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시장의 입찰담합 방지를 위한 법제 개선의 방향
- 구분법제논단(저자 : 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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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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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9,470
- 담당 부서
대변인실
차 례
Ⅰ. 문제의 제기
Ⅱ. 공공조달시장의 특성과 입찰담합의 유인
1. 공공조달시장의 특성
2. 공공조달에 대한 입찰담합 유발의 유인
3. 입찰담합에 대한 규범적 관심의 소재
Ⅲ. 공공조달부문의 입찰담합에 대한 법적 규제
1. 입찰담합에 의한 조달시장의 경쟁저해 및 경쟁법의 대응방식
2. 입찰담합에 의한 예산낭비와 재정법적 대응방식
Ⅳ. 입찰담합 방지 차원에서 본 현행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1. 입찰담합의 제도적 원인과 법제개선의 방향
2.공정거래위원회와 조달당국의 역할 재정팀
3. 관제담합문제에 대한 입법적 보완
공공조달시장의 입찰담합 방지를 위한 법제 개선의 방향
신영수(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Ⅰ. 문제의 제기
한 사회의 내적 성숙도와 외적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최근 들어 자주 거론되는 것의 하나가 그 사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의 룰이 아닌가 한다. 돌이켜 볼 때 우리 현대사의 발전과정에서 효율과 성과지향적 정책이 성장을 위한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제 와서는 우리의 경제규모와 국민의식에 걸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구축이 오히려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정부 안팍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이 강구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여전히 법제적 개선이 모색되어야 할 부분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조달시장의 입찰담합 관행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사실 공공조달제도 자체는 최근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위시한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에 힘입어서 절차적 투명성과 내용적인 공정성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적어도 정부부문에서는 조달로 인한 부패 및 비효율의 우려는 많이 해소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조달에 참가한 기업들의 담합관행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근래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제개선의 대상으로서 공공조달의 입찰담합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공재(public goods)를 공급하기 위해 민간부문으로부터 물품이나 건설공사 및 설계 등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총괄하는 개념인 공공조달은 우리나라 전체 재정의 45%, 국내총생산(GDP)의 11%를 점할 만큼 경제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입찰담합행위는 발주기관 뿐 아니라 납세자와 국민경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문제이다.
사실 입찰담합에 대한 법제적 관심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공공조달분야에서 발생한 규제사례도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다만 담합의 발생지가 공공조달시장이라는 점이 통상의 경우와 다른데, 이 점이 규범적, 정책적 측면에서 가지는 특수성은 별도로 고려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석론으로는 관철할 수 없는 정책목표의 실현이 입법적 미비상태로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이 문제에 관한 직접적인 연구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공공조달부문의 입찰담합은 정부가 계약의 일주체로서 시장거래의 당사자로 나선다는 점, 대가의 지불이 대부분 세출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복합성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시장경제질서의 보호와 부정부패의 차단, 그리고 불필요한 재정지출의 방지와 같은 여러 정책적 목적이 다양한 법역을 접점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그간 독립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온 각 규범체계의 현황과 한계를 짚어보고, 일본과 미국의 관련법제 동향을 분석함으로써, 현행법제 개선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아래에서는 공공조달시장의 구조적 특수성과 입찰담합의 발생유인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Ⅱ. 공공조달시장의 특성과 입찰담합의 유인
1. 공공조달시장의 특성
(1) 공급자의 정보우위
어느 거래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조달을 통한 공공재 공급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달품이나 시공의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조달에 소요되는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달기관이 공급예정자에 관한 품질 및 비용정보를 가급적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며 조달에서 요구되는 품질수준을 충족하는 최효율의 업체를 선별하는 한편 당해 업체의 한계비용과 일치하는 가격으로의 계약체결도 이를 통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조달시장에 있어서 수요자의 정보력은 금전적 가치에 부합하는 조달(value for money)과 자원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른바 파레토 최적(pareto optimum)의 중요한 전제가 됨은 물론이고 예산의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달시장의 수요자로서 공공기관은 통상적인 거래당사자에 비하여 공급자인 입찰기업에 대한 정보력이 취약하며, 특히 입찰내역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입찰행위에 대한 시장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조달의 상당수가 일회성의 물품제공이나 시공 주문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 결과 공공조달시장에서는 일반 사업자간의 물품거래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조달당국의 불완전정보, 특히 공급업체에 대한 비용정보 부족은 조달품의 가격인상과 품질저하, 공급자의 계약부실이행 등을 유발하여 조달효과의 저하 및 예산낭비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2) 수요자의 독점적 지위
한편, 조달시장에서 정부나 지자체 등은 수주를 원하는 다수의 공급자를 상대로 하여 특정 물품이나 용역 또는 시공의 발주를 원하는 단독의 수요자의 지위에 서 있다. 그 결과 조달시장은 일종의 수요독점(monopsony)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 때 수요자인 공공기관은 자신이 처한 정보열위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독점적 지위를 최대한 이용하고자 한다. 그 결과 공급을 원하는 자들로 하여금 가격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비용정보를 얻고 이를 기초로 가장 비용효율적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을 채용하게 되는바, 입찰(bidding)을 통한 계약체결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입찰의 방식이 경쟁적일 수록 조달시장의 정보비대칭은 상쇄되어서 공공기관은 거래상대방의 잠재적 경제지대(초과이윤)의 대부분을 흡수함으로써 최저입찰자를 최적의 거래상대방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공공조달시장에 있어서 공급자가 가진 정보우위는 입찰방식의 계약체결과정에서 희석되며 수요자인 공공기관의 거래교섭력은 제고될 수가 있게 된다.
다만 입찰이 공급비용에 관한 정보비대칭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나, 조달품의 품질이나 공급자의 기술능력, 계약이행능력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하지는 못한다. 가격 이상으로 품질이나 계약이행능력이 중시되는 조달에서는 경쟁입찰 만이 거래상대방 결정을 위한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조달당국은 공급자의 입찰자격을 사전심사하거나, 낙찰자에 대하여 이행보증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절충함으로써 공급자의 기술능력, 계약이행능력에 대한 불완전성을 상쇄하고자 한다.
