진동·공기오염·폭발위험 등)로 인해 거주상의 불이익을 받는 인근주민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행정법상의 통념에 의하면 행정상의 규제나 단속의 제1차적인 목적은 사회공공의 질서유지이고 국민 개개인의 이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어 왔기 때문에, 인근주민 등이 제3자에 대한 認·許可를 다투는 법률상의 이익은 용이하게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해문제가 심각하게 됨에 따라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인식되게 된 오늘날에는 공해방지·환경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규제법의 집행에 의하여 보호되는 환경상의 이익은 법률상 보호된 이익 으로 해석되어 부근의 주민에게도 개발행위 등의 인·허가를 다투는 원고적격을 승인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건축확인, 원자로의 설치허가 등을 인근의 주민이 다투는 경우나, 어업권자가 공유수면의 매립면허를 다투는 경우에는 공해의 회피를 구하는 주민들의 생활환경상의 이익은 법률상의 이익 에 해당한다고 하는 해석이 점차 승인되게 되어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경향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환경행정소송은 지역환경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오염지역에 거주하는 자들의 공통이익과 관련된 분쟁이고 다수의 원고를 옹호하는 집단소송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많다. 그런데 당사자는 다수라 하더라도 분쟁 그 자체는 획일적으로 확정되어야 할 성질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訴訟物은 실질적으로 하나로 보아도 지장이 없다. 원자력행정소송을 비롯한 환경행정소송의 법리는 이러한 소송형태를 근거로 하여 집단적 분쟁해결에 적절한 절차아래 진행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예를 들면, 원고적격의 인정에 관해서도 명백하게 원고적격을 갖는 오염이 현저한 지역주민이 중핵이 되어 原告團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에는, 기타의 원고에 관하여 일일이 원고적격을 심사하는 것은 무용하다. 법원은 일견하여 명백히 적격이 없는 자의 소송관여를 배제하는 것은 별도로 하고, 기타의 자에 대하여 일일이 적격을 논할 필요없이 일체로서의 原告團에 지역적 분쟁해결을 구하는 적격을 인정하여 실체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합치하는 것이다.
10)李起翰, 美國의 公益訴訟制度 , 참여연대 심포지움 1996. 11.
11)그러나 法律上 利益 의 개념에 관해서는 특히 그것을 권리와 같은 것으로 볼 것인가와 관련하여 논란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金道昶, 전게서, 240, 773면 ; 석종현, 一般行政法(上) , 三英社, 2004, 178면 이하)은 법률상 이익=권리+법률상 보호이익이란 공식으로 요약되는 반면, 다른 일부의 견해는 법률상 이익=권리의 공식, 다시 말해서 양자를 동일시하는 입장(金南辰, 行政法Ⅰ , 法文社, 2004, 104면 ; 金東熙, 行政法Ⅰ , 博英社, 2004, 84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인의 관여에 의하여 쓸데없이 심리가 복잡하게 되는 것을 피하고 절차의 원만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選定當事者제도와 유사한 취급을 하여 심리절차의 간소화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행의 행정소송법은 개인적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개별분쟁처리절차로서 구성되어 원자력행정소송을 비롯한 환경행정소송과 같은 지역적·집단적인 분쟁해결의 수단으로서는 불충분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원자력행정소송을 비롯한 환경행정소송의 운영에 있어서는 집단적 분쟁해결의 기법으로서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것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통하여 행정심판법(제9조)과 행정소송법(제12조, 제35·36조)은 청구인적격 또는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은 쟁송법적 차원에서 주관적 공권의 확대를 제도화한 것으로 파악하는데 의문이 없다. 즉, 이 법률상 이익 의 해석을 통해 본래적 의미의 권리뿐만 아니라 법률상 보호이익설 의 침해에 대한 구제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론적 논의에 부응하여 구체적으로 법률상 이익의 인정여하를 둘러싼 판례의 발전은 원고적격의 확대경향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으며 이러한 원고적격의 확대과정은 결국 관계법규정의 해석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호범위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마땅한 이 원고적격의 확대경향은, 특히 환경법적 관련을 지닌 분야에서 계속 관철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 원고적격의 확대경향을 뚜렷이 보여 주는 사례로서 대법원 1998. 9. 4. 선고 97누19588판결이 있는 바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자로시설부지사전승인처분의 근거법률인 舊원자력법(1996.12.30. 법률 제5233호로 개정되어 1997.7.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제11조 3항에 근거한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부지사전승인처분은 원자로 등의 건설허가 전에 그 원자로 등 건설예정지로 계획중인 부지가 원자력법의 관계규정에 비추어 적법성을 구비한 것인지 여부를 심사하여 행하는 사전적 부분건설허가처분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원자력법 제12조 2호·3호로 규정한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허가기준에 관한 사항은 건설허가처분의 기준이 됨은 물론 부지사전승인처분의 기준으로도 된다.
