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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
  • 구분법제수상(저자 : 김용진)
  • 등록일 2009-01-01
  • 조회수 3,176
김 용 진 법제 수상 BJ2k4 “짐이 국가다”라는 루이 14세의 말은 절대군주시대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절대군주제란 뜻은 왕권이 하층민의 권익을 얼마나 보장하는 지의 여부와는 관계없고, 단지 왕권이 효과적으로 봉건세력인 귀족들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1655년 당시 17세의 혈기 넘치는 젊은 국왕은 사냥터에서 돌아오다가 사냥복 차림으로 갑자기 파리최고법원에 나타나 자신의 법률안에 제동을 가하는 귀족들에 대하여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었다. 당시 국왕은 법률안제정권을 가졌으나 국왕이 제정한 법률안은 등기하여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었고, 그 등기권은 파리최고법원이 가지고 있었다. 파리최고법원은 법복귀족으로 알려진 세습적인 신흥부유층 귀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파리최고법원은 그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법률안 특히 조세증액법률안에 관하여 국왕과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었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제2공화국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 우리 나라의 역대 헌법은 대통령에게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부여하였는바, 지금까지 57건의 법률안 재의요구의 사례가 있다. 그중 39건이 자유당이 창당되기 전인 제헌 2대국회에서, 7건이 여소야대라는 상황이었던 1988년과 1989년에 있었고, 그 외의 기간에는 거의 행사되지 않아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가 우리 헌정사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흔히 거부권 또는 비토권으로 알려진 이 권한의 행사가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으로 보이고 있고, 우리 나라의 일부 헌법교과서에는 대통령의 이 권한 행사에 일정한 제약이 있는 것처럼 기술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헌법 제53조제2항은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의 조건을 “법률안에 이의(異議)가 있을 때”로만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대통령에게 무제한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당연한 헌법상의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하여 일부 국민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승만 정권이 이 권한을 무리하게 행사한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당시 헌법 제40조는 재의요구 법률안이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종전과 같이 재의결되는 경우 법률로 확정되고, 확정된 법률은 대통령이 지체없이 공포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1949년 6월 15일 출석위원 144인 중 132인의 찬성과 10인의 반대로 재의결되어 법률로 확정된 귀속재산임시조치법을 대통령은 끝내 공포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지방자치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하여 1951년 7월 25일, 정부조직법중개정법률안 및 수산청설치법안에 대하여 1951년 9월 22일 각각 재의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명의가 아닌 국무총리의 명의로, 그것도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없이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국회는 이는 정당한 재의요구라 볼 수 없고 문제의 법률안은 기간의 경과로 이미 법률로 확정되었다는 결의를 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를 공포하지 아니하여 국회와 충돌하였다. 국회와 권한 다툼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에 위반한 국회와의 충돌은 설사 그 법률안에 대하여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라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의사결정에 다른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하여 서양인과 동양인은 그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고, 재의요구에 대하여 국회가 재의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법률안은 확정되어 다시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특히 제3공화국 이후 우리의 역대 헌법은 확정된 법률을 대통령이 공포하지 아니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공포하도록 하여, 이승만정권하에서와 같은 입법부 무시사례가 재발할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한편 대통령제의 모델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이 권한행사가 일상적인 것이 되어 있다. 1935년부터 1938년까지 4년간 당시 F. 루즈벨트대통령이 무려 265차례의 재의요구를 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잘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행정부공무원이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재의요구를 하지 아니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문제가 있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직접 법령을 집행하지 아니하므로 행정부에 비하면 법률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수 있고, 국회의원은 좀 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관련 행정부공무원은 당정협의나 개별 의원과의 접촉 등 여러 가지 방안을 통하여 재의요구라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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