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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대 이석연 법제처장] 국세청장과 담판해서라도 세무조사 기간 제한 - 법의 날 인터뷰
  • 등록일 2008-05-19
  • 조회수5,931
  • 담당부서 처장실

"국세청장과 담판해서라도 세무조사 기간 제한"

 

내일 '법의 날'… 이석연 법제처장 인터뷰

 

"기업 돕겠다며 만든 법이 정부 개입 근거로…
한件주의식 의원 입법은 결국 국민들이 피해"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 바로 현행 법령들 속에 깊이 박혀있는 '규제의 대못'을 빼버리겠다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석연 법제처장에게 이 일을 맡겼다. 이 처장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법령을 모두 손보겠다"고 한다. 25일 '법의 날'을 앞두고 23일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이 처장을 만났다.

―처장이 생각하는 '법'은 무엇인가.

"법(法)이 한자로 '물(水·수)이 흘러간다(去·거)'는 뜻이다. 순리를 따라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 법이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 법령이 그런 개념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가.

"오늘 현재 시행 중인 법률이 1246개, 각종 시행령이 3054개다. 여기에 국민 생활의 많은 부분을 직접 규제하는 행정규칙, 훈령, 고시가 1만8건이나 있다. 이런 1만4308개의 법령 중 상당 부분이 국민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법이 정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국민 생활 곳곳에 불편함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런 법령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 이석연 법제처장이 23일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가장 큰 장애는 법규정이다'라고 했는데.

"현행법상 공장 설립 허가권은 원칙적으로 시장·군수한테 위임돼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내규로 '농업용 저수지로부터 상류 방향으로 5㎞ 이내는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해놓았다. 상수원 보호구역이 아니어도 그렇다. 내규는 국무회의 심의도 없이 건교부가 자기 맘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이런 식으로 기업 창업을 어렵게 했다. 그래서 창업 관련 법령 정비에 대해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파주시가 6시간30분 만에 대학 분교 설립을 허락해 줬던 것과 같은 사례를 연구 중이다.

사실 정부가 (기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만든 무슨 지원법, 조성법, 육성법, 진흥법 등을 뜯어보면 모두 정부 개입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들이다. 헌법의 자유시장 정신에 위배되고, 경제 살리기에도 방해가 된다. 이런 규제 규정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기업 활동에 실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일반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법령도 손보겠다고 했는데.

"운전 중에 면허증을 갖고 있지 않다가 적발되면 벌금 3만원이다. 하지만 경찰은 다른 신분증을 통해 얼마든지 그 사람의 면허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1종 운전면허는 6년마다 적성검사를 해 갱신하게 돼 있는데 99%가 통과된다. 운전자의 정신병 경력 등은 국가가 따로 관리하는 만큼 이런 적성검사 같은 것은 폐지하는 게 좋다. 운전할 때 U턴도 마찬가지다. 미국 일본은 원칙적으로 할 수 있고 예외적으로 못한다고 돼 있는데 우리는 반대다.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구멍가게나 식당 규제 법령도 하나로 묶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교통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법령 상당수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법령이다. 앞으로는 '허용'을 원칙으로 하고, '금지'는 사회 안전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법령 제정 원칙을 바꾸겠다."

―규제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는 모두 권한이고 힘이다. 가만들 있겠는가.

"실제 반발이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상 법제처는 법령으로 표현된 정부 정책을 최종적으로 검증할 권한이 있다. 반발하는 부처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세무조사 기간 제한 문제로 국세청이 크게 반발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내가 몇 해 전까지 한 중소기업 관련 협의회 일을 봤는데 기업체들이 첫 번째로 원하는 게 세무조사 개선이었다. 기업들은 세무조사를 잘못 받으면 회사 문을 닫는다. 그런데도 세무당국은 한 달 (조사)한다고 해놓고 두세 달하면서 나중에 (탈세 혐의가) 안 나오면 (기업에) 아무거나 내놓으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사에 기간 제한이 없다. 그것도 법률이 아니라 국세청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를 법률에 명확히 정해 기업들이 예측 가능성을 얻어 편안하게 영업할 수 있게 하자는 말이다. 국세청은 '그러면 우리 일 못한다. 법제처가 무슨 권리로 하느냐'고 한다. 내가 국세청장과 담판을 해서라도 관철시킬 생각이다."

―취임 초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입법에도 문제가 많다고 했는데.

"가장 문제되는 건 한 건 위주의 포퓰리즘적 입법이다. 의원들이 입법 실적을 높이려고 헌법과 국가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아 실제 법 집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다. 헌재 위헌 판결의 80~90%가 의원 입법일 정도다. 그러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정부 부처나 이익단체가 국회의원을 통해 입법을 관철시키는 '청부 입법'의 문제도 있다.

물론 국회의 입법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존중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를 지적해서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내가 먼저 나서 공론화하겠다."

―같은 문제를 놓고 법률과 시행령이 따로 놀거나, 법률이 하위법인 시행령이나 규칙에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백지 위임해 놓는 문제도 심각하지 않은가.

"맞는 지적이다. 법제처가 과거에는 부처가 내는 법령을 자구(字句) 수정만 하고 통과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사실 상위법령을 모호하게 만든 다음 권한과 책임을 하위법령에 넘기고, 하위법령도 두루뭉술하게 만들어 공무원이 마음대로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 부패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제 바로 잡을 때가 됐다."

―재야 시절 전 정부가 만든 언론관련법의 위헌성을 주장했었는데.

"소위 신문법은 노무현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비판 언론을 옥죄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다.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이라는 이름부터 잘못됐다. 신문의 자유는 헌법에 정해진 것으로 법률이 이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신문법의 신문 방송 겸영 금지, 경영 정보공개 조항에 대해 합헌 판결이 났지만 미디어 융합은 세계적 추세고, 경영 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하는 것도 완화시켜야 한다. 결국 신문법은 대폭 손질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종합부동산세 위헌 논란에 대한 입장은.

"종부세제 자체가 위헌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부동산 거래세나 보유세 둘 중 하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인 말만 하겠다."

―대통령이 여러 자리에서 이 처장의 '정부 내 야당'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처장으로선 든든하겠지만 그러다 각료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는 건 아닌가.

"공직 15년, 변호사 14년을 하다 다시 법제처장으로 공직에 들어와 보니 역대 정부들이 규제 완화를 말했는데도 안 된 이유를 알겠더라. 부처들이 (규제를) 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나에게) 힘을 실어줘서가 아니라 이제 건국 60년이 지난 만큼 (낡은 규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李 법제처장은 

 

전북대 법대를 나와 행시(23회)·사시(27회)에 합격, 10여년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1994년 변호사를 개업한 뒤 지금까지 180여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2004년 신행정수도법 등 40여건의 위헌 결정을 받아내 '헌법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54세.

 

신효섭 기자 bomnal@chosun.com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24/20080424000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