원자력법 제12조 2호(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위치·구조 및 설비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술수준에 적합하여 방사성물질 등에 의한 인체·물체·공공의 재해방지에 지장이 없을 것)의 취지는 원자로 등 건설사업이 방사성물질 및 그에 의하여 오염된 물질에 의한 인체·물체·공공의 재해를 발생시키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시행되도록 함으로써 방사성물질 등에 의한 생명·건강상의 위해를 받지 아니할 이익을 일반적 공익으로서 보호하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사성물질에 의하여 보다 직접적이고 중대한 피해를 입으리라고 예상되는 지역 내의 주민들의 위와 같은 이익을 직접적·구체적 이익으로서도 보호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지역 내의 주민들에게는 방사성물질 등에 의한 생명·신체의 안전침해를 이유로 부지사전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 라고 판시하였다.
환경행정소송, 특히 원자력행정소송에 있어 원고적격의 문제는 원자력관계법의 해석을 통하여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앞으로 원자력관계법의 해석에 있어 환경권 및 국가의 환경보전의무에 관한 헌법규정으로부터 결정적인 지침을 도출해내는 적극적 해석론과 이에 따른 판례형성이 요망된다.
행정소송법 개정안은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전제하에 행정소송법 제12조의 ‘법률상 이익’이라는 문구를 ‘법적으로 정당한 이익’으로 변경하고 있다. 그것은 ‘법률상’이라는 수식어가 원고적격의 요소가 되는 이익을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원인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학설은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현재의 판례의 입장보다는 확대하여야 한다는데 일치하고 있다. 다만, 그 해결방안에 관하여 견해가 다양하다. 원고적격에서의 이익을 ‘정당한 이익’으로 규정하자는 견해도 있었는데, ‘법률상 이익’이라는 문구 대신에 ‘정당한 이익’이라고 할 경우 사실상 이익도 소의 이익이라고 보자는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 그리고 나아가 그렇게 하면 항고소송이 객관소송화 또는 민중소송화된다는 오해도 있을 수 있어 이러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정당한 이익’ 앞에 ‘법적으로’라는 문구를 두게 된 것이다.
12)행정처분의 취소소송에서 本案判決을 하기 위해서는, 取消判決을 통해 원고의 구제가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취소판결을 통하여 행정처분의 위법이 확정되고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原告에게 觀念的인 만족을 줄 뿐 현실적인 구제가 될 수 없을 경우에는 訴의 利益은 인정되지 않는다.
개정안이 입법되는 경우 행정행위의 근거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ㆍ구체적 이익이 아닐지라도 명예ㆍ신용회복, 헌법상 기본권 등 일반적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등에도 원고적격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첨언할 것은 개정안에 의해 위와 같이 원고적격을 확대할 가능성이 열린 것에 불과한 것이며 판례가 그 보다 엄격한 해석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 정당한 이익이외에 구체적 이익, 이익침해의 직접성, 현재성 등의 요건은 해석상 당연히 원고적격의 인정요건이 된다. 사견에 의하면 미국법상의 ‘이익영역기준’(the zone of interest test), 즉 원고가 갖는 이익이 행정결정의 적절한 기준의 하나가 되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입장이 개정안의 타당한 해석의 하나라고 본다.