2. 공공조달에 대한 입찰담합 유발의 원인
(1) 과잉경쟁에 대한 저항유인
입찰제도는 공공 발주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을 통해 불리한 거래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입찰기업으로서는 최저 공급가격 수준으로 조달조건을 제시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자유경쟁 입찰방식은 입찰참여자간의 게임상황에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유사한 상황을 초래하여 덤핑과 같은 저가수주 경쟁을 유발하게 된다. 가령 다른 입찰자들이 정상적인 이윤을 포함한 입찰가격을 제시하는데 비해, 어느 한 업체가 정상적인 조달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저가로 입찰하여 수주를 할 경우, 입찰자들은 향후 반복되는 입찰 기회에서 상호간에 불신이 발생하여 과잉저가수주 경쟁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저가경쟁은 장기공급계약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따라서 공급자들은 수요독점 상태에서 최저가 공급을 강요받는 조달시장에 대해 일종의 방어 내지 저항수단을 강구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2) 공공조달시장의 대리인 문제
대리인(agent)이 본인(principal)의 이익에 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대리인으로써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위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는 본인보다 대리인이 정보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 점에서 대리인 문제는 정보비대칭성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때 대리인 관계는 납세자와 정부간(taxpayer-government)에는 물론이고 정부기관과 관료간(govern- ment-bureaucrat)에도 형성된다. 공공조달의 경우 대리인인 조달당국 또는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주인인 납세자에 비해 조달과정 전반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며, 납세자가 발주기관 임직원의 업무를 감독하는 것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게 되는 경우에는 공익과 반하는 자기이익 추구 및 비리 발생, 기타 조달관리의무의 소홀 등 대리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 i) 비효율적인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되어 조달의 성과가 저하되거나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이익집단에 포획되어 입찰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담합에 관여하는 등의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3. 입찰담합에 대한 규범적 관심의 소재
입찰담합은 물품구매나 건설공사의 위탁 등 발주자가 의뢰하는 목적물에 대해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모하여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입찰담합의 유형은 협상형(bargaining model), 매수형(bribery model), 위협형(coercion model) 및 사술형(disguise model) 등으로 분류되며, 공공부문에 있어서는 일본의 1994년 「공공적 입찰에 관계된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의 활동에 관한 독점금지법상의 지침」에 따르면, 수주자의 선정에 관한 행위, 입찰가격에 관한 행위, 수주수량 등에 관한 행위, 정보의 수집, 제공, 경영지도 등의 형태로 담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입찰담합은 시장경제의 중핵인 경쟁이념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행위로서 독점적 이윤 창출과 경쟁질서 왜곡을 야기하게 되므로, 어느 나라에서든 예외없이 입찰담합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규제의 입장이 견지되고 있다. 이 점에서 입찰담합은 본원적으로 경쟁법(공정거래법)의 적용범위 내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관할권의 내에 속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입찰담합이 민간영역이 아닌 정부영역 내지 공공부문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경쟁법 외에 국가계약법 내지 재정법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입찰담합으로 인해 통상 경쟁가격 수준보다 높게 낙찰가격이 결정되면 낙찰자로 선정된 특정기업에게는 안정적 독점이윤을, 이에 동조한 나머지 기업에게는 반대급부를 약속받게 되는 반면, 담합으로 책정된 가격과 경쟁가격간의 차이에 상응하는 금액은 세출예산에 전가되어 재정의 불필요한 지출 및 낭비로 귀결되며 그 궁극적인 피해는 발주기관을 거쳐 납세자인 국민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국가재정 관련법제에서도 입찰절차의 투명성 담보를 위한 각종의 대응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담합발생시 이에 가담한 자를 제재 및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통상적으로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입찰담합은 발주기관을 기망하는 행위로서 우리 형사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 형법 제315조가 규정하고 있는 경매입찰방해죄가 그러하다. 다만 형사법상의 입찰담합은 본고에서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 담합의 탐지나 행정적 규제와는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본고에서는 이 부분을 자세히 살피지는 않기로 한다.
<표 1> 공공조달에 대한 입찰담합 관련 법제의 비교
구 분
형법(제315조)
국가계약법
(제27조)
건설업법
(제59조)
공정거래법
(제19조)
1. 시행자
공공기관, 기업,
개인
국가기관
공공기관, 기업,
개인
공공기관, 기업,
개인
2. 보호법익
입찰의 공정
경쟁의 공정한
집행
건설업의 건전
한 발전
경쟁의 촉진
3. 구성요건
위계, 위력 기타의 방법
사전 협정
사전 공모
계약, 협정, 협의, 기타의 방법
4. 대상행위
입찰행위
(공사·물품·용
역의 입찰)
입찰행위
(공사·물품·용
역의 입찰)
입찰행위
(공사의 입찰)
부당한 공동행위
(공사·물품·용
역의 입찰)
5. 위반시 벌칙
2년 이하의 징역 100만원 이하의 벌금
1월 이상 1년 이하의 입찰 참가자격제한
5년 이하 징역 5천 만원 이하 벌금
3년 이하 징역 2억원 이하 벌금
6. 벌칙적용 대상
개 인
법 인
법 인
법 인
(행위자가 법인일 경우)
(행위자와 법인 양벌규정 적용)
(법인에게만 적용)
(행위자와 법인 양벌규정 적용)
(행위자와 법인 양벌규정 적용)
이하에서는 입찰담합이 시장경제와 국가재정적 측면에서 가지는 병폐를 중심으로 관련규범의 대응방식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Ⅲ. 공공조달부문의 입찰담합에 대한 법적 규제
1. 입찰담합에 의한 조달시장의 경쟁저해 및 경쟁법의 대응방식
(1) 입찰담합의 경쟁제한성
흔히 입찰담합은 카르텔 가운데에서도 경쟁제한성이 유독 뚜렷하여 소위 노골적 카르텔(naked cartel) 혹은 경성카르텔(hardcore cartel)로 불리고 있으며, 독점이나 기업결합 처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는 부수효과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고, 오로지 소비자의 피해와 업체의 혁신유인 저하, 국민경제의 인플레이션 등 폐단만을 유발하는 행위로 지목되고 있다. 그 때문에 입찰담합에 가담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유보없이 규제와 처벌이 가해지며, 그 정도는 독과점이나 불공정거래행위보다도 엄격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공조달시장에서 발생하는 입찰담합도 이 같은 부정적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있지 않다.
