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구별
- 구분특집(저자 : 홍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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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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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4,321
- 담당 부서
대변인실
法規命令과 行政規則의 區別-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시행령의 법적 성질을 중심으로-
홍 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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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문제의 제기 Ⅲ. 대법원 판례의 논리와 비논리 |
| Ⅱ. 제재적 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 1. 대법원 판례의 논리 |
| 규칙·시행령의 법적 성질에 대한 2. 대법원 판례의 비논리 |
| 대법원의 판례 Ⅳ.結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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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문제의 제기
상급행정청 또는 상급자가 하급행정청 또는 하급직원에 대하여 행정조직 내부에서 행정조직의 운영, 행정사무의 처리를 규율하기 위하여 발하는 일반추상적 규정을 일반적으로 行政規則(Verwaltungs vorschrift)이라고 부르고 있다.(주석1) 반면 法規命令(Rechtsverordnung)이란 일반적으로 행정권이 정립하는 법규범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법규명령은 일반·추상적인 규정으로서 법규적 효력, 즉 행정권 자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법」으로서 구속하는 힘(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형식이라는 것이다. ‘행정규칙’과 ‘법규명령’은 모두 이론상·강학상의 개념으로서, 공식화된 실정법상의 범주는 아니지만(주석2) 이론·실무 양면에서 모두, 용어법상의 뉘앙스는 있을지라도(주석3) ‘행정입법’ 또는 ‘행정상 입법’의 하위유형으로 통용되고 있다.(주석4) 이러한 용어법의 이면에는 양자가 서로 배타적인 규범형식으로서 그 규율사항도 준별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즉 법규명령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의 형식으로 ‘법규명령사항’을 정한 것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데 비하여, 행정규칙이란 훈령·예규·고시 등의 형식으로 ‘비법규명령사항’ 또는 ‘행정규칙사항’을 정한 것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관념이 그 용어법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행정규칙사항을 법규명령으로 정한 경우(형식의 과잉)와 법규명령사항을 행정규칙으로 정한 경우(형식의 부족) 각각 그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가령 법규명령의 형식인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행정청내부의 사무처리기준을 정한 경우, 반대로 행정규칙의 형식인 훈령이나 고시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경우가 그러한 예이다. 이 두가지 문제는 모두 중요하다. 특히 후자의 경우 行政規則의 대외적 효력과 관련하여 논의되는 가장 논란많은 문제영역이기도 하다(주석5). 그러나 여기서는 전자의 경우만을 논의대상으로 삼는다. 그 이유는 최근 대법원이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주로 별표)의 효력을 행정규칙(행정명령)이라고 보아온 종래의 판례경향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주목할만한 판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Ⅱ. 제재적 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시행령의 법적성질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
행정규칙은 보통 고시·훈령·예규 등의 형식으로 정해지지만, 종종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의 행식을 띠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의규정에의한사업면허의취소등의처분에관한규칙(1982.7.31 교통부령 제724호; 1985.3.11개정 교통부령 제811호; 1989.4.20. 교통부령 제905호),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제30조의10, 제1항 및 별표 3의3,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의규정에의한사업면허취소등의처분에관한규칙 제3조제2항 및 별표2, 구 도로교통법시행규칙(1986.5.1 내무부령 제440호) 제53조제1항이 정한 별표16[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 공중위생법시행규칙 제41조 별표7, 미용사법시행규칙 제25조 별표의3 제5호, 구 유기장업법시행규칙(1984.9.22.보건사회부령 제755호) 제9조 및 별표2, 의료법 제53조의3, 제53조제1항에 의거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의 세부적 기준을 정한 보건복지부령,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 시행규칙 제8조 제1항 별표3, 구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3조 별표15, 건축사사무소등록취소 및 건축사의 업무정지처분의 기준을 규정한 건축사법 시행규칙 제22조,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중 협의에 관한 규정들(제2조제3항, 제4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5조제1항, 제8조 등)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이 경우 행정규칙으로 정해도 될 사항을 법규명령의 형식으로 정한 경우 , 즉 「형식의 과잉」에 의한 규정을 행정규칙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법규명령으로 볼 것인지 여부에 관해 적극설(주석6)과 소극설(주석7)이 대립되어 왔다. 대법원은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자동차운수사업법 제31조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제정된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에의한사업면허취소처분등의처분에관한규칙(1989. 4. 20. 교통부령 제905호)이 형식은 部令으로 되어 있으나 그 규정의 성질과 내용이 자동차운수사업면허의 취소처분 등에 관한 사무처리 기준과 처분절차 등 행정청내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는 교통부장관이 관계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의 지침으로 발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行政命令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고 따라서 위 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에서 관계 행정기관이나 직원을 구속함에 그치고 대외적으로는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할 수 없다」고 판시한 이래 그러한 유형의 시행규칙들의 법적 성질을 모두 행정규칙으로 보는 입장을 유지해왔다(1991. 11. 8. 선고 91누4973).