3. 訴의 利益
우리나라의 현행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이 주관적 소송이므로 취소소송에 있어서의 소의 이익이 문제가 된다. 일반적인 소송에서 소의 이익이 문제되는 것은 다음 두 가지의 이유에서이다. 즉, 국가기관으로서의 법원을 소송의 홍수로부터 보호하고 그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시키며 사법적 해결을 필요로 하는 사건에 지장을 주지 않음과 동시에, 부당한 應訴의 번잡으로부터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취소소송의 경우에는 ‘濫訴의 폐단’으로부터 행정을 보호하며 행정의 원활한 운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13)VwGO §80②에서는 집행정지효력에 대한 예외로서 정지효가 발생하지 않는 사유로서, “①公租公課( ffentliche Abgabe) 및 공법상의 비용(Kosten)을 징수하는 경우, ②경찰집행기관(Polizeivollzugsbeamten)의 유예하기 어려운 명령 및 조치, ③연방법률이 정하고 있는 경우, ④공익 및 관계자의 중대이익을 고려하여 행정청 또는 법원이 특별히 즉시집행(Sofortige Vollziehung)을 하도록 명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생각컨대, 국가기관으로서의 법원에 의한 분쟁해결의 실효성의 확보는 당연한 것이다. 자기의 권익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자나 소송매니아를 위하여 법원이 재판을 할 이유는 없는 것이며, 더욱이 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과 재결을 취소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일 경우와 행정처분을 취소하여도 실제적으로 의미가 없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통하여 본안심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피고와 제3자인 이해관계인의 권익의 보호도 중요한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자기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각자의 정당한 권리이며, 원고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소송을 제기하는 한 원고의 권익을 침해하는 자가 피고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와 관련없는 경우에는 부당하고 무의미한 소송에 응소할 부담은 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행정소송법은 취소소송이 제기되어도 처분의 효력은 정지되지 않는 이른바 ‘執行不停止의 原則’이 채택되어 있으며, 독일의 행정소송법에서는 법률에서 원칙적으로 취소소송에 집행정지의 효과를 부여함으로써 취소소송의 제기에 의한 행정처분의 효력의 정지자체가 피고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적으로 간혹 문제되는 것은 건축허가에 대하여 인근주민이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개발계획의 주체로서의 행정청과 제3자인 건축주가 계획의 지연과 건축비용의 증가로 인하여 불측의 손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설치허가에 관한 사건 등에서는 더욱 첨예한 문제가 발생한다. 취소소송을 통하여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개인의 권익구제를 도모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는 행정청의 처분에 대하여 누가, 어떠한 경우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취소소송에 있어서 소의 이익과 관련하여서는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로는, 처분의 취소소송 대상적격성, 둘째로 원고적격성, 셋째로 협의의 소의 이익이 그것이다. 이들 세 가지의 문제는 논리적으로 각기 구별될 수 있지만 실제사안에 있어서는 이들 세 가지 사항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의 과거 판례는, 취소소송의 訴益을 행정처분의 직접적 효력의 제거 에만 있는 것으로 좁게 보아 왔다. 종래의 행정소송이론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일련의 행정처분에 의하여 행정과정이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최종단계에 해당하는 행정절차에서 당사자의 권리·의무가 구체적이고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訴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訴의 利益이 상실되는 경우로서는 행정처분에 의존하여 개발이 행하여져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버려서, 이제는 처분을 취소하여도 기정사실의 복구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되기에 이르고 있는 경우에는 취소판결로서도 구제의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訴의 利益은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Ⅱ. 환경행정소송의 本案審理
원자력행정소송을 비롯한 환경행정소송의 심리도 행정소송의 일반원칙에 따라 처분의 위법성일반에 미친다. 행정청의 사실인정 및 법률해석과 그 적용의 適否가 모든 각도에서 심리되는 것이다. 법원은 스스로 사실인정과 법률해석에 의거하여 독립적인 판단을 형성하고, 처분의 適否를 종국적으로 판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과 관련된 행정법규 가운데에는 행정청이 전문적인 입장에서 기술적 내지 정책적으로 적정한 판단을 선택·결정하도록 기대하고 있는 조항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기술적 사항에 관한 司法關與의 방향이 원자력소송에서는 특히 중요한 검토문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개발이냐 환경이냐를 둘러싼 장래의 재판에서 법원은 어떠한 역할을 완수하여야 할 것인가가 문제인 바, 아마도 법원의 적당한 역할은 행정청이 그 정책적 판단을 형성함에 즈음하여 공정한 입장에서 개발의 필요성과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충분히 비교검토한 뒤에 의욕적·독단적이라고 생각되는 바가 없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는가 어떤가를 감시하는 점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1. 불확정개념에서의 재량과 판단여지
14)김남진, 행정법Ⅰ , 2004, 225면 ; 홍준형, 행정법총론 , 2004, 164면.