따라서 입찰담합에 대한 보편적인 규범평가에 비추어 보자면 이 문제에 관한 경쟁법적 대응방식은 매우 간명하면서도 엄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담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의 규명 및 분석작업 없이도 행위의 존재만으로 사전예방이나 사후규제 절차가 곧바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2) 미국의 독점금지법 및 지침 운용실태
1) 독점금지법 적용의 기본방침
먼저 미국의 예를 들면, 법원은 입찰담합 행위를 주로 셔먼법 제1조의 당연위법(per se illegal)으로 파악하여 가담사업자를 규제해 오고 있다. 집행기관인 연방 법무부 역시, 입찰담합은 곧바로 불합리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행위로 인해 유발된 정확한 피해액에 대한 면밀한 조사나 당해행위에 대한 영업상의 정당성 항변이 없이도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2) 공공부문의 입찰담합 적발을 위한 법무부의 실무 및 지침
특히 법무부는 종래의 판례를 기초로 하여 입찰담합의 유형을 입찰억제(Bid sup- pression), 보조형 입찰(complementary Bidding), 순환형 입찰(Bid Rotation), 시장분할(Market Division)으로 유형화하여 경쟁제한성 심사의 판단자료로서 활용하고 있다. 입찰담합을 적발해 내기는 매우 어려우며, 특히 대리인 문제가 존재하는 조달관계에서는 입찰담합의 적발유인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연방 법무부는 입찰담합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들을 포착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찰담합 징후에 관한 몇가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i) 동일 기업이 특정 조달사업에 항상 수주를 하는 경우, ⅱ) 일부 기업들이 계속적으로 낙찰받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ⅲ) 동일한 기업군이 매번 입찰에 참가하여 순차적으로 낙찰을 받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 ⅳ) 일부 기업들이 예정가격이나 자신들이 종전에 제시했던 가격에 비해서 훨씬 높은 가격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ⅴ) 특정 조달품에 대한 비용이 종전의 소요비용이나 유사품목의 비용에 비해 크게 다를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해 조달에 대한 입찰가격을 상당히 높게 제시하는 경우, ⅵ) 신규진입자나 생소한 기업이 입찰에 나설 때마다, 다른 기업들의 입찰가격이 현저히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 ⅶ) 낙찰기업이 동일한 입찰에 참가한 경쟁자들에 대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입찰자들의 사전담합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한편 입찰서류의 작성이나 제출과정에서 입찰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케 할 만한 단서를 노출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ⅰ) 서로 다른 입찰자들이 제출한 입찰서류들이 서로 유사한 경우(특히 비용산출방식이나 표기상 공통의 오류, 기타 필체 등이 동일한 경우에는 다수 기업의 입찰서류를 단일인이 작성하여 배포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ⅱ) 서류제출 직전에 입찰가격을 수정한 것으로 추측되는 징표들이 서류에서 발견되는 경우, ⅲ) 특정 입찰자가 자신과 다른 경쟁자의 입찰관련서류들을 한꺼번에 요청하여, 일괄제출하는 경우, ⅳ) 기타, 이번 입찰이 특정 경쟁자를 위한 것이라거나, 자신은 의례적으로 입찰한 것이라거나, 입찰자들간에 가격에 관한 논의를 한 듯한 언급이 있을 경우 등이 입찰담합의 존재를 드러내는 징표로 볼 수 있다.
입찰담합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및 발각시의 처벌수위는 담합을 기도한 입찰자들도 이미 잘 파악하고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입찰담합 계획이 발각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조달당국의 관찰과 주의에도 불구하고 추정치에 비해 담합의 실제 적발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합의 실행을 번거롭게 하고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미국 법무부는 입찰참가자의 수를 확대하고 신규진입자를 조달시장에 유인하는 제도적 보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행위사실이 입증된 입찰담합에 대해서는 가담사업자들은 당해 행위의 합리성이나 영업상의 정당화 사유를 가지고 항변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공공조달의 경우에는 특히 가담사업자들이 공공조달과정에서 나타나는 파괴적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담합을 활용했고, 담합이 오히려 조달가격과 조달시장의 합리적 경쟁환경을 보호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미국 법무부는 입찰담합이 셔먼법에 위반의 중핵적 행위로서 경쟁을 제한하거나 아예 소멸시키는 결과를 야기하는 만큼 형사처벌의 대상까지도 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 경우 불법적인 합의의 촉진에 관한 명백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필요가 없이 당사자의 연류를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 및 입찰자 간에 불법적인 입찰관행의 존재와 같은 정황증거만으로도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고 있다.
(3) 일본의 독점금지법 및 지침 운용실태
1) 독점금지법 및 관련 법률의 입찰담합 금지 규정
일본의 경우도 「사적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의 확보에 관한 법률」에 명시적으로 열거되어 있지는 않지만 카르텔 금지규정인 ‘부당한 거래제한’ 행위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엄격한 금지대상으로 삼아 왔다. 특히, 사업자 단체를 통한 입찰담합은, 사업자간의 공동행위 보다도 넓게 규제대상으로 포섭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입찰담합에 개입하게 되는 이른바 官制談合이 입찰담합사건의 주류를 이룬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그 법제적 대응의 일환으로서 지난 2002년에 「입찰담합 등 관여행위의 배제 및 방지에 관한 법률」(入札談合等關與行爲の排除及び防止に關する法律)을 제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집행토록 하고 있다. 동법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담합 등에 관하여 조사한 결과, 공공기관에 의한 관여행위가 입증되었을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각성 각 청의 장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해당 요구를 받은 각 성 각 청의 장이 조사의 실시·필요한 조치의 검토, 조사결과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아울러 각성 각청의 장에 의한 해당 행위를 실시한 직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징계 사유의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입찰담합 등 관여 행위의 방지를 향한 관계 행정 기관 상호의 제휴·협력, 본법운용상의 지방공공단체 등의 자주적인 노력에의 배려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2) 공공부문 입찰담합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지침
경쟁법 집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공공조달 입찰담합에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위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행정상의 효율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인식하에 각종 예방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4년에는 ‘공공적인 입찰에 관계되는 사업자 및 사업자 단체의 활동에 관한 독점금지법상의 지침’을 제정하여 공공조달에서 발생하는 입찰담합의 유형을 수주자의 선정, 입찰가격, 수주수량, 정보교환 등으로 분류한 후 과거의 심결례 등을 참고하여 특정 행위가 위반이 되는지, 위반이 될 우려가 있는지, 법위반에 해당이 안 되는지를 나누어 실무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담합행위의 내용이 특정자를 수주예정자로서 결정하는 경우, 수주예정자의 선정방법만을 결정하고, 그 순서에 해당한 자가 수주예정자가 되는 경우, 입찰에 참가할 때의 최저입찰가격을 결정하는 경우, 수주하는 수량과 비율을 결정하는 경우는 모두 경쟁입찰의 실질을 잃게 하는 행위로서, 독점금지법상 위반이 된다고 본다.
다음으로 수주의욕에 대한 정보교환(요약 등), 지명회수, 수주실적 등에 관한 정보의 정리·제공(점수표 작성 등) 등 수주예정자를 결정하기 위한 수단이 되거나 혹은 수주예정자를 암묵적으로 결정하는 행위는 위법의 우려가 강한 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입찰가격에 대한 조정, 입찰가격에 관한 정보교환, 다른 입찰참가자에의 이익 공여(낙찰자가 이익을 공여하는 등), 담합에의 참가의 요청·강요(조정행위에 참가하도록 요청)행위는 수주예정자의 결정 또는 수주예정자의 선정방법 결정을 전제로 하여, 그 결정을 용이하게 하거나, 결정을 강화하기 위해 행해지는 것인데, 그 자체로도 독점금지법 위반이 될 수가 있다.
지명과 입찰참가예정에 관한 보고, 공동기업체 조합에 관한 정보교환 등, 수주액에 따른 특별회비·부과금 등의 징수, 입찰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가격수준과 가격동향에 관한 정보교환 등의 행위는 위반행위에 동반하여 이루어질 우려가 있거나, 위반행위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당해 행위만으로는 곧바로 법위반이라 할 수는 없지만, 위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심케 하는 행위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로 볼 수 있다.