(1)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에의한사업면허취소처분등의처분에관한규칙(部令)
「1. 자동차운수사업법 제31조제5호에 규정한 중대한 교통사고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사람의 과실 정도, 피해자의 과실, 사고의 경위, 피해상황, 일반사회에 미친 영향등 행위의 내용과 결과를 모두 고찰하여 그와같은 교통사고가 통상 생길 수 있는 교통사고가 아닌 중대한 교통사고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의규정에의한사업면허의취소등의처분에관한규칙(1982.7.31 교통부령 제724호)은 부령의 형식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교통부장관이 관계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 행사의 지침을 정하여 주기 위하여 발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주석8)
(2) 공중위생법상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部令)
「공중위생법 제23조제1항은 처분권자에게 영업자가 법에 위반되는 종류와 정도의 경중에 따라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위 법에 규정된 것 중 적절한 종류를 선택하여 합리적인 범위내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고, 이를 시행하기 위하여 동 제4항에 의하여 마련된 공중위생법 시행규칙 제41조 별표7에서 위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하고 있더라도 위 시행규칙은 형식은 部令으로 되어 있으나 그 성질은 행정기관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보건사회부장관이 관계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행사의 지침을 정하여 주기 위하여 발한 行政命令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위법 제23조제1항에 의하여 보장된 재량권을 기속하거나 대외적으로 국민을 기속하는 것은 아니다.」(주석9)
(3)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을 정한 보건복지부령
「의료법 제53조의3, 제53조제1항에 의하면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위 보건복지부령은 그 규정의 성질과 내용이 의사에 대한 면허자격정지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이라는 행정청 내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하는 것에 불과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관계 행정기관 및 그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 행사의 지침을 정하여 주기 위하여 발하는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의 적법여부는 그 처분이 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의료법의 규정과 취지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 의료법의 규정과 취지에 적합하게 이루어진 이상 그 처분이 처분기준에 관한 위 보건복지부령이 제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주석10)
(4)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시행규칙(제8조제1항 별표3)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8조제1항에서 별표3으로 같은 법률 제7조에 따른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식은 부령으로 되어 있으나 그 성질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내무부장관이 관계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행사의 지침을 정하여 주기 위하여 발한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위 법률 제7조에 의하여 보장된 재량권을 기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주석11)
그러던 중 최근 대법원은 주택건설촉진법 제7조제2항의 위임에 터잡아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같은법 시행령 제10조의3제1항 별표 1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함으로써, 종래의 판례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1] 어느 행정행위가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 나아가 재량행위라고 할지라도 기속재량행위인지 또는 자유재량에 속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고,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정의 형식이나 체재 또는 문언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당해 처분의 기준이 된 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 제10조의3제1항 [별표 1]은 주택건설촉진법 제7조제2항의 위임규정에 터잡은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이므로 그 성질이 부령인 시행규칙이나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과 같이 통상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주석12)
이 사건에서 원심은, 문제의 주택건설사업영업정지처분의 근가가 된 주택건설촉진법 제7조 및 같은법시행령 제10조의3제1항 [별표1]의 제2호 (타)목 (1)의 규정이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형식상으로는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으나 그 성질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관계 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 행사의 지침을 정하여 주기 위하여 발한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법 제7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장된 재량권을 기속하거나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봄으로써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를 추종했으나, 대법원은 그 1995. 10. 17. 선고 94누14148 판결을 원용하면서 이 사건 처분의 기준이 된 시행령 제10조의3 제1항 [별표 1]은 법 제7조제2항의 위임규정에 터잡은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이므로 그 성질이 부령인 시행규칙이나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과 같이 통상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원심판결을 배척하였다.