15) 김해룡, 행정상의 미래예측의 법리 ,『공법연구』 제21호, 337면 참조.
16) 김해룡, 전게논문, 337면 참조.
행정법규 가운데 불확정적인 개념이 사용될 경우 행정청이 그 개념에 관해 판단의 여지를 갖는가, 그리고 그것은 곧 재량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에 관해 그동안 불확정개념, 보다 엄밀히는 불확정법개념의 사법심사범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독일의 통설적 견해에 따를 경우 법률요건 부분에 관해서는 재량이 있을 수 없고, 불확정개념이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하나의 정당한 결론만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확정개념에 대해 당연히 전면적인 사법심사가 미치는 것이 옳으나, 다만 이 경우에도 사법심사가 여의치 않은 행정청의 평가적인 영역이 존재하므로 재량과 다른 ‘판단의 여지’(Beurteilungsspielraum)를 인정함으로써 사법심사의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판단여지개념은 법적 개념인 불확정개념에 대해 “사법심사의 (사실적 및 규범적) 한계와 행정의 자율성 내지 자기책임성을 고려하여 사법심사의 강도를 조정”하려는, 일종의 도구적 개념이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판단여지와 재량을 각기 표현된 입법자의 의도가 상이하다는 점에서 구별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재량과 판단여지를 구별할 실익이 없으므로 이를 포괄적으로 재량개념에 묶어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예측결정에서 불확정개념의 해석·적용
미래예측(Prognose)은 미래에 일어날 어떤 사실에 대한 정신적 판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진실이나 정확성판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행정결정의 현실진단(Diagnose)과 구별된다. 즉 미래예측은 현존하는 상태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를 넘어서, 인식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래에 발생할 상태를 평가, 예측하는 것이므로 현실진단과는 그 측정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즉 미래의 예측에 대한 현재의 판단기준은 실증적 평가보다 학문적 판단과 객관화될 수 있는 사실적 추이분석이 필요하며, 특히 그러한 결정이 어느 정도 신중한 고려를 거쳤는가, 즉 어느 정도의 타당한 미래예측의 수단에 의해 판단되었는가가 중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미래예측결정에서의 재량판단은 계획재량의 특수성과 마찬가지로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의 蓋然性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사실판단과정에서 적어도 두 가지 분석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첫째는 미래예측의 바탕을 이루는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즉 미래예측의 바탕이 된 현실진단에 대해서는 그 정확성의 여부를 따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미래적 사실에 대한 개연성 또는 실현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최소한 객관적인 상황예측성하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가능한 과학적·통계적 방법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될 필요가 있다.
3. 재량권한계의 심사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
법원이 적극적으로 실체적 심사를 한 이상 재량결정시 고려된 형량요소가 합리적인 것이었는지를 심사하지 않을 수 없다. 즉“과학기술을 이용한 각종의 기계장치들의 경우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항상 어느 정도의 사고발생 등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그 위험성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하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또는 그 위험성이 상당정도 인간에 의해 관리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위험성의 정도와 과학기술의 이용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형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원자로에도 절대적인 안전성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법원의 형량결정에 대한 입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때문에, 통제의 척도를 법원이 설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4. 증거심리 및 입증의 문제
환경행정소송 등에서 재판통제는 사실관계조사와 평가의 어려움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관계에 대한 專門家鑑定(Sachverstaendigengutachten)이 여기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행정소송절차에서 사실조사와 평가는 행정의 결정절차에서의 그것과 종종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행정소송절차에서 전문가감정이 얼마나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즉 행정이 결정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후 행정소송과정에서 이를 다시 반복하는 것이 무익할 뿐 아니라 결정의 합리성을 제고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17)김해룡, 전게논문, 348면 참조.
18) BVerWG, DVBl, 1974, 556=D V 1974, 422.
그리고 이 문제는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지나치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민간기술단체의 감정에 의존하게 될 경우 사법부가 국가기관보다 사적 단체의 견해에 의존하게 되어, 에너지정책이나 기타 중요한 국가정책들이 공공의 통제나 책임이 미치지 아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행정청의 판단능력에 비해 사법부의 판단능력이 우월하여 행정청의 판단을 대치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며, 결국 행정청이 그런 노력을 했는가 하는 결정과정의 통제이상을 법원에 요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겠다.
