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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로 살펴보는 영화등급제
  • 구분법으로 읽는 영화/소설(저자 : 홍 승 진)
  • 등록일 2010-09-13
  • 조회수 9,949
  • 담당 부서 대변인실
2010년 7월 27일,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악마를 보았다’에 대하여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이어 8월 4일에 있던 재심의에서도 같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다음날 예정되었던 언론인을 상대로 한 기자시사회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놈놈놈’ 등의 흥행작을 만든 감독인데, 거액을 들여 제작된 국산 상업영화가 이 등급을 받은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게 되면 이러한 영화만을 상영할 수 있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영화를 틀 수 있고, 광고도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이 영화의 8월 개봉을 기대하며 준비하던 배급사, 광고홍보 기획사, 영화관 등등의 관련업계에서는 다소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일부 장면을 수정한 끝에 등급심의 3수를 거쳐 ‘청소년 관람가’ 등급을 받아 개봉되었지만, 이에 대하여는 법적으로도 검토할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먼저 현행 등급분류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제29조는 상영등급분류에 대한 사항을 정하고 있습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상영등급분류) ① 영화업자는 제작 또는 수입한 영화(예고편 및 광고영화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그 상영 전까지 제71조의 규정에 의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상물등급위원회"라 한다)로부터 상영등급을 분류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영화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8.2.29> 1.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특정한 장소에서 청소년이 포함되지 아니한 특정인에 한하여 상영하는 소형영화·단편영화 2.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3. 국제적 문화교류의 목적으로 상영하는 영화 등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등급분류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영화 ②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영화의 상영등급은 영화의 내용 및 영상 등의 표현 정도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분류한다. 다만, 예고편·광고영화 등 영화 상영 전에 상영되는 영화는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영등급을 분류 받을 수 있다. <개정 2009.5.8> 1. 전체관람가 : 모든 연령에 해당하는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2. 12세 이상 관람가 : 12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3. 15세 이상 관람가 : 15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4. 청소년 관람불가 :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5. 제한상영가 :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 ③ - ⑩ (생략) 이 법률조항에서 보는 대로 우리나라는 현재 5개 등급으로 영화를 나누고 있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의 영화관에서 일반 대중에게 상영되기 위하여는 반드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입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의 검열관 신부님이 컴컴한 천국에 홀로 앉아 휘두르던 권세를 행사하고 싶은 것은 물론 아니고, 보다 열린 시각에서 다양한 소재를 일반국민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현행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제한상영가 영화’의 정의는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입니다. 이번에 ‘악마를 보았다’를 심사(등급분류)한 위원들은 이 영화가 아마도 ‘폭력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내용이 너무 지나쳐서 인간의 존엄이나 사회적 가치,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칠 것 같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잔혹한 표현수위의 영화를 비위좋게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 글을 쓰기 위해 ‘억지로’ 이 영화를 찾아보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보기에 매우 불편했습니다. 주인공인 국정원 요원 수현(이병헌)은 사랑하는 약혼녀가 사이코 킬러 연쇄살인범 장경철(최민식)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하자 자신의 직업을 활용, 신속하게 범인을 찾아내고 이 악마같은 범인을 그냥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 보다는 가능한 한 오랜 시간 고통을 안겨주며 스스로 응징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수현은 보다 창의적인 응징을 궁리하고 실행하는 사이 점점 스스로 악마를 닮아가고, 당하기만 하던 범인(악마)도 반격을 준비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복수’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정말 그 목록을 뽑아보기에도 지칠 정도로 차고도 넘칩니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 - ‘올드보이’ - ‘친절한 금자씨’라는 소위 ‘복수 3부작’을 만들어 나름 호평을 받은 바 있고, 헐리우드 영화인 ‘데스 센텐스(Death Sentence, 2007)’에서는 케빈 베이컨이 갱단에 희생된 가족을 스스로 응징하고, 2009년 작인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에서는 무력한 국가기관을 대신해 제랄드 버틀러가 치밀한 잔혹살인극을 펼칩니다. 이 영화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아저씨’나 2008년 작품인 ‘테이큰(Taken)’에서 주인공 원빈이나 리암 니슨이 가족이나 친구가 당한 폭력을 신나게 곱절 아니 수십 배로 갚아주는 ‘다 죽여’ 식의 ‘솔로 해결사의 자력구제’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도 나날이 잔혹해지고 악랄해지는 범죄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공권력과 국가는 무기력하고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는 범인들은 거리를 활보한다는 현실을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악마를 보았다’가 문제된 것은 영화의 줄거리나 플롯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표현방법’이 문제가 된 것이죠. 3수를 거쳐 수정되어 극장에 걸린 내용만 봐도 보기에 거북한데, 원래 감독이 내놓았던 장면은 어떤 수위였는지 궁금합니다. 전체 상영시간 중 피가 나오지 않는 부분은 10%도 안되는 것 같고, 피가 나오지 않으면 성적인 묘사가 매우 거북하게 이어집니다. (2010.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