이후 대법원은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 제3조제1항 [별표 1]의 제5호에 의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청구사건에서 다시금 과징금부과처분이 같은법시행령에서 정한 한도액을 초과하여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를 일부취소해서는 아니되고 전부취소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처분기준을 정한 시행령 규정의 법규명령으로서의 구속력을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차고지를 확보하여 신고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 제3조제1항 [별표 1]의 제5호를 적용하여 금 1,000,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차고지 없이 개인택시운송사업을 한 것은 법 제31조의2제1항, 제31조제1항제1호 소정의 과징금부과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원고가 위와 같이 차고지 없이 개인택시운송사업을 한 것은 법시행령 제3조제1항 [별표 1]의 제5호 (마)목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과징금의 액수는 금 1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금 1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이 부분만 취소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를 법시행령 제3조제1항 [별표 1]의 제5호 (마)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옳다고 여겨지나, 자동차운수사업면허조건 등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정제재수단으로 사업정지를 명할 것인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과징금을 부과키로 한다면 그 금액은 얼마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권이 부여되었다 할 것이므로 과징금부과처분이 법이 정한 한도액을 초과하여 위법할 경우 법원으로서는 그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그 한도액을 초과한 부분이나 법원이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초과한 부분만을 취소할 수는 없는 것임에도(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누1077 판결 참조), 원심이 위와 같이 그 일부분만을 취소한 조치에는 과징금부과처분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라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주석13)
Ⅲ. 대법원 판례의 논리와 비논리
1. 대법원 판례의 논리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의 대외적 구속력을 부정한 대법원의 판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법원이 제재적 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의 법적 성질을 그것이 부령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규칙으로 본 소이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법원은 그 판례형성의 출발점이 되었던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의규정에의한사업면허의취소등의처분에관한규칙(1982.7.31 교통부령 제724호)이 연혁상 원래 교통부훈령(주석14)으로 되어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당초 훈령으로 정해졌던 사항을 형식상 부령으로 정했다고 하여 그 법적 성질이나 효력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짐작된다. 즉, 형식의 등급을 올렸다고 해서 실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설중에도 이러한 이유에서 대법원의 판례에 찬동하는 견해가 있다.(주석15)
둘째, 대법원은 관계법률이 행정청에게 제재적 처분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한 경우, 그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에 의하여 그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한 법률의 의도가 무시되어서는 아니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법률이 행정청에게 제재적 처분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한 경우 행정청이 그 재량을 행사하지 아니하고(엄밀히 말하면 재량을 적정하게 행사하지 아니하고) 그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분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처분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을 부인함으로써 재량심사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를 통하여 국민의 권리구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구체적 타당성을 잃은 제재적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만일 반대로 부령의 법규명령적 구속력을 시인할 경우 그에 의거하여 행해진 처분의 위법성을 통제할 여지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법률이 행정청에게 부여한 재량권이 그와같은 처분기준에 대한 부령제정권으로 무력화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했을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이 행정청의 제재적 처분에 대한 재량통제를 가능케 하기 위하여 그 처분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의 법적 성질을 재량준칙, 즉 행정규칙으로 본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과 같은 판례들이 그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의규정에의한사업면허의취소등의처분에관한규칙(1982.7.31 교통부령 제724호)은 교통부장관이 관계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행사의 지침으로 발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위 규칙이 자동차운수사업법 제31조에 의하여 보장된 행정청의 재량권을 기속할 수는 없다. 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할 때는 취소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인 바, 본건에 있어서 운송사업면허에 의한 개인택시 영업은 원고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고, 원고가 면허조건에 위반하여 대리운전을 시켰던 것은 유추부간판수핵탈출증으로 1주일 동안 통원치료를 받게 되어 스스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그 대리운전기간도 하루정도에 불과했고 그 기간중에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는 등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위 면허조건위반에 대해 자동차운수사업법 제31조 소정의 처분중 가장 무거운 사업면허취소의 처분을 택한 조치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주석16)