Ⅲ. 환경행정소송과 假救濟
행정법상 권리보호로서 假權利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해서는 독일연방행정법원이 거듭 지적하고 있다.
본안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라도 개인의 권리를 보전하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발생의 방지 등 소위 기성화한 사실의 발생을 저지하기 위해서 잠정적인 소송수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비단 행정소송제도뿐만 아니라 민사소송, 형사소송을 비롯하여 헌법재판 등을 막론하고 모든 소송제도의 효율성과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19)우리나라 행정소송법은 독일과는 달리 소위 執行不停止의 원칙을 택하고 있으므로 제23조에 의한 執行停止의 요건으로는 적법한 取消訴訟이나 無效等確認訴訟의 제기, 처분의 존재, 회복할 수 없는 손해발생의 우려, 긴급한 필요의 존재 등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本案訴訟의 제기 이전에는 執行停止의 신청이 불가능하며 행정청의 不作爲는 집행정지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더욱이 행정쟁송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假救濟手段을 마련한다는 것은 실체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고 또 이를 뒷받침하는 완벽한 재판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에서 보면 당연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행정소송법도 제23조에서 행정처분 등의 효력·집행·절차의 집행정지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행정소송법은 제8조 2항에서 행정소송에 관하여 행정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상의 가처분제도가 행정소송제도에도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으나, 사실상 執行停止制度가 우리의 행정소송제도에서 유일한 가구제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 행정쟁송제도는 이미 언급한 독일의 제도가 다양한 가구제수단과 예방적 권리구제수단까지 인정하고 있는 것에 비교해 보면 상당히 미흡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행정객체의 권리보장뿐 아니라 행정의 능률성 확보와 신속한 공익사업의 수행이라는 목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행정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가구제수단을 비롯하여 현재의 행정소송제도 전반이 기성화한 사실의 방지나 행정작용이 행해지기 이전에 개인에게 필요한 조치를 허용하는 데 매우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위법한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한 경우 금전적인 전보수단보다는 침해이전의 원상회복을 위한 수단이 우선되고 재산권보장에 있어서도 보상보호의 수단보다는 존속보호의 의미가 강조됨에 따라 가구제수단과 예방적 권리구제을 어떠한 방향으로 정비해 가는가의 입법정책적인 과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의 문제는 아니며 행정소송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행정소송법이나 행정심판법은 사정판결제도와 사정재결제도까지 인정함으로써 가구제나 예방적 권리구제의 대상이 되는 사건을 본안소송단계까지 연장하여 결과적으로 기성화한 사실을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제도를 운영하는 사법부와 행정법학계는 과거의 형식적 의미의 권력분립주의와 사후적 행정소송관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행정소송제도의 새로운 의미와 기능을 찾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여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르는 행정소송법의 정비는 우리의 입법부에게 맡겨진 과제인 것이다.
Ⅳ. 집단소송제도의 도입과 문제점
1. 집단분쟁에 있어서의 행정소송의 역할
20)金鐵容, 집단소송입법화의 문제점 , 『현대행정과 공법이론』, 博英社, 1991, 12, 584면 참조.
21) 徐元宇, 集團的 利益保護制度 , 考試硏究, 1991. 3. 60면 참조.
22)Gordon, “New Developments in Legal Theory", in: D. Kairys ed, The Politics of Law. 281. 95(Patheon 1982) 참조.
