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의 효력과 그에 대한 권리의 구제
- 구분입법자료(저자 : 김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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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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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 부서
대변인실
위헌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의 효력과 그에 대한 권리의 구제
김 승 조
1. 사건
2. 판결
3. 평설
(1) 처음에
(2)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
(3) 위헌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의 효력
(4) 권리구제의 문제
1. 사건
원고는 1977년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인천 남구 소재 원고 소유의 임야를 국가에 징발당한 바 있다. 그런데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다른 사람의 위헌심판제기로 1994년 6월 30일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선언되었다. 이에 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
사건을 심리한 서울 민사지방법원은 국가가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제4항에 의해 원고의 토지를 강제수용하였으며, 이 법률조항은 헌법 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선언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수 없고 당시의 강제수용은 합법적 절차에 따른 합법적 처분이기 때문에 당해 처분이 행정소송을 통해서 적법하게 취소되기 전에는 법적 효력을 지닌다고 하여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1994년 10월 행정처분이 근거한 법률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이 났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의 당해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은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없는 이상 동일한 법적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3. 평설
(1) 처음에
위의 사건에서 보는 바의 판결은 위헌법률에 근거한 국가의 사유지 강제 수용에 대하여 개인의 권리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 법원에 의한 헌법재판소의 무시 또는 위헌법률에 의한 개인의 권리침해의 인정이라는 현대법치주의국가에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모순을 안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소급효에 관한 문제, 당해 위헌법률에 근거한 여타 행정처분의 효력의 문제 및 여타 행정처분의 대상자의 권리구제의 문제에 대하여 전반적인 검토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소급효의 문제, 여타 행정처분의 효력의 문제 및 당해 처분의 상대방의 권리구제의 문제를 살펴본다.
(2)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의 신청 또는 법원의 직권에 의한 제청에 의거하여 당해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한다(헌법 제107조). 법률이 위헌으로 선언된 경우에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해서는 헌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법은 제47조에서 「①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②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각급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행헌법상의 위헌법률심사제는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한하여 행해지는 구체적 규범통제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으로 선언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여 일반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이 언제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위헌법률에 근거한 구체적 개별행위가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위헌판결을 받은 후 헌법에 부합하도록 새로 입법 또는 개정되기까지의 과도기에, 즉 법의 공백기에 행정부나 법원은 위헌법률에 해당하는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논의될 수 없는 문제이고, 법적 안정성과 개인의 권리구제에 관한 문제를 완전히 고려하지 않고서는 논의될 수 없는 문제이다.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이 언제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두 개의 견해가 대립되어 있다. 무효설과 폐지무효설이 그것이다.
무효설에 의하면 헌법에 반하는 법률은 비록 그것이 법률인 것처럼 보이고 법적 자격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 법률은 처음부터 법률이 아니었고 법질서에도 속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별도의 조치가 없어도 당연히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효설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위헌결정은 이미 무효인 것을 유권적으로 확인하고 선언하는 효력을 가질 뿐 아무런 창설적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에 반하여 폐지무효설에 의하면 헌법에 반하는 법률도 일단 유효하며 사실상 법질서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취소행위에 의하여 폐지될 때까지 헌법에 반하는 법률이라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헌법에 반하는 법률도 폐지될 때까지는 유효하다는 폐지무효설은 위헌법률이라도 특별한 취소행위 즉 위헌판결이 있어야 비로소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창설적 효력을 갖는다고 한다.
무효설과 폐지무효설은 다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결국 이들은 실질적 정의와 법적안정성 중에서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 하는 차이가 있다.