「자동차운수사업법제31조등의규정에의한사업면허의쉬소등의처분에관한규칙(1982.7.31 교통부령 제724호)은 교통부장관이 관계 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그 직무권한행사의 지침으로 발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고,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리운전을 시키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받은 개인택시 운전사가 1회 대리운전을 시켰다 하여 그 사업면허를 취소함은 이미 이에 관하여 대리운전신고의무불이행을 사유로 과징금이 부과되었고, 위 개인택시 영업은 보증금 100만원의 월세집에서 처와 두 자녀를 부양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위 운전사의 유일한 생계수단임을 감안하면 비록 대리운전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것처럼 조작하려고 시도한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다.」(주석17)
물론 대법원이 재량심사에 있어 반드시 권리구제의 측면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의 대외적 구속력을 부인하고 이를 재량사항으로 판시한 후 그 재량행사에 있어 공익과 사익간 형량의 적정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예컨대 윤락행위의 알선 또는 장소제공 등 반사회적행위를 사유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여관경영자에 대하여 영업정지기간중의 영업행위를 이유로 공중위생법 제23조제1항, 같은법 시행규칙 제41조 별표7의 행정처분 기준에 의하여 한 숙박업허가취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 아니라고 본 사례가 있다.(주석18)
이 사건에서 원심은 원고에 대한 위 숙박업허가취소처분의 적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객실36개의 5층 규모로 신축하여 약140,000,000원 상당의 여관용 비품을 시설하고 약 10명의 종업원을 두고 위 여관을 경영해 오면서 그 수익으로 원고 가족 및 종업원의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원고 자신이 여자이고 주거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여관의 실질적인 운영은 지배인에게 일임해온 사실, 위 정지기간중의 영업행위도 허가범위내였고 대여객실의 수도 비교적 적었으며 이 또한 종업원들의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실, 위 건물은 그 구조등에 비추어 숙박업소 이외의 타용도로의 전용이 곤란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원고가 영업정지처분을 받게 된 경위, 영업정지처분을 위반한 경위와 그 정도, 허가취소로 입게 될 원고의 손해정도 등의 여러사정을 고려하면, 위 1차의 영업정지기간중에 그 영업을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곧 바로 그 영업허가취소에 이른 이사건처분은 원고에게 너무 가혹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여관의 경영자인 원고가 윤락행위의 알선 또는 장소제공 등 반사회적 행위를 사유로 1개월간의 영업정지처분을 받고도 영업정지기간 중에 영업행위를 한데 대하여, 원고가 그 영업정지기간 중에 이를 어기고 다시 영업행위를 하면서 수익을 얻어온 것은 위 단속행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며 원고도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보다 중한 행정제재를 예상하였을 터이어서 숙박업허가를 취소한 처분이 원고의 위법행위의 내용이나 정도에서 볼 때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셋째, 대법원은 제정절차면에서 부령은 관계부처의 협의, 법제처의 심의 및 관보에의 공포 등 절차를 거치기는 하지만 행정 각부의 장관이 國務會議의 議決과 大統領의 재가절차 없이 제·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령의 대외적 효력을 인정하기 보다는 그 실질적 내용에 따라 행정규칙으로 보고, 대외적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러한 일련의 판례를 통하여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 형식으로서 부령 자체의 효력을 범주적으로 부정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의 서면주의를 규정한 시행규칙 규정의 효력에 관한 일련의 판례를 통해 그 ‘법규적 효력’을 인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제78조, 같은법시행령 제53조제1항, 같은법시행규칙 제53조제2항(1995. 7. 1. 내무부령 제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면허관청이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그 효력을 정지한 때에는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에게 그 처분의 내용, 사유, 근거가 기재되어 있는 별지 제52호 서식의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정지 통지서에 의하여 그 사실을 통지하되, 정지처분의 경우에는 처분집행예정일 7일 전까지 이를 발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상대방에게 불이익한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미리 서면으로 알림으로써 운전면허정지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게 될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차량의 입고 등 사전 대비(택시운전자의 경우에는 배차조정, 업무인수인계 등)는 물론 그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의 신청이나 행정쟁송 등 불복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데에 그 규정취지가 있고, 운전면허정지처분의 경우 면허관청으로 하여금 일정한 서식의 통지서에 의하여 처분집행일 7일 전까지 발송하도록 한 같은법시행규칙 제53조제2항의 규정은 효력규정이다.」(주석19)
「운전면허정지처분의 경우 면허관청으로 하여금 일정한 서식의 통지서에 의하여 처분집행일 7일 전까지 발송하도록 한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53조제2항의 규정은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니라 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규정인바, 적법하게 성립한 운전면허정지처분이 위 규정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통지 또는 송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라, 면허정지사실을 구두로 알리는 것과 같이 그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으나, 여타의 경우에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과 함께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하자의 중대 명백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효력 유무를 결정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78조, 같은법시행령 제53조제1항, 같은법시행규칙 제53조제2항은, 면허관청(원래 지방경찰청장이지만 운전면허정지처분의 경우에는 같은 법 제104조제2항 및 같은법시행규칙 제70조제1호의 위임규정에 의하여 관할 경찰서장이 됨)이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그 효력을 정지한 때에는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에게 그 처분의 내용 사유 근거가 기재되어 있는 위 시행규칙 별지 제52호 서식의 자동차운전면허취소·정지통지서에 의하여 그 사실을 통지하되, 정지처분의 경우에는 처분예정일 7일 전까지 이를 발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관하여 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누17823 판결은 ‘운전면허정지처분의 경우 면허관청으로 하여금 일정한 서식의 통지서에 의하여 처분집행일 7일 전까지 발송하도록 한 같은법시행규칙 제53조제2항의 규정은 효력규정이다.’