반면, 발주자에 대한 입찰참가의욕의 설명, 자기의 판단에 의한 입찰사퇴, 적산기준의 조정, 기술적 정보의 교환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및 지침 운용실태
1)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 금지규정
우리나라의 경우도 공공조달이나 공공공사에서 발생하는 입찰담합행위는 일차적으로 경쟁법의 규율대상이 되며, 이에 따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및 제26조 제1항이 입찰담합행위에 적용되어 오고 있다. 다만 동법에서는 주요국의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입찰담합을 별도의 공동행위유형으로 열거하지 않는 대신, 제19조 제1항 1호(가격의 결정·유지·변경행위)나 4호(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 제한)의 형태로 파악하고 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질서 공정화 지침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조달부문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1995년 6월부터 ‘입찰질서 공정화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여 실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 지침에서는 입찰담합의 유형을 입찰가격담합과 낙찰예정자의 사전결정, 경쟁입찰의 수의계약으로의 변경, 경영간섭행위 등으로 분류하여 개별유형별 경쟁제한성 심사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사업자가 공동으로 입찰에 관련한 최저입찰가격 등을 결정하거나 관련 사업자가 이에 응하는 행위, 사업자가 공동으로 입찰에 관련한 최저입찰가격 등을 결정하거나 관련 사업자가 이에 응하는 행위, 사업자간에 입찰가격을 협의하거나 그에 관한 정보의 교환. 제공을 통해 입찰가격을 결정하는 행위와 사업자단체가 입찰가격결정에 관여하고 그 사실을 관련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입찰가격담합에 해당하며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사업자가 공동으로 수주를 희망하는 자 가운데 낙찰예정자를 미리 결정하고 이에 협조하는 행위, 수주예정자 선정과 관련하여 사업자가 공동으로 낙찰예정자를 결정한 후 이를 관련사업자에게 통지하고 협조를 구하는 행위는 낙찰예정자의 사전결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2. 입찰담합에 의한 예산낭비와 재정법적 대응방식
(1) 개 관
정부계약에는 금전의 수수를 동반하는 형태와 동반하지 않는 형태(예를 들면, 등가교환계약)가 있으며, 전자는 다시 공공부문의 지출원인이 되는 경우와 수입원인이 되는 경우로 나뉘어 진다. 이 가운데 지출원인이 되는 계약에 해당하는 공공조달계약은 지출부담행위의 일종으로, 세출예산 등의 범위 내에서 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채무부담에 대한 수권(授權)이 이루어져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지출원인계약에 있어서는, 대가를 가능한 한 낮은 금액으로 억제하여야 하며, 반대로 높은 금액이 되는 계약은 가급적 억제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기준 정부의 구매규모는 전체 GDP의 11%에 해당하는 77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재정 규모의 44.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같은 해 공공부문 건설공사 계약액은 32조원 수준으로 국내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약 84조원)의 38.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표> 우리나라 조달사업 현황(2006년 7월 현재)
(단위 : 억원)
연 도
내 자
외 자
시 설
공 사
비축물자 구매방출
계
전년대비
(%)
2002
74,012
5,587
119,638
5,805
205,042
101.3
2003
81,867
5,519
127,118
5,353
219,857
105.3
2004
91,100
6,435
133,592
10,550
241,677
109.9
2005
96,876
6,875
169,509
12,130
285,390
118.1
2006 계획
102,500
6,900
179,900
12,000
301,300
105.6
2006.7현재
( )는 진도
56,614
(55.2%)
2,581
(37.4%)
157,802
(87.7%)
8,547
(71.2%)
225,544
(75.0%)
111.8
※내자는 공급실적 기준, 시설공사는 공사계약·기술용역·시공감리·총사업비 검토·지자체 원가검토 실적의 합, 비축물자는 신규비축·방출·선물・옵션 합
따라서 공공조달부문의 입찰담합은 조달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가예산의 막대한 낭비를 초래하고, 공공 공사와 조달물품의 품질을 떨어뜨림으로써, 거래상대방인 정부는 물론, 납세자인 국민을 기망하는 범죄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입찰담합 문제를 경쟁법적 차원에서 대처하는 것 이외에 국가예산의 효율적 관리라는 재정법적 고려요소를 감안한 별도의 법제를 마련하여 운용하고 있다.
(2) 미국의 1984년 「정부계약 경쟁법」 제정
1) 입법배경
미국은 지난 1984년에 「정부계약 경쟁법」(Competition in Contracting Act, 이하 「1984년법」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자격요건을 갖춘 모든 사업자에 대하여 공공조달절차에 참가할 수 있도록 「완전·공개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계약자 선정방식을 채택하였다.
1984年 법의 제정이전에도 경쟁입찰의 원칙이 있었지만, 발주기관들이 다수의 입찰참여자가 경쟁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특정한 소수 사업자와 거래하는 편이 위험부담이 적고 관리하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특정 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빈번하였으며 이로 인해 국가예산의 비효율적 사용이 문제되었었다.
2) 「완전·공개 경쟁」의 원칙에 입각한 입찰·계약방식
ⅰ) (가격경쟁형) 경쟁입찰
1984년법에서는 ①시간적으로 가능하고, ② 낙찰자를 가격에 의해 선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③ 조달품목의 사양이 명확하기 때문에 입찰에 관한 교섭이 필요없고, ④ 복수사업자와 입찰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등의 4개 기준을 만족한 경우에는 공공조달을 경쟁입찰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ⅱ) 경쟁적 입찰제안
1984년법의 제정 이전에는, 발주자가 복수 사업자에게 제안서 제출을 요구하고, 계약상대방을 선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쟁적 제안은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공조달이 점차 복잡다기화됨에 따라 1984년 법에서는 조달실태의 변화를 반영하여 경쟁적 제안을 입찰방식의 하나로 수용하였다. 즉, 경쟁입찰에 관한 전기 4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에 경쟁적 입찰제안방식을 채택하여 가격 및 기술의 종합평가를 하도록 하여 발주기관의 상대방 선택의 폭을 확대하였다.
ⅲ) 자격요건
수주를 희망하고 자격요건을 만족한 자는 원칙적으로 누구든 입찰에 참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 참가할 시는 보증회사의 보증을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입찰본드제도) 경영상황 심사 등은 사실상 보증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쟁적 입찰제안 방식에도, 수주를 희망하고 자격요건을 만족하게 갖춘 자는 모두 경쟁에 참가할 수 있다.
