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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 구분수상(저자 : 서정범)
  • 등록일 2009-01-01
  • 조회수 1,603
  • 담당 부서 대변인실
도깨비 徐廷範 친구와 함께 한잔하는 자리에서. 술집 색씨의 꿈이야기다. 편편한 야산인데 나무는 한구루도 없다. 잔디가 파랗게 깔리고 그 위에는 빨간 진달래가 수를 놓아 있었다. 언덕 넘어서 뿔이 죽죽 뻗어 올라간 예쁜 꽃사슴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하도 고와서 풀을 뜯어 사슴에 주니 입엔 대지 않고 다가와서 안기는 것이었다. 순간 사슴과 성관계를 한 것이다. 나는 술집 색시의 꿈이야기를 듣고 놀람을 금하지 못했다. 이런 회괴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을 했으나, 사실은 사실임에 틀림이 없었다. 내가 꿈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인데 그렇다면 단국신화에서 곰의 자손이라는 것도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단군을 낳은 어머니가 胎夢에 곰을 보았거나 또는 꿈에 곰과의 관계가 있었다면 곰은 조상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尹氏"는 잉어를 먹지 않는데 잉어가 祖上이라는 것이고 "洪氏"의 祖上은 붉은 돼지라는 말도 있다. 곰이나 잉어나 돼지가 사람의 조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는 氏族의 祖上이 되는 母系의 胎夢과 관련된 것이라 여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꿈에 대한 약간의 관심을 가지게 된 서너달 뒤의 일이다. 어느 친구네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집에는 스므살 남짓한 식모가 있는데 꿈에 도깨비한테 홀려 한주일째 앓고 있다는 것이다. 눈만 감으면 그 꿈에 본 도깨비의 영상이 떠오르고 밤에는 부엌에서 그릇소리나 문 여닫는 소리만 들어도 꿈에 나타난 도깨비가 연상되어 솟으라쳐 놀란다는 것이다. 이래서 잠을 못 이루고 자연 식욕도 없어 먹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에 호김심이 나기에 도깨비한테 혼이 난 이야기를 하라고 했더니 꿈 내용이 너무 괴상망칙하고 창피해서 못하겠다는 것을 겨우 달래었다. 이웃집에 가정교사가 있는데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채 들어오더니 물을 한사발 달라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떠주었다. 그런데 물을 떠주는 자기 자신도 벌거벗은 그대로였다. 가정교사는 물사발을 받더니 입에도 대지 않고 옆에 놓는다. 그러더니 포옹을 하는 것이다. 둘이는 알몸둥아리로 포옹을 하고 있는데 담위에서 美軍들이 휘파람을 불며 저기 발가숭이가 있다고 손가락질을 하며 조롱하는 것이었다. 창피해서 둘이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말을 하려는데 혀가 뒤로 말려 말을 할 수가 없다. 겨우 사람을 피하여 조용한 숲속에 이르렀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어디서 큰 발자국 소리가 나기에 그 쪽을 바라보았더니 난데없이 두 개의 시꺼먼 전선주가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전선주가 걸어오나 하고 위를 올려 보았더니 뿔이 달린 샛까만 도깨비가 새빨간 눈, 하얀 이를 들어내어 성난 표정으로 돌을 한줌 쥐고 홱 뿌리는 것이었다. 도망치려니까 도깨비가 따라오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고막이 터질 지경이었다. 놀라 잠을 깨니 온 몸에 땀이 후질근 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꿈에 보인 전선주만한 도깨비가 눈만 감으면 나타나고 그릇소리와 바스락 소리만 나도 도깨비가 돌을 뿌리는 소리와 고함치는 소리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처녀와 다음과 같은 일문 일답을 하였다. ①이웃집 가정교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 ②가정교사와 말해 본적이 있는가 없다. ③가정교사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집 식모한테 물을 얻은 적이 있는가 있다. ④어떤때는 돈 잘 쓰고 옷 잘입는 양부인을 부러워 할 때가 있지 않은가 있다. ⑤양부인을 부러워하는 것은 생각뿐이지 않겠는가 그렇다. 챙피해서 어찌 양부인이 될 수 있을까. ⑥남의 집에서 일을 하려니 자연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할 적 있지 않은가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것을 꾹 참을 때가 많다. ⑦主人宅에서 가장 너에게 괴로움을 주는 이는 누구인가 큰딸이다. 일문일답에서 대개 짐작이 가겠지만 이 처녀는 이웃집 가정교사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어떤 때는 자기의 처지를 비관하여 양부인을 부러워함과 혀가 말린다는 것은 말을 못한다는 것이 反映되어 있다. 도깨비로 나타난 것은 그 집 딸인데 알아보니까 그집 딸의 성격이 좀 괴팍한 편이어서 비위에 거슬리면 밥상이고 세수물이고 식모에게 집어 던지며 욕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딸의 키가 굉장히 크고 피부가 검은데 꿈에 나타난 도깨비의 소리가 그집 딸의 음성과 꼭 같다는 것이다. 그 處女에게 解夢을 해주며 도깨비가 아니고 주인집 딸이 그렇게 변용되어 나타난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타일렀었다. 며칠 뒤에 알아보았더니 식모는 전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식모의 꿈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키 크고 피부가 검고 사나운 그집 딸이 꿈에 도깨비로 변용되어 나타났다는 사실인 것이다. 