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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권위주의 풍조
  • 구분밝은내일을위하여(저자 : 편집실)
  • 등록일 2009-01-01
  • 조회수 1,335
  • 담당 부서 대변인실
권위주의 풍조 해방 40년, 권위주의에 질식하다시피 살아온 우리사회에서, 그리고 선진례를 들것도 없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계만이라도 그런 껍질을 좀……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시들하면 값이 떨어진다. 반대로 수요는 왕성한데 공급이 달리면 값이 뛴다. 이것이 이른바 시장원리라는 것이다. 시장만이 아니라 인생살이, 사회살이의 기미(幾微)에도 이 원리는 왕왕 얼굴을 내민다. 한창 팔리는 저술가(著述家) 등에게 글을 부탁하려면 좀 애를 먹는다. 말 잘한다는 연사(演士)에게 강연을 부탁하려 해도 같은 경험을 한다.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바쁜 사람들이란 대개 그런 개연성(蓋然性)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속된 케이스로는 이름 팔린 복술가(卜術家)들이 가장 그러하다. 이들의 첫째 특징은 거드름을 피운다는 점이다. 반드시 바빠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희소(稀少)가치와 권위를 과시하려는 의식, 무의식의 심리에서 그러는 것이다. 보는 사람의 눈에 그것은 교만해 보인다. 부탁하는 사람의 처지가 딱하고 의존적(依存的)일수록 그런 희소가치적 권위반응은 농도를 짙게 하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사회관계-인간관계에서 이런 역겨움을 지양(止揚)하자고 고금과 동서할 것 없이 교육덕목의 하나로 삼아왔다. 당금(當今)만 해도 사회정화기구가 애써 뿌리내림에 집념하는 질서 도덕이라는 것의 내용도, 바로 이 교육덕목과 본연 (本然)에서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라는 것이 있다. 의사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면 누구나 의료인으로서 최고의 지표로 삼을 것을 자기의 양심을 통틀어 다짐하는 선서이다. 그것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醫療人)으로서 지켜야 할 최고의 도덕률, 곧 인술자(仁術者)로서의 고결한 생활신조를 맹세하는 내용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개개 의사만이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 기능을 그 범주에 포괄하고 있음이 당연하다. 항간(巷間)에 「3-3-3종합병원」이란 말이 벌써부터 유행어로 등장했었다. 최근에는 「5-3-5종합병원」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5시간 기다렸다가 3분의 소나기진찰을 받고, 약타기 위해 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종합병원 운영구조를 개탄하는 핀잔이다. 오래오래 기다렸다가 진찰실로 들어서기가 바쁘게 간호원은 내보내기 위해 채근하는 것이 역할처럼 설친다고 탄식도 한다. 병명이 무엇인지,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똑똑히 모르고 밀려나야 하는 안타까움 등등……끊이지 않는 독자 투고만 보아도 실태가 어지간히 떠오른 것이다. 또 의료인은 의사, 간호원 할 것 없이 왜 그렇게 권위주의적으로만 환자를 대하는지 모르겠다는 중론이 사회화한 지도 오래이다. 어쨌든 요즘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환자권리선언」론이 세인(世人)의 관심을 끌고 있다(朝鮮日報 5월 8일자 11면). 이에 대하여 의료계에서는 일단 시기상조라고 반론을 펴고 있는 것 같다. 시기상조란 말이 원칙은 옳으나, 때가 이르다는 뜻이고 보면, 「환자권리선언」사안이 우리사회에도 필요하다는 데에 이의를 다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해방 40년, 권위주의에 질식하다시피 살아온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선진례(先進例)를 들 것도 없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계만이라도 그런 껍질을 좀 벗어줄 것을 절실히 촉구해 본다. 〈朝鮮日報, 85년 5월 12일, 「社說」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