ⅳ) 예정가격
한편 미국에서는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상한 구속성을 가진 예정가격제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상한 구속성이 없는 「합리적 가격」을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지역진흥·중소기업의 수주기회확대를 위한 시책
1984년법 및 연방조달규칙은 일정규모이상의 기업(대기업)을 제외한 「완전 및 공개경쟁」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자격요건을 만족하는 중소기업은 모두 경쟁에 참가할 수 있다. 지역업자 우선을 위한 시책에 관하여는 연방차원의 규정은 없지만, 주의 공공조달에는 해당 주내(州內) 기업을 우선하는 법령 등을 설정하고 있는 사례가 눈에 띈다. 예를 들면, Washington D.C에는 지역기업의 입찰가격에 대하여 3%의 보너스가 인정되고, 다른 지역의 경쟁자 입찰가격과 비교를 할 때 우대조치가 설정되어 있다.
4) 감시체제
입찰에 관한 공정한 경쟁의 감시에 대해서는 각 조달기관에 경쟁변호관(Competition Advocate)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편 이들을 통해 계약과정 전반을 심사하는 외에 회계검사원(GAO)이 조달기관과 계약자와의 계약에 관한 기록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령위반 등을 한 기업에 대하여는 최대3년간, 공공조달의 입찰참가가 제한되는데, 당해 조치는 모든 행정기관의 공공조달에 참가에 공히 적용된다.
경쟁변호관 역할에는 경쟁에 관한 개인 및 조직의 설명책임 확보를 추천하는 것도 포함되고, 예를 들면, 계약담당자 등에 관한 표창도 포함된다.
5) 불복신청제도
불복신청제도에 대하여는 계약과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경우, 경쟁참가자는 발주기관 외에, 연방지방법원, 연방항소법원, 연방 회계검사원 가운데 어느 하나에 대하여 불복신청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계약체결 후 10일 이내에 연방 회계검사원에 대하여 불복신청이 행하해지면 당해 계약은 원칙적으로 동결된다.
6) 독점금지법 위반행위에 관한 엄정한 대처
한편 1984년법 이외에 조달기관과 공급업자와 사이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조달담당관의 윤리기준이나 독점금지법 위반행위에 관한 형사벌 강화를 통해 규제를 강화하였다. 특히 1984년 양형개혁법에서는 카르텔 등에 관한 벌금액을 「이득 또는 손해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까지 강화하였다.
7) 1994년 연방조달간소화법을 통한 공공조달 개혁에 의한 발주자 재량성 확대
1984년법의 구조에 대하여 수정을 한 것이 1994년의 「연방조달 간소화법(The Federal Acquisition Streamlining Act of 1994)」이다. 동 법에 근거한 공공조달 개혁은 민간기업의 조달방법을 도입하는 것에 의해 공공조달에 적합한 코스트의 저감을 목적으로 하여, 조달 담당관의 성실한 업무집행을 신뢰하여 담당관이 재량권을 행사하는 후에 제약을 완화했다. 그 일례가 과거 실적에 대한 평가 권한을 부여한다. 미국 조달시스템에는 최저가격 입찰자이외에 낙찰시킬 수 있고, 그 경우에는 품질이 우수한 것에 대하여 「객관적」증거를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 조달관청이 보유하는 과거 평가기록 등은 당해 관청의 주관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었지만, 1994年의 개혁에 의해 평가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또, 1994년의 「연방조달간소화법」은 계약자에 요구한 가격자료 제공의무를 완화하고, 조달담당관에 의한 가격 합리성의 판단권한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입찰참가자 측의 참가비용이 적게 되고, 입찰가격이 저하하는 것 외에, 보다 많은 기업이 입찰에 참가함으로써 경쟁촉진이 기대된다.
(3) 일본 공공조달제도 및 입찰담합에 대한 재정법적 대응
1) 현행 공공조달제도의 개요
일본 공공조달제도는 국가 등에 대해서는 회계법 및 예결령에, 지방공공단체 등의 경우는 지방자치법 및 동법 시행령을 근거로 하여 운영된다. 이처럼 이원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국가·지방공공단체 모두 제도상의 가격을 평가기준으로 한 일반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지명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을 방식을 채택할 수 있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된다. 한편 국가·지방공공단체 등이 일정액 이상의 물품·서비스를 조달하는 경우에는 WTO공공조달협정에 의한 조달의무를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조달에 계약담당관 등은 경쟁입찰의 실시에 적당하고 사양서·설계서 등에서 예정가격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예정가격을 넘는 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될 수 없다. 이 점에서 예정가격은 예산범위 내에 계약을 하기 위한 상한가격으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한편 발주방법에 관해서는 일본의 현행 회계법령에서 일반경쟁입찰을 원칙하고 있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지명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도 인정되고 있다.
2) 공공공사 입찰·계약적정화법 등의 제정
입찰계약 적정화법은 국가, 지방공공단체 등이 행한 공공공사의 입찰·계약에 대하여 투명성의 확보, 공정한 경쟁의 촉진, 적정한 시행의 확보 및 부정행위의 철저한 배제를 기본원칙으로 함으로써 발주자에 대하여 입찰·계약에 걸린 정보의 공표, 일괄 하도급의 전면적 금지 등 시행체제의 적정화, 부정사실(담합 등)의 공정거래 위원회 등에의 통지 등을 의무 지우고 있다. 동법에 따라 국가는 각 발주자가 적정화 지침에 따라서 강구한 조치의 상황을 점검하여 이를 공표하게 된다.
한편 동법에 따른 적정화 지침에서는 발주자가 대처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입찰·계약 절차에 관한 입찰감시위원회 등 제3자 기관의 설치, 고충처리 방책의 실시, 일반경쟁입찰 등의 적절한 실시 등의 입찰·계약방법의 개선, 불량·부적격 업자의 배제 등을 열거하고 있다.
3) 국가·지방공공단체 등에 대응방안
일본 국토교통성은 2002년 3월, 입찰제도 운용 개선책으로서 일반경쟁입찰 등의 시행확대, 지방공공단체에 전자입찰도입 촉진, 수의계약 가이드라인의 충실 등을 내용으로 한 「입찰계약적정화 철저 방책검토위원회보고」를 공표하였다. 또, 2003년 4월에는 동 보고의 실시상황을 계속 검증하고, 지방공공단체 등에 있어서 정보공표의 촉진을 위한 메뉴얼 책정, 혼합입찰 촉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 「입찰계약의 철저한 적정화를 위한 당면 대책에 대하여(2003년도)」를 공표하였다. 지방공공단체 차원에서도, 일반경쟁입찰의 대상확대, 지역요건의 완화, Rank제의 재검토, 손해배상예정 조항의 계약서에 명기 등 다양한 대처가 행해지고 있다.
4) 회계검사원의 대응방안
일본 회계검사원에는 1992연도 검사보고에, 「중앙성청 발주의 인쇄물 조달에 대하여」를 정리하는 등 계약방식 선정, 경쟁계약에 있어서 자격심사나 지명의 적부, 계약이행 상황의 파악 및 이에 기초한 지명·계약방식 재검토 등의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아울러, 건설·운수관계의 공공사업에 계약제도 운용상황의 분석(1997년도 보고), 노인복지시설정비에 관한 계약사무 실시상황의 분석(1998년도 보고), 농촌의 농업정비사업에 관한 공공사업에 입찰계약사무의 운용상황 분석(2000년도 보고) 등, 회계검사의 입장에서, 국가 등의 계약사무 적정화에 관한 적극적인 대처가 진행되고 있다.
