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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대 이강섭 법제처장] 법령해석에 국민 목소리 반영하기[2021. 2. 26. 문화일보]
  • 등록일 2021-02-26
  • 조회수402
  • 담당부서 처장실
  • 연락처 044-200-6503
  • 담당자 황현숙

법령해석에 국민 목소리 반영하기[2021. 2. 26. 문화일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재심은 살인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청년이 재심을 통해 무죄로 판명되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다. 변호인이 사건 현장을 분석하고 목격자를 찾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보며 분쟁 해결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짚어 보게 됐다.

 

지난해 건설업의 일종인 구조물 해체 공사 업체를 운영하는 한 건설업자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적이 있다. 석면 해체·제거업도 같이 하고 싶어 구조물 해체 공사업의 기술인력을 석면 해체·제거 전담 인력으로 등록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관할 관청에 문의했지만, 다른 영업의 인력으로 등록된 사람은 전담 인력이 아니므로 등록할 수 없다는 답을 이미 들은 터였다. 관련 법령에서는 석면 해체·제거업을 하려면 석면 해체·제거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을 고용하도록 하고만 있을 뿐 인력을 중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건설업자의 해석 요청에 대해 법제처는 법령에 중복 등록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면 다른 업체의 석면 해체·제거 전담 인력으로 등록된 사람도 고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해석을 요청한 건설업자는 이를 논의하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석면 해체·제거 업계의 실상과 건설 현장에서 석면 해체·제거가 이뤄지는 공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해석위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심의할 수 있었고, 석면 해체·제거 전담의 의미를 엄격하게 보면 건설업자의 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로 작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제처는 정부 내에서 법령의 최종적인 유권해석 기관이다. 법령 조문의 의미를 두고 소관 부처가 국민이나 다른 행정기관과 의견을 달리하면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법리분석과 토론을 거쳐 법령의 의미를 명확히 밝힌다. 법령해석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지는 법원의 재판과는 달리 추상적인 법령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므로 관계인의 진술이 필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의견 대립이 큰 사안을 논의할 때에는 소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불러서 정책의 취지나 법령 집행 실태를 확인한다. 해석을 요청한 국민으로부터는 관행적 집행으로 인한 문제점 등도 추가로 들어 본다. 분쟁의 실체와 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다. 국민 참여를 더욱더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월에는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을 개정해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해석을 요청한 국민이 출석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권리가 침해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의 판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별도의 비용도 필요 없고, 23개월 만에 결론이 나오는 편리한 제도다. 명확한 해석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에 합리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권리가 사전에 보호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법제처는 행정기관과 국민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인 법령해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에 법령이 집행되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법령해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