여기서 연상되는 것은 술집 색시의 꿈에 나타난 꽃사슴도 그것이 다만 사슴이 아니고 사람이 변용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술집 여자는 좀 뚱뚱한 편이니까 그가 좋아하고 있는 남자는 꽃사슴과 같이 생김이 훤칠하고 좀 여윈편의 남자가 변용된 것이리라. 흔히 우리는 도깨비가 있다 없다 하는데 낮에 도깨비를 본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도깨비는 대개 밤에 나타나며 비가 오거나 무덤가 이거나 상여를 넣어두는 집이거나 사람이 죽은 곳이거나 좀 무서운 곳에서 도깨비의 이야기는 벌어지고 있다. 등산을 하다 관악산 기슭 어느 노인한테 들은 도깨비의 체험담이다. 비가 부슬부슬 나리는 밤, 무덤가를 지나는데 앞에 큰 古木이 두 그루 우뚝 서 있다 그런데 이 두 그루의 古木이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걸음을 멈추면 나무도 멎고 뒤로 물러서면 나무도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이 노인은 도깨비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다고 여기며 불을 보면 도깨비가 도망친다고 하는 말을 들었기에 성냥을 그었다. 그랬더니 도깨비인 두 구루의 고목이 없어졌다. 불이 꺼지자 다시 두 그루의 나무는 하늘을 찌르고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것이었다. 비는 계속 부슬부슬 나리는 캄캄한 밤이다. 노인은 다시 성냥을 그었다. 그런데 불빛에 비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쓰고 있는 갓에 거미줄이 두줄 걸려 있는 것이다. 거미줄을 치워버렸더니 앞에 버티고 서서 함께 행동하던 도깨비인 두 그루의 나무는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운전수의 체험담이다. 강원도에서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추럭을 몰 때 일이다. 비가 역시 보슬보슬 나리는 칠흑같이 캄캄한 밤, 조수도 없이 혼자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넘어 내려바지를 미끄러져 내리는 갑자기 길 한가운데 美女가 나타나 손을 드는 것이다. 운전사는 부래키를 밟을 겨를이 없어 핸들을 갑자기 돌리고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에 의식을 회복해보니 30미터나 굴러 떨어져 추럭은 산산조각이 났는데 이상스럽게도 운전수의 몸에는 상처가 하나도 안났다는 것이다 이 운전수의 말을 빌리면 그 美女는 도깨비의 짓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 오는 한 밤중에 추럭에 뛰어든 美女는 과연 도깨비일까. 운전수는 조수도 없이 혼자 비 오는 험한 산길이니 좀 무섭기도 하다. 밤이 늦어 피곤도 하고 시장기도 들고 졸리기도 하다. 이런데 美女라도 옆에 앉히고 이야기라도 하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비는 계속 나리며 캄캄하다. 의식이 희미해진다. 깜박 존다. 강행군할 때 졸면서 가듯 길가운데서 손을 드는 美女의 꿈이 나타난다. 이리하여 운전수는 핸들을 돌린 것이 아니겠는가. 平北 寧邊近處에서 목격한 사람의 이야기다. 사냥을 하고 어둑어둑해서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어디서 [발을 놓아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 보았더니 부락의 젊은이가 나무지게를 진채 엎으러져 "정근아 발을 놓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엎으러진 사람 외는 아무도 없고 발을 보니까 나무 그루터기가 그의 보선을 꿰고 있는 것이다. 나무를 해 가지고 돌아오다가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엎으러졌는데 죽은 정근이라는 친구가 발을 붙드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엎으러진 나뭇꾼은 가난한 노총각으로서 죽은 정근이와는 무척 가까운 친구다. 죽은 친구인 정근은 약 한 달 전에 결혼을 했다. 그는 가정이 풍부하였다. 정근이와 결혼한 여자는 노총각이 사랑하던 여자이었던 것이다. 처녀도 노총각을 사랑했지만 정근이와 결혼을 한 몸이라 밤에 밀회하는 것을 남편인 정근이에게 발각되었다. 정근은 그날부터 고민하여 일주일만에 죽은 것이다. 친구의 죽음에 가책을 느꼈던 노총각이 나무를 해가지고 돌아오다가 상여집 근처에 오자 더욱 어떤 불안감에 싸여 있었다.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자 죽은 정근이가 발을 붙드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도깨비는 어떤 불안과 공포에 싸여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도깨비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겠다. 식모의 꿈에 주인집 딸이 도깨비로 변용된 이유는 어디 있는가 식모가 도깨비를 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로 생김새와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 잠재의식이 그 집 딸의 행동에 항상 공포와 不安을 느끼던 것이 무서운 도깨비의 영상을 꿈에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므로 도깨비란 어떤 의미에서 남에게 불안과 공포를 주는 사람이 꿈에 도깨비로 변용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도깨비는 환상적인 것이지만 살아있는 도깨비는 사람인 것이다. 저기 어두운 골목을 보라 낮도깨비가 우쭐우쭐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불안과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도깨비는 우리 주변에서 활개를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