일반적으로 말해서 민사법이나 형사법이 분쟁이나 피해가 발생한 후의 구제나 처벌을 중심으로 하고 그 예방적 효과가 간접적임에 대하여 행정법은 예컨대 공해발생원에 사전에 개입함으로써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 물론 민사법에도 留止訴訟 등 피해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적인 분쟁의 해결 때문에 일반적으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은 작다. 따라서 행정소송을 원활하게 활용하게 되면 분쟁을 조기에 동시에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가 있다. 특히 제3자에 대한 의무이행소송이 허용된다면 사인간의 민사적 분쟁해결보다도 분쟁을 용이하고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2. 환경행정소송에 있어서의 집단소송의 도입가능성
우리나라에서도 요즈음에는 각종의 집단적 사회문제, 예컨대 공해·환경문제와 소비자피해의 문제가 점차 심각한 양상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분쟁해결의 질서유지와 피해보상의 정의이념이 전제되는 한 특히 보통의 소송절차로는 구제받을 수 없는 소액다수자피해문제는 사적 이익을 위해서는 물론이며 공적 이익을 위해서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에서는 충분하지는 못하더라도 이에 관한 구제수단을 제도화하고 있는데 이들 제도는 우리에게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이들 제도의 우리나라에의 도입가능성과 타당성에 관하여 살펴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집단적 소송의 도입을 위해서는 먼저 집단적 소송을 부인하는 견해와 이에 대한 긍정론자의 비판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집단적 소송을 부인하는 견해의 이론적 근거와 이에 대한 긍정론자의 비판을 대체로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그 첫째가 집단적 소송의 판결은 분쟁의 해결의 차원을 넘어 법원 독자의 정책을 형성함과 아울러 법규범을 정립·발전시키는 기능이 너무나 강하므로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부인론자의 견해인 반면, 긍정론자에 의하면 이같은 문제는 현대의회의 한계를 생각할 때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며 사법부의 권한유월이라는 반박은 시대적 설득력이 약하다고 한다.
둘째는, 집단적 소송은 통상의 訴益에 비하여 이른바 비참가자의 이익을 위하여 직권주의가 강하게 지배되고 있으므로 자유주의·개인주의적 소송법론에 의하면 변론주의를 침해하는 것이 되고, 경우에 따라 개인의 訴權을 방해한다고 하는 것이 부인론자의 이론적 근거인데, 긍정론자에 의하면 현대형 분쟁은 그 이해관계가 널리 확산되어 있어서 각 개인은 자신의 권익침해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오히려 많으므로 집단적 소송을 통하여 각 개인에 대한 권리 내지 이익의 존재를 계몽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집단적 소송은 개인의 권익보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결코 訴權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이 긍정론자의 주장이다. 셋째로는, 당사자적격론의 시각전환을 들 수 있겠는데, 전통적 소송법론은 재판을 담당할 수 있는 정당한 당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상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자이어야 하며 원고적격에 대하여도 대체로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집단적 소송의 경우는 그 쟁점이 특정한 정책이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것도 적지 않다. 이 경우의 집단적 소송은 당사자적격의 흠결로 말미암아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부인론자의 견해이다. 이에 대하여 긍정론자들은 기존의 당사자적격요건이 본안판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집단적 소송을 비롯한 현대형소송을 제기하는 목적이 오직 본안판결을 받기 위한 경우보다 쟁점을 공통화하여 협상에 임하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當事者論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긍정론자들의 주장이다.
23)井上治典, 多數當事者訴訟の法理 , 弘文堂, 1981. 335면 참조.
24) 徐元宇, 전게논문, 63면 참조.
우리의 소송제도, 특히 다수당사자 소송제도는 공동소송을 기본으로 하고 참가제도를 가미한 형태가 전통적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이론은 집단적 이해관계가 얽힌 이른바 현대형분쟁에 대하여 무력함을 나타내고 있다. 즉, 현대의 소송제도는 집단적 분쟁과 관련하여 ①共同訴訟論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점, ②訴訟物論, ③旣判力論 및 立證責任論 등에 문제점이 제기되어 심지어는 ‘소송법의 무중력상태로의 표류’라고까지 말하여지기도 한다. 따라서 기존의 소송제도의 결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분쟁유형에 적합한 새로운 소송유형의 창출이 요구되어진다 할 것이다.