라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같은법시행규칙 제53조제2항의 규정이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니라 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규정이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적법하게 성립한 운전면허정지처분이 위 규정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통지 또는 송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라, 면허정지사실을 구두로 알리는 것과 같이 그 하자가 위 규정의 중요한 부분인 서면주의를 위반할 정도로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으나, 여타의 경우에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과 함께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하자의 중대 명백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그 효력의 유무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할 것이다.」(주석20)
대법원의 판례는 처분기준을 정한 시행규칙(또는 관련 별표)에 관하여 그 형식이 부령이라도 실질은 행정규칙(‘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진다고 본 것이지 부령 일반을 모두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일반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형식이 부령으로 되어 있더라도 그 실질을 따져 법적 성질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에서 소개한 1997.12.26. 선고 97누15418판결에서, 당해 처분의 기준이 된 시행령 제10조의3제1항 [별표 1]은 법 제7조제2항의 위임규정에 터잡은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이므로 그 성질이 부령인 시행규칙이나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과 같이 통상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어 사실상 종래의 판례를 일반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대법원 1997.12.26. 선고 97누15418판결은 주택건설촉진법 제7조제2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재적 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령을 그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이라는 점을 들어 법규명령으로 보았고, 대법원 1998.4.10. 선고 98두2270판결은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 제3조제1항 [별표 1]의 제5호에서 정한 한도액을 초과한 과징금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함으로써 종래의 판례와는 판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판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법원의 97누15418판결은 그 1995.10.17. 선고 94누14148 판결을 원용하여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주석21) 그렇다면,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을 정한 것이라 해도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으면 법규명령이고 대통령령과 함께 위임입법의 형식인 부령 등은 행정규칙이라고 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하여는규정형식이 大統領令인가 部令인가에 따라 法規命令 또는 行政規則으로 구분하는 것은 奇想天外의 이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주석22)
2. 대법원 판례의 비논리
이제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은 대법원은 대통령령이나 부령이 매한가지 제재적 처분의 기준을 정한 것일지라도 부령은 행정규칙이지만 대통령령은 법규명령이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부령과 대통령령의 법적 성질과 효력을 차등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령이나 대통령령이나 모두 위임명령의 형식인데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면 행정규칙에 불과하고, 대통령령으로 규정되면 법규명령이 되는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대법원 판례는 그 어디에서도 그 이유를 충분히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 만일 법률이 부여한 재량권을 행정부가 부령제정권에 의하여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어 ‘처분기준으로의 도피현상’을 초래하는 것을 막고 권리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러한 논리는 대통령령으로 처분기준을 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령의 경우와는 달리 대통령령으로 정한 처분기준에 대해 그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려면 설득력있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하지 아니하고 부령의 경우에는 그 규정의 실질에 따라 행정규칙으로 보고 대통령령의 경우에는 그 규정형식을 근거로 법규명령으로 본다면 이는 논리적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의문이 없지 않지만, “규정형식상 부령인 시행규칙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한 행정처분의 기준은 행정처분 등에 관한 사무처리기준과 처분절차 등 행정청 내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없고, 그 처분이 위 규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하고, 또 위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바로 그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규칙에 적합한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계 법령의 규정 및 그 취지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94누14148판결을 만연히 원용하면서 “그 성질이 부령인 시행규칙이나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과 같이 통상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에 지나지 않는것”이라고 하여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을 행정규칙으로 일반화한 것이라면, 그것은 국법상 입법권의 배분체계 또는 위임입법에 관한 헌법적 所與를 도외시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대법원이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만 집착하여 입법권의 배분에 관한 국가법체계의 문제를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규정형식상 부령으로 정해진 제재적 처분기준에 관한 규정의 법적 성질과 효력을, 대부분의 경우 법률의 명시적 위임규정을 무시한 채 막바로 행정규칙에 해당한다고 투시한 것이 문제였다.