무효설에 따르면 헌법에 반하는 법률은 처음부터 법률이 아니고 무효이기 때문에 당해 법률에 해당하는 모든 사건에 대하여 즉 위헌판결 이전의 사건에 대해서도 이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무효설에 따르는데(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 제79조 제2항), 따라서 독일에서는 위헌판결을 받은 법률은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상실된다. 즉 당해 사건만 아니라 재판에 계류중이거나 또는 제소하지 않았지만 이 법에 해당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서도 동 위헌법률은 적용되지 않으며 위헌판결 전후를 막론하고 집행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효설은 위헌판결과 함께 해당법률의 전부 또는 일부 조항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상실되는 경우에 합헌적으로 그 법이 개정되거나 또는 새로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적용할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과 기왕의 법률관계를 전면적으로 파괴한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이 문제로 인하여 독일에서는 헌법재판소법의 개정을 심각하게 고려하였으나 실질적 정의의 존중이라는 원칙에서 개정움직임은 중단되었다. 따라서 무효설은 법치국가의 원리인 법적 안정정과 신뢰보호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바로 이러한 사실로 인하여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사실상 무효판결을 내리는데 주저하게 되고 가급적 무효판결을 회피하고 여러 가지 변형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에 반하여 폐지무효설에 따르면 헌법에 반하는 법률도 특별한 취소행위에 의하여 폐지될 때까지 일단 유효하므로 당해 사건을 제외하고는 그 법률이 폐지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따라서 법의 공백상태를 방지하고 그로 인한 혼란을 피할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당해 법률이 폐지될 때까지는 당해사건을 제외하고는 이미 구성 요건이 충족된 모든 사건과 경우에 따라서는 당해사건보다 먼저 법적 요건을 갖추고 법원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종전의 위헌법률이 계속 적용됨으로서 해당사건과 여타의 사건간에는 심한 불균형이 나타난다. 위헌인 법률이 계속 적용되는 것도 큰 문제인데 이러한 불균형까지 인정한다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심히 부당하다.
전통적으로 폐지무효설을 따르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법의 공백상태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당해 사건을 제외하고는 계속 종전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헌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오스트리아 헌법은 제140조 제7항에서 법률이 위헌이라고 하여 폐지되었거나 제4항에 따라 위헌이라고 선언되면 모든 법원과 행정기관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기속된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을 폐지하는 판결에서 달리 판시하지 않는 한 폐지 이전에 이미 구성요건을 충족된 경우에는 해당사건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종전의 법률이 적용된다. 헌법재판소가 동조 제5항의 규정에 따라 기한을 정한 경우에는 그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구성요건을 충족된 경우에도 해당사건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종전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판결 후 1년의 한도 내에서 일정한 시점을 정하여 그 때부터 법률을 폐지시킬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대부분 정부의 의사를 참작하여 법률의 폐지시기를 정한다.
이러한 폐지무효설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대신 위헌적 법률을 계속 적용한다는 관점에서 실질적 정의의 원칙에 부응하지 못한다. 더욱이 모든 구성요건을 갖춘 사건 가운데 특히 당해사건만을 위헌법률의 적용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여 최근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해당사건의 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원래 해당 사건이란 구체적인 규범통제소송을 발생시킨 사건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의 판결추세에 따르면 해당사건은 헌법재판소에서 실제로 위헌법률심사를 개시한 사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구두심리의 시점까지 또는 구두심리가 시작될 때까지 계류된 모든 사건을 해당사건으로 보고 소급하여 위헌법률의 적용을 배제하여 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과 그렇지 못한 사건간에는 불균형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에 대하여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여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위헌 결정의 소급효의 부인은 법적 안정성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실질적 정의의 원칙에 부응하지 못하며 위헌법률에 기인한 사건간의 심한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에 기인한 사건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해당사건을 법률의 위헌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동안에 소송에 계류중인 모든 사건을 해당사건으로 간주하여 사건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있으나(92헌바49) 이 경우에도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과 그렇지 못한 사건간에 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도 앞에서 본 바와 같다.