5)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응방안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금지법상 입찰담합금지 이외에도, 국가·지방공공단체의 입찰·계약제도 등에 관한 조사 등, 경쟁정책 관점에서 공공조달제도 및 그의 운용개선에 대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에 의한 독점금지법위반행위에 대하여 엄정하게 대처하게 하는 동시에 동법 위반행위에의 발주자측 관여, 발주방법 등이 입찰담합을 유발·조장하고 있는 등의 상황이 인정된 경우에는 위반행위의 배제와 아울러 발주자에 대하여도 소요의 개선을 요청해오고 있다. 이 같은 발주자에 관한 요청은 종내, 사실상의 요청에 그치고 있지만, 2003년 1월에 시행된 입찰담합 등 관여행위 방지법에 의해 입찰담합 등에 발주자의 관여가 인정된 경우에는 발주자에 대하여 동 법에 기초한 개선조치요구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6) 입찰담합에 관한 발주자의 대응방안
ⅰ) 입찰담합에 관한 발주자의 탐지
종래부터, 발주관청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담합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입찰계약 적정화법에는 입찰담합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실이 있다고 발주자가 인정한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통지가 의무화되어 있다. 한편,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공된 담합정보나 통지만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조사를 개시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
ⅱ) 입찰담합에 관한 발주자의 조치(지명정지·손해배상)
가) 지명정지
입찰담합을 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발주자에 지명정지조치가 강구되고 있다. 각 발주자는 중앙공공공사계약제도 운용연락협의회(中央公契連)에 작성되고 있는 지명정지 등의 조치요령모델을 참고로 하여, 독자의 지명정지조치기준을 작성, 운용하고 있는 것, 동 조치요령모델은 2003. 5月 개정에 의해, ① 악질적인 형법담합의 경우에는 전국에 지명정지를 한다, ② 담합정보가 접한 조사가 실시된 안건에 대하여, 서약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점금지법위반 등이 있는 경우에는 지명정지기간을 가중한다. ③ 독점금지법위반에 대하는 지명정지기간 상한을 9개월부터 12개월로 인상하는 등 입찰담합에 관한 지명정지조치의 강화 등이 행하여진 결과이다.
나) 손해배상
최근, 입찰담합에 의해 손해를 입은 국가·지방공공단체 등이 사업자에 대하여 독점금지법 제25조이나 민법 제709조의 규정에 기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종래, 입찰담합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에는 피해자에 의한 손해액 입증이 곤란하다는 의문이 있었지만, 1996년 신 민사소송법 제248조 규정에 기준하여 재판소 직권에 의해 상당한 금액의 손해액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동 법의 기준에 따라 손해액을 확정한 판례들이 축적되고 있다. 또한 국가·지방공공단체에서는 계약서를 사전에 입찰담합 한 경우에 있어서 손해배상 예정조항을 담으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4) 우리나라에 있어서 입찰담합에 대한 재정법적 대응과 제도개혁
1) 재정법상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수단
ⅰ) 정부계약법에 의한 입찰담합 제재
공공조달계약은 일차적으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의 규율대상이 된다. 동법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입찰에 부치도록 하는 한편, 예외적으로 계약의 목적·성질·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점에서 입찰담합행위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기본원칙으로서 경쟁이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동법 제27조에서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기타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을 통보받은 여타 중앙관서의 장은 해당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한편 동법 시행령 제76조에서는 부정당업자의 입찰자격제한 사유를 보다 구체화하여, 경쟁입찰에 있어서 입찰자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하였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에 대해서는 각 중앙관서의 장이 당해 사실이 있은 후 지체없이 1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에서는 입찰담합에 가담한 사업자에게 입찰참가자격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배제기간을 설정하고 있을 뿐, 담합을 어떻게 적발할 것인지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조달청이나 발주기관은 입찰담합에 대한 조사권이 없는 만큼 사실상 담합행위의 존재여부 및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달당국 및 발주기관과 담합의 존재 및 위법성을 심사할 권한과 능력을 가진 경쟁당국과의 유기적인 상호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가계약법에 의한 입찰담합 제재의 정도는 비교적 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제재의 내용이 향후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이어서 장래적 효과를 가지는데 그치고 있으며, 사후적 제재 내지 부당이득의 환수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수단을 두고 있지 않다. 물론 입찰참가자격제한이 일정부분 담합의 억제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행위의 위법성과 경쟁제한효과, 재정손실유발 효과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미미한 제재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공공조달의 입찰담합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는 타법을 통하여 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ⅱ)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제재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는 건설공사의 입찰에 있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정한 가격결정을 저해할 목적으로 입찰자간에 공모하여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담합은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여기서 공모란 형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미와 같다고 보며, 그 의미에 대해서 우리 대법원은 공동가공(共同加功) 또는 공동실행의 의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의사의 연락(意思의 連絡)이라 풀이하고 있어서 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 규정한 “공동으로”와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2) 입찰담합 적발 및 규제를 위한 제도개선
최근 수년간 우리 조달당국은 조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입찰정보의 공개 및 전자조달시스템의 정착, 예정가격제 등을 통한 낙찰의 공정성 확보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입찰초청 및 계약체결에서 계약금의 지불에 이르기까지 공공조달의 모든 절차를 전자시스템화함으로써 입찰자들이 입찰장소에서 서로 대면할 기회를 줄이는 한편 공공조달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크게 낮추게 되어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도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 관련 정보를 조달청 전자조달시스템(G2B)로부터 온라인으로 전송받아 낙찰률과 참여업체 수 등 입찰담합의 징후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입찰담합징후시스템’을 2006년 1월부터 도입하여 운영중에 있다. G2B에서 자동적으로 전송하는 입찰은 50억 이상의 공사, 25억 이상의 물품 및 용역의 대규모 입찰을 대상으로 한다. 온라인으로 전송되지 않는 입찰의 경우는 상시 G2B에 접속하여 입찰담합의 징후를 포착하게 된다.