대법원이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을 행정규칙으로 본 사례들은 대부분 법률이 명시적 위임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였다.(주석23)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자의 위임의사를 해석을 통하여 무시하거나 제한한 것이다. 법률이 행정청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취지 못지않게 그 처분기준을 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취지 또한 사법부가 준수해야 하는데도 대법원은 이를 재량심사의 목적하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규정형식상 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된 처분기준에 대한 시행규칙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된 처분기준에 대한 시행령의 법적 효력의 차이를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는, 적어도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또 이론적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앞에서 본 대법원 1998.4.10. 선고 98두2270판결은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 제3조제1항 [별표 1]의 제5호에서 정한 한도액을 초과한 과징금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전제로 하여 그 처분을 일부취소한 원심판결은 법률이 부여한 재량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위법이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시행령상의 처분기준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면서도 “자동차운수사업면허조건 등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정제재 수단으로 사업정지를 명할 것인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과징금을 부과키로 한다면 그 금액은 얼마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권이 부여되었다 할 것”이라면서 당해 처분이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대법원 1997.12.26. 선고 97누15418판결은 주택건설촉진법 제7조제2항의 위임에 의거 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령을 그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이라는 점을 들어 법규명령으로 본 후, “이 사건 처분이 재량행위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먼저 그 근거가 된 시행령 제10조의3의 규정과 같은 조 제1항 [별표 1]의 규정형식이나 체재 또는 문언을 살펴야 하는바, 이들 규정들은 영업의 정지처분에 관한 기준을 개개의 사유별로 그에 따른 영업정지기간을 일률적으로 확정하여 규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다만 영업정지 사유가 경합되거나(시행령 제10조의3제2항제2호) 사업실적미달로 인하여 영업정지처분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같은 조 제3항)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 정지기간 결정에 재량의 여지를 두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등록을 마친 주택건설사업자가 “법 제38조제14항의 규정에 의한 하자보수를 정당한 사유 없이 사용검사권자가 지정한 날까지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지체한 때”에는 관할 관청으로서는 위 [별표 1]의 제2호 (타)목 (1)의 규정에 의하여 3개월간의 영업정지처분을 하여야 할 뿐 달리 그 정지기간에 관하여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할것”이라고 하여 “그러함에도, 원심이 이 사건 처분을 재량행위로 보고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의 위법 여부까지 나아가 판단한 것은 이 사건 처분의 법적 성질을 오인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대법원은 영업정지 사유가 경합되거나(시행령 제10조의3제2항제2호) 사업실적미달로 인하여 영업정지처분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같은 조 제3항)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량의 여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계조항들이 영업의 정지처분에 관한 기준을 개개의 사유별로 그에 따른 영업정지기간을 일률적으로 확정하여 규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주택건설촉진법 제7조제1항에 의하여 행정청에게 부여된 재량권이 같은법 제2항 및 같은법시행령 제10조의3(및 별표)에 의하여 제한되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해 법률상의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 역시 재량권수권규정과 대등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고, 오히려 전자가 후자의 재량권수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법률이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그것을 다시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은 당연한 입법자의 권한에 속한다. 입법자는 그 경우 재량권을 제한하는 기준을 정하는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할 수도 있고 총리령 또는 부령으로 위임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경우에 입법자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입법자가 실수로( ) 행정규칙으로 정해도 될 사항을 부령으로 위임한 경우, 과연 그 규율내용이 행정규칙사항으로서 대국민적 관계에서 별다른 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형식의 과잉’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이나 대통령령의 법적 성질·효력에 관한 판례에서 문제된 사안들은 그 대부분이 대외적인 관계, 즉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도 사실상 중대한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처분기준에 관한 것이었다.