(3) 위헌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의 효력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일반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한다면 그 때부터 당해 법률에 근거하여 새로운 행정처분을 행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효력이 소급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당해 위헌법률에 근거하여 행해진 행정처분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소급시키지 않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창설적 효력을 가지고 위헌으로 선언된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는 법률로서 합헌적으로 존재하고 그 법률에 근거하여 행해진 행정처분은 합헌적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으로서 유효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위헌적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본다면 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헌결정을 야기한 사건 및 소송에 계류 중인 사건과 그렇지 못한 사건간의 심한 불균형을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행해지기 전에 위헌법률에 근거하여 행해 진 행정처분의 효력에 대하여 특별한 취급을 할 필요가 있게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을 중대한 하자를 갖는 행정처분으로서 취소할 수는 있으나 명백한 하자는 갖지 않는 것으로 동 행정처분은 취소할 수 있음에 그치고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즉 법률에 근거하여 행정처분이 발하여진 후 헌법재판소가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을 위헌으로 결정하였다면 위 행정처분은 법률의 근거가 없이 행해진 것과 마찬가지로 되어 하자가 있는 것으로 된다. 그러나 하자있는 행정처분이 당연히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명백한 것이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전에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정처분의 취소소송의 전제가 될 수 있을 뿐 당연무효사유는 아니다. 또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인지의 여부는 위헌결정의 소급효와는 별개의 문제로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된다고 하여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이미 취소소송의 제기기간을 경과하여 확정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에는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어느 행정처분에 대하여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그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할 필요없이 위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대판 92누9463).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부인하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모순되지 않으면서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출소기간이 제한되어 있고(행정소송법 제30조), 동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다시 소송을 제기할 즈음에는 거의 대부분이 출소기간을 넘긴 상태이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건 이사건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위헌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의 상대방간의 심한 불균형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단순히 당해 행정처분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서는 아니되고 이를 위한 다른 특별한 구제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4) 권리구제의 문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되지도 않고,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이 취소할 수 있음에 그치는 상황에서 당해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당해 위헌 법률에 근거하여 행해진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권리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정된 법원의 판례나 학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판결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법원의 판결을 제외한 모든 국가작용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허용하고 있다. 본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토지에 대한 국가의 강제수용처분은 국가의 공권력작용임이 틀림없고, 강제수용처분을 한 법률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선언되어 위 토지의 강제수용처분은 헌법에 보장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 강제수용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인정될 수 있다.
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는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고 헌법소원의 보충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소원의 보충성은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만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다른 법률의 의해서는 권리구제를 할 수 없는 경우에 헌법소원을 통해 권리구제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되지도 않고,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은 무효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을 뿐이어서, 당해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당해 위헌 법률에 근거하여 행해진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권리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바로 헌법소원의 제기요건인 보충성의 원칙이 충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헌법소원의 제기가 허용된다면 다음으로 당사자를 언제까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거친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최종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청구기간제도는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의 효력을 다툴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와 같이 청구기간을 두는 것은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의 효력을 오랜기간 불확정한 상태로 둠으로서 발생하는 국민의 권리의무관계의 불안정을 제거하여 헌법질서 및 헌법생활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을 「그 사유가 있은 것을 안 날」과 「그 사유가 있은 날」로 구분하고 청구기간을 각각 60일과 180일로 규정하여, 양자 중 어느기간이 경과하면 청구기간의 경과로 보아 심판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이문제도 다시 검토하여야 한다. 청구기간제도는 이념적으로는 권리구제의 이념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이념의 조화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양자의 이념을 조화시켜 「있은 날」을 기준으로 청구기간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예외적으로 청구권자에게 주관적 책임을 물어 법질서 및 권리의무관계를 보다 빨리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안 날」을 청구기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특별히 청구권자에게 주관적 책임을 물을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있은 날」을 청구기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청구기간은 언제 개시되는가 본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은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당해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된 날을 헌법소원의 심판제기기산일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행정처분은 결과적으로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것으로 되지만 위 행정처분에 대한 구제절차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때가 바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은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특히 심판청구인의 주관적 귀책사유가 있는 때에는 위헌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법제연구담당관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