아울러 2004년 12월 중소기업진흥및제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을 개정하여 2007년 1월부터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완전 폐지하되,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2006년 말까지 단체수의계약 지정물품을 중소기업의 공공구매시장에서도 경쟁의 개념이 도입되는 중소기업간 경쟁물품으로 전환키로 한 것도 조달시장의 경쟁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Ⅳ. 입찰담합 방지 차원에서 본 현행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1. 입찰담합의 제도적 원인과 법제개선의 방향
그 동안 우리 공공조달제도는 기회의 균등보장과 조달품질의 질적 수준 확보라는 이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실험하여 왔다. 1995년 7월에 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기 이전까지는 최저가낙찰제도를 근간으로 제한적 최저가낙찰제나 평균가낙찰제가 보완적으로 활용되었다. 초기에는 가장 일반화된 제도인 최저가낙찰제도를 도입, 실시하다가 덤핑을 막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제한적 최저가낙찰제, 제한적 평균가낙찰제(일명 부찰제)를 시행하였다. 최저가낙찰제도가 시장경제 원리에 가장 부합되는 낙찰방식이긴 하지만 저가투찰 현상이 일어나고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또다시 평균가낙찰제나 제한적 최저가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평균가낙찰제나 제한적 최저가낙찰제는 덤핑방지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요행에 의해 낙찰이 이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업체의 원가절감, 기술개발을 유인하지 못하고, 예산절감에도 기여할 수 없는 한계성을 지닌 제도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경험한 것은 덤핑입찰과 입찰담합이라는 폐해의 반복이었다. 이 둘은 양면적이어서 입찰담합문제를 강조되면 최저가낙찰제를 실시하다가 부실공사가 문제시 되면 ‘덤핑 아닌 덤핑’을 막기 위해 낙찰률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는 제한적 최저가낙찰제를 실시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두 제도를 번갈아 적용 해왔다. 도입과 수정, 폐기를 반복하던 우리 조달제도의 핵심적 내용들 가운데는 현재도 입찰담합을 유인하는 성격의 제도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기회의 균등보장을 위해 조달절차의 투명성을 과도하게 부여한 결과로 인한 것이다. 공공조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낙찰받도록 하는데 있다. 현행 제도는 누구나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며, 그로 인해 응찰업체의 편차와 기술력을 반영하지 못하고 이른바 운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운찰제’의 성격이 강하다. 그 결과 응찰 업체의 경쟁유인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지나치게 투명하다 보니 경쟁자들의 가격형성수준을 예측하기가 용이해지고 있다. 누구나 낙찰될 수 있도록 하다보니, 누구도 쉽게 낙찰될 수 없게 되며, 특히 낙찰받을 만한 최적의 자격을 갖춘 자가 낙찰받지 못하거나, 입찰담합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예정가격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결과적으로 투명성 제고가 부패의 방지와 공정성 확보에는 기여하였으나, 경쟁성 내지 이를 통한 자원의 적정배분 및 공공물자 및 설비의 질적 수준제고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이들 제도를 개선 내지 폐기하라는 주장을 단순히 제기하기도 곤란하다. 공공조달정책을 입찰담합 방지 차원에서만 운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규제방식을 유지하다 보면, 조달당국과 경쟁당국의 상호협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범적 판단이 달라지는 결과는 불가피해 보인다.
공공조달에 입찰하는 업체들의 주장은 더욱 강경하다. 이를테면 연고권이나 협의방식과 같은 선의의 협상형 입찰담합이 조달시장의 특수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입찰담합을 통해 결정되는 낙찰가격은 당초 발주기관이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하여 제시한 예정가격의 범위 내에서 결정되며, 따라서 민간시장과는 달리 입찰담합이 정부예산의 낭비나 사회적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는 견해는 과장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반적인 공동행위가 가격인 인상이나 생산량 감소를 초래하는 것과 달리, 공공조달에 대한 입찰담합은 생산량에 대한 영향은 있을 수 없고, 가격이 일정 수준 상승할 수는 있으나 이 역시 예정가격 이하에서 통제되기 때문에 담합으로 인한 통상의 후생손실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공공조달시장에서의 담합은 공급자간의 파괴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을 방지함으로써,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수익을 보장하여 경영안정성을 증대시키고, 해당 산업의 안정을 도모하며, 적정조달비용의 확보를 통해 불량품 또는 부실시공을 차단하는 한편, 연고권에 의해 공사수주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원활한 공사수행과 공사비절감의 효과도 기대할 수가 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이유로 담합이 용납될 수는 없다. 입찰문제가 가진 문제점은 입찰제도 자체의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조달의 특수성과 경쟁제한의 불가피성을 도외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 있으며, 따라서 공공조달에 대한 입찰담합문제의 개선 방향은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경쟁법적 기준의 작동범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를 중심으로 설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공정거래위원회와 조달당국의 역할 재정립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입찰담합의 적발율을 높이면서도, 양자간의 규범적 판단의 편차를 줄일 수 있도록 상호협조 채널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공공조달부문의 입찰담합 문제에 있어서 현재의 방식은 ‘공공조달’적 측면보다는 ‘입찰담합’적 측면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공공조달시장에서 발생했다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 통상적인 담합의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느껴진다. 담합행위에 관한 조사권도 가지지 못한 조달관련 기관으로서는 공정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부문에서 발생한 것이든 아니든 일단 담합이 있었으므로 공정거래법 제19조 등의 위반행위일 뿐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에 입찰담합의 적발을 용이케 하기 위한 차원에서 조달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간의 실시간 입찰상황정보교류의 창구는 마련된 점은 고무적이다.
일면, 입찰담합의 적발의 어려움이나 위법성 판단의 기술적 전문성 등을 감안할 때, 입찰담합규제의 주도권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지는 현재의 방식은 불가피하면서도 타당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경우의 타당성은 사후규제의 관점에서만 접근했을 때 유효하다. 입찰담합이 초래하는 재정적 손실은 일반 민간입찰에서 발생하는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현실적으로 최근의 군납석유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과 실제 손해액에 대한 배상을 받아내는 일은 차원을 달리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따라서 사후규제의 엄격한 운용 못지 않게 이를 미리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한 조치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현재와 같이 조달당국이 입찰정보를 공정위에 제공하여 공정위로 하여금 최소한의 정보력을 확보토록 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역으로 공정위가 입찰담합의 심사 및 규제노하우를 하나의 메뉴얼 내지 지침으로 작성하여 조달당국이나 발주행정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살펴 본 미국이나 일본의 예에서도 확인되는 바와 같이, 단순히 입찰담합 규제권을 경쟁당국에 맡겨버리는 방식 보다는 조달당국이 제한적이나마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제도적 조치들이 오히려 최근에 감지되는 규제의 패턴이 되고 있다.
조달당국이나 발주기관은 수요분야의 입찰 및 입찰사업자에 대한 오랜 경험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담합행위의 존재 내지 가능성에 대한 탐지능력은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 보다 앞설 수 있다. 그런 만큼 공공조달의 특수성과 조달당국의 입찰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하여 운용중인 ‘입찰질서의 공정화 지침’은 제목 그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위한 지침으로서 발주기관이나 조달당국을 염두에 둔 흔적을 찾기 어렵다. 사후적으로 입찰담합을 입증해 내거나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 이외에 담합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공공조달부문의 입찰담합사건을 일반 민간입찰담합사건과 특별히 구분하여 보고 있지 않으나, 일반 행정기관이 입찰담합의 적발이 어렵다는 점과, 공공조달사건이 가지는 국가예산낭비적 측면을 감안하여 일반 입찰담합사건에 보다 더 관심이 요구된다. 공정위원회로 하여금 재정법적 고려까지 담당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법리적으로 무리가 될 수 있겠지만, 조달당국 또는 발주기관과의 유기적 협력관계 및 입찰담합 방지 및 조달당국 또는 발주기관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요구할 필요는 있다. 이를 통해 예산낭비 및 조달품질의 질적 수준확보라는 반사적 이익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설되어 있는 입찰담합징후시스템을 관련 부서 전체로 확대되어야 하며, 특히 국방부 조달본부나 한국전력공사, 도로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중요하다.