집단적 소송의 도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첫째, 한국의 현행법의 구조와의 갭과 그것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와 소송법상 차원에서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여기에서는 종래의 소송법이론에서 벗어나는 것으로서 당사자적격, 대표자적격 등의 문제에 있어서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는 점, 둘째 사회적 문제로서 집단적 소송을 탄생케 한 외국의 토양과 한국에 있어서의 법전통이나 민중의 권리의식의 강약의 문제가 있다는 점, 셋째 다수당사자를 포함하는 당사자적격의 문제의 처리는 필연적으로 법관의 재량권의 확대를 가져오게 되거니와, 이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입법조치가 없는 한 法曹로부터의 거부반응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3. 환경법상 집단소송과 행정상 이행소송의 문제
집단소송의 도입을 둘러싸고 전개된 이제까지의 논의들은 일반소송제도나 행정소송제도의 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기보다는 환경분야나 소비자보호분야에 있어 권리보호에 관한 특별법의 배려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는 별도로 환경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일반민사소송 및 행정소송법의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 오히려 이러한 일반소송법의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적격 및 소송절차상의 개선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집단소송도입론은 자칫 그 본래적 취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현행 행정소송법상 적극적으로 환경보전을 위한 조치의무의 이행을 관철시키는 데 적합한 소송유형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는 특히 처분의무, 기타 조치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행정소송, 즉 행정상 履行訴訟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환경소송의 개선방향을 행정상 이행소송의 도입에서 찾으려는 입법론적 주장들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행정소송이 단순한 기성권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공권을 구체화하고 확대·형성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전제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론적 결론은 특히 행정개입청구쟁송에 관하여 정당성을 가지며 환경권 등을 정식으로 인정한 현행헌법 아래서는 의당 이러한 소송유형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행정소송법 개정안은 공백없는 권리구제를 위하여 예방적 금지소송을 도입하였다. 예방적 금지소송이 도입되면 행정이 마비되고, 남소가 우려된다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예방적 금지소송을 취소소송에 대한 보충적인 구제제도로 엄격한 요건하에서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통상의 경우에는 취소소송과 집행정지신청으로 권익구제가 될 것이므로 예방적 금지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는 그 예를 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예외적이 될 것이다. 개정안은 또한 거부행위 및 부작위에 대하여 보다 실효성있는 구제수단을 마련하기 위하여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폐지하고 행정청의 거부행위나 부작위에 대하여 행정행위를 하도록 하는 소송인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였다.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면 법원이 행정청의 결정을 대신하게 되어 문제가 있다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의무이행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당사자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나 부작위가 위법한 때에도 법원은 기속행위 등에서와 같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할 의무가 명백하고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청으로 하여금 그 행정행위를 하도록 선고하고, 그 밖의 경우(통상의 재량행위의 경우 등)에는 행정청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행정청이 결정하는 내용의 행정행위를 하도록 선고하는 것에 그친다.
Ⅴ. 結 論
25)BVerWG, DVBl, 1974, 556=D V 1974, 422면 참조.
26) 宮田三郞, 行政裁量 ,『現代行政法大系(2)』, 有斐閣, 1984, 57면 참조.
※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법제처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행정소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假權利救濟에 관한 것이다. 행정상 권리보호로서 假權利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해서는 독일연방행정법원이 거듭 지적하고 있다. 집행정지제도의 운용이 자칫 不可逆的인 기성사실의 발생을 사전에 저지하기 위한 잠정적 구제제도의 의미는 대폭 감축되어 버리는 것이 되지 않기 위하여 假權利保護制度의 운용의 개선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둘째로, 법이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의 판정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법원의 판단사례를 보아도 결코 실체법의 취지가 訴의 이익의 유무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을 진실로 결정지을 실질적 요인이라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셋째로는 행정청의 전문기술성에 관한 문제이다. 법관은 과학적·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원자력소송이 시사하고 있듯이 복잡한 자연과학적·기술적 문제를 위하여 법관은 전문가의 감정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 법관은 자기의 주관적 판단을 행정청과 동일한 주관적 판단에 대치할 수 있고 행정행위의 적법성에 관해 행정의 판단과 다른 견해를 제시하였다 하여도 그것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주장은 법관과 동일하게 행정청도 고도의 과학적·전문적 지식은 가지지 않으며, 하물며 그것이 행정에 독점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에 서고 있다. 확실히 행정청도 법원도 고도의 과학적·기술적 전문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은 일면 정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자력소송과 같이 과학적 지식이 불충분하여 정설이 없는 문제에 관해서는 감정을 실시하여도 과학자의 의견이 다수 나누어지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그 중에 어느 것이 올바른가를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되고 법원마다 그 결과가 다를 때에는 무용한 혼란을 초래하게 되어 그것이 오히려 재판의 위신을 잃게 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따라서 과학재판을 鑑定에 의해 처리하려는 것에도 문제가 있으며, 오늘날의 과제인 것이다.
환경행정소송, 특히 원자력의 안전성을 다투는 소송은 국제적으로도 대개 원고패소로 끝났지만 그것이 법원의 판단능력의 한계에 관한 것이고 이것에 의하여 원자력의 안전성이 보장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금후 사안에 적합한 實體審査의 방식을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환경위해시설의 안전성에 관한 절차는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공개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