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이 그 규정형식이 부령이라고 해서 법적 구속력을 박탈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입법자의 의사에 걸맞게 법률이 재량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부령으로 그 기준을 정하도록 함으로써 행정청이 재량권행사의 통일을 기하면서 그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가령 당해 처분기준의 해석을 통하여 그 규정을 처분의 종류나 강도, 기간 등에 대하여 상한을 정함으로써 재량권을 제한한 것으로 보거나 재량권행사의 기준을 일종의 ‘당위규정’(Soll-Vorschrift)으로 보아 특별한 정당화사유가 있을 것을 조건으로 그 기준에 따르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대법원이 대통령령이 규정형식상 부령의 상위규범이라는 점만을 이유로 시행령의 처분기준 관련규정의 법규적 효력을 인정한 결과 법률이 부여한 재량권을 처분기준을 정한 시행령에 의해 제한한 결과가 되었는데 이는 바로 그와 같은 재량권제한의 한 유형에 해당하며, 그러한 결과가 부령에 위임된 처분기준의 경우에는 생길 수 없다고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은 97누15418판결에서 처분이 재량행위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먼저 그 근거가 된 시행령 제10조의3의 규정과 같은 조 제1항 [별표 1]의 규정형식이나 체재 또는 문언’을 살펴야 하는데, 이들 규정들이 영업의 정지처분에 관한 기준을 개개의 사유별로 그에 따른 영업정지기간을 일률적으로 확정하여 규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대법원의 97누15418판결에서처럼 만일 위임명령인 시행령이 법률의 재량권수권규정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든 경우에는 당해 시행령의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위헌·위법이라고 판단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판단은 법률에 의해 부여된 재량권을 같은 법률의 명시적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부령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재적 처분기준을 규정 형식상 부령인 시행규칙으로 정한 경우에도 그 처분기준은 규정내용이나 방식여하에 따라서는 일종의 상한으로 볼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하고, 만일 그렇게 볼 수 있다면 그러한 한도내에서 재량권행사의 위법여하를 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로 그 시행규칙이 법률의 재량권수권규정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확정적인, 전혀 재량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내용·방식으로 처분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서 위법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Ⅳ. 결 론
이제까지의 논의결과를 요약하여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법률의 위임에 따라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부령을 행정규칙으로 보아온 대법원의 판례는 입법자의 위임의사를 해석을 통하여 무시하거나 제한한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다. 사법부는 법률이 행정청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취지 못지 않게 그 처분기준을 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여 재량권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둔 취지 또한 존중하여야 한다.
둘째, 대법원이 최근의 판례를 통하여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시행령상의 처분기준을 법규명령으로 본 것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하지만, 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된 처분기준에 대한 시행규칙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된 처분기준에 대한 시행령의 법적 효력의 차이를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가 제시되고 있지 않아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셋째, 법률이 제재적 행정처분에 대한 재량권을 수권하면서 동시에 대통령령이든 총리령, 부령이든 그 처분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한 경우에는 그 위임의 한도내에서 재량권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허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그러한 한도를 넘어서 모법에 의해 부여된 재량권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과도한 제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은 위헌·위법의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시행령의 법적 성질은 어디까지나 입법권의 배분에 대한 국법체계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함이 없이 그때 그때 사안이나 개별법령의 특수성에 대한 실질적 고려에 의존하여 때로는 규정내용을 근거로, 때로는 규정형식을 근거로 위임명령의 효력을 논단하는 것은 자칫 헌법상 위임입법의 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