아울러 국가계약법상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의 사실상 유일한 근거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계약법 제27조의 비현실성도 지적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조문기술방식은 입찰담합이 확인되면, 입찰자격을 제한하겠다는 소극적 입장으로 해석되며, 입찰을 둘러싼 각종 부정당행위의 적발이나 엄단의 선언적 의미는 약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입찰담합을 중앙관서의 장이 조사하여 적발해 내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면, 조문에 경쟁전문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토록 할 필요가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담합사실에 대한 통보의 의무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하도급법과 같이 공정위가 공공조달의 입찰담합 사실을 통보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요청하도록 하는 규정을 명문화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제도적 요인이 개입된 경우 담합의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공정위로서도 위법성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조달당국이나 발주기관과의 협의채널을 가지는 것이 법적용의 현실적합성 제고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3. 관제담합문제에 대한 입법적 보완
(1) 문제의 소재
공공기관이 발주한 입찰에 있어서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혹은 발주기관이 직접 담합에 가담한 경우를 흔히 관제담합(官製談合)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서는 현행 국가계약법에 아무런 제재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그 결과 발주기관이 개입한 입찰담합은 국가계약법이 아닌 타법을 통해 제재할 수밖에 없다.
정부계약 특히 공공조달계약에 있어서 투명성 저해의 문제는 사실 발주기관이 입찰의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에 주로 노정된다. 현재 WTO나 OECD등 국제기구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공공조달에 있어서의 투명성(Transparency in Government Procurement)”도 실제로는 정부에 의한 입찰시장의 진입제한 및 담합개입에 상당부분 주목하고 있다. 그 점에서 현재 국가계약법이 사업자들간의 담합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정부계약의 투명성 제고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미흡한 것으로 지적할 수 있다.
(2) 공정거래법에 의한 제재
우선 발주기관이 직접 담합행위에 개입하는 경우 당해 행위는 일종의 수직적 카르텔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동으로 경쟁을 제한키로 하는 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합의의 단면이 수직적인 형태를 띠고 있을 뿐 그 경쟁제한성은 수평적 공동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학설과 실무는 수직적 카르텔을 공정거래법 제19조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견이 수렴되어 있지 않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에 관해 부정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러한 행위를 담합 내지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 경우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면 근거규정은 제19조가 아닌 제23조 즉, 불공정거래행위금지규정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입찰참여자가 발주기관에 대하여 낙찰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3호 전단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며, 반대로 발주기관 측이 낙찰의 대가로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가운데 ‘이익제공 강요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라도 사경제주체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사업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즉 국가 등 공공기관이 고권적 활동 이외에 사업자적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 판례 역시 이점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와는 달리 발주기관이 리베이트 수수를 목적으로 입찰행위에 개입하고 특정 사업자에게 수주를 주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발생가능성이 낮으며, 주로는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사욕추구 목적으로 입찰담합에 개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일반 형사법 및 공무원에 관한 처벌법규의 적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개입한 경우 - 형사법을 통한 제재
발주기관의 임직원이 담합행위에 가담한 경우에는 우선 형법 제315조가 정하는 경매입찰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동 조항에서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함으로써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할 경우 경매입찰방해죄가 성립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통상적인 공공조달에서의 입찰담합의 경우 동 조항에서 문제삼는 경매입찰방해행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위계 또는 위력으로 입찰담합이 이루어져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면 형법 제315조가 적용된다는 점에 이의가 없다. 하지만 그 밖의 방법으로 입찰담합이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이를 입찰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판례는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담합금이 지극히 적은 경우 또는 담합의 목적이 일반적 구체적 사정으로 보아 일반 상거래에 있어서의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고, 또 발주자의 예정가격 범위 내에서 무모한 경쟁을 방지하려 함에 있는 경우에는 비록 금품을 수수한 경우라도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본 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 밖에 형법 제355조의 배임죄 내지 제357조의 배임수증죄의 경우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타인의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이라는 점에서 입찰담합의 과정에 금전적, 재산적 반대급부를 취득한 경우에 적용될 여지가 있다.
한편 발주처가 정부 등 공공기관일 경우에는 임직원의 담합가담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별도로 적용될 수 있다. 이를테면 「회계관계 직원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4조는 회계관계직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법령 그 밖의 관계규정과 예산에 정해진 바에 위반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단체 등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때에는 변상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동 법률 제4조는 변상책임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가 특히 국고 또는 지자체의 손실이 5천만 원 이상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의 형사처벌조항을 두고 있어 매우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다.
요컨대, 국가계약법령에서는 공공기관에 의해 행해지는 입찰에 대한 담합행위에 대해 적용되는 반면, 형법에서는 사인이 행하든 공공기관이 행하든 모든 입찰 및 경매에 적용된다. 입찰담합을 형법상의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형벌에 의한 엄격한 처벌이 가능하며, 그 한도 내에서 억제력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입찰담합의 존재를 규명하는 일은 사법경찰관리나 검찰의 입장에서도 용이한 일이 아니며 행정규제 차원에서 입찰담합을 금지시키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과는 별개로 형사법 소정의 범죄행위 구성요건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국가재정에 끼친 손실을 보전할 수도 없기 때문에 별개의 조치가 필요하다.
(4) 법제보완의 구체적 방안
이상을 정리해 볼 때, 현행법의 해석을 통해서는 향후 예상해 볼 수 있는 관제담합의 문제를 원만히 규율하기 곤란한 것으로 판단되며,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관하여 우리 보다 앞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다양한 입법적 대응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의 입찰담합 등 관여행위방지법의 시사점에 착안할 때, 법제 정비방안은 크게 세 방향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입찰담합 등 관여 행위를 배제하기 위한 행정상의 조치관련 규정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담합 등에 관하여 조사한 결과, 공공기관에 의한 관여행위가 입증되었을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각 행정기관의 장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해당 요구를 받은 행정기관의 장은 조사 및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조사결과를 공표토록 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해당 담합행위에 가담한 직원에 대한 배상청구 및 징계 사유의 조사 부분으로서 행정기관의 장이 해당직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조치를 병행하여야 한다. 끝으로 입찰담합 등 관여 행위의 방지를 향한 관계 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제휴·협력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법제처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