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화 사회에서의 법과 제도
- 구분법제논단(저자 : 안문석)
-
등록일
2009-01-01
-
조회수
12,621
- 담당 부서
대변인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의 법과 제도
안문석(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규제개혁위원장)
차례
1. 서론
2. 지식정보화 사회의 두 가지 특징
3. 법령에 대한 행정학적 이해
4. 법령 제정과정에 존재하는 시차
5. 시행령 제정이 갖는 의미와 소요 시간
6.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7. 지식정보화 사회의 선진국과 후진국
8.환경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제거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
8-1. 민간인 중심의 규제개혁위원회의 설치 운영
8-2. 일몰(日沒)제의 도입
8-3. 낡은 규제의 일제정리
8-4. 신설규제의 사전 심사제도의 도입
8-5. 규제영향평가의 의무화
8-6. 규제순응도 실시
8-7.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유도를 위한 제도
9. 현실과 법령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성과
10. 향후과제와 개선방안
11. 결론
1. 서 론
2002년 11월 13일은 우리나라 전자정부 역사상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힘들어 만들어 놓은 세계최강의 IT 인프라 위에 전자정부를 구축해 놓은 날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부분의 민원서류를 가정에서 신청할 수 있고, 학부모는 학생의 성적과 학교생활을 집에서 인터넷을 통하여 열람하고 교사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정부조달에 참가하는 기업도 조달기관에 갈 필요 없이 응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달 이상 걸려서 파악되던 정부재정상태가 매일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정부예산 운영의 투명성도 한층 더 강화되었다.
전자정부가 구축되어 사이버 공간에서 정부와 국민이 만나는 이 세상을 사람들은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부른다.
1) 안문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 박영사, 2001.
이 지식정보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사이버 공간상에서 만나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법령에 의하여 정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법령은 3권 분리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국회에서 만들어진다.
법령의 발의에서부터 제정 그리고 공포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법령제정에 소요되는 이 시간이 큰 문제로 등장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본다.
2. 지식정보화 사회의 두 가지 특징
우리가 살고 있는 새로운 모습의 사회인 지식정보화 사회가 갖는 중요한 특징 두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인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고 생활을 영위한다. 따라서 이 사회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지식이 상식화된다.
둘째, 지식과 정보의 평균수명이 현저히 단축된다. 산업사회에서의 지식과 정보의 평균수명이 평균 10년 내지 15년이었던 것이 이 사회에서는 2년 내지 3년으로 대폭 단축된다.
첫째 특징 때문에, 종이문서에 의한 행정을 기본으로 하여 형성된 관료제가 호된 시련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실, 산업사회 초기에 등장한 관료제는 문서에 의한 행정이 가장 큰 특징으로 등장하였다. 문서에 의한 행정이 의미를 가진 이유는 ‘말(口頭)’에 의한 행정이 갖는 임의성이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여 도시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낯선 사람의 관계와 이것이 가져다주는 혼란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문서에 의한 행정은 200년을 거치면서 행정의 기본 패러다임이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사이버 공간이라고 불리는 전자공간에서는 종이문서가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문서에 의한 행정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행정의 능률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둘째 특징은 더 큰 문제를 행정에 가져다주었다. 사람의 행위를 규제하는 법령의 제정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급변하는 행정 환경사이에 괴리가 크게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령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령에 대한 행정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3. 법령에 대한 행정학적 이해
2) 안문석, 정보체계론(4판) , 학현사, 1999.
3) 안문석, 「정보체계론(4판)」, 학현사, 1999.
행정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법령은 특정 사회가 문제를 인지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나열한 것이다. 물론 법령 가운데는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미리 인지하여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법령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적(事後的)인 의미를 더 많이 갖는다.
시스템 이론적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면 ‘문제는 시스템이 추구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와 현재 상태와의 차이’로 정의된다. 그리고 문제풀이는 이 차이를 제거하는 과정이 된다.
정책학적 시각으로 보면, ‘정책은 정부가 추구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를 정의하고 이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시스템 이론적 시각에 따르면 정책은 환경으로부터의 투입이 공공부문이라는 시스템을 통과한 후 만들어 낸 산출이 된다. 정책이라는 산출을 만들어 내는 제도화된 기관이 국회이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 보면 법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해 진다.
첫째, 법률은 특정 사회의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둘째, 법률에는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에 대한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 부분은 법률에서 흔히 제1조 목적으로 나타난다.
셋째, 법률에는 현재 상태를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로 이끌어 올리기 위한 제도적 또는 수단적 장치가 포함된다.
넷째, 법률이 정한 규제의 대상이 제도적 장치에 순응치 않은 경우에 대한 처벌이 포함된다.
흔히 법학도는 법률을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행정학도는 법률을 문제해결의 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법률에 대한 이상의 해석상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행정학도는 법령을 정책으로 본다.
4. 법령 제정과정에 존재하는 시차
이제 시각을 법령제정과정에 존재하는 시차문제에 맞추어 보자.
법령제정과정을 문제풀이적 시각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이다. 정책학적으로 이 단계는 정책의제 설정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인식이라는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의 주체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태에 불만을 느껴야 하고, 나아가서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를 정의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는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와 현재 상태 사이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다양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게 인식된 문제가 다른 집단에서도 문제로 인식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특정한 문제가 사회전체 또는 국가의 문제로 인식되어 설정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고, 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둘째, 일단 문제가 인식되어 정책 의제화 되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탐색단계가 필요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 중에는 논리적으로 증명된 수단이 있는가 하면 논리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으나 경험적으로 존재하는 수단이 있을 수 있다. 전자를 알고리즘(algorithm)적 수단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휴리스틱(heuristic)적 수단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단계에서도 역시 시간이 소요된다.
셋째, 상이한 수단이 문제해결에서 어느 정도 유효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과학적인 분석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시뮬레이션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계량화가 어려운 문제에서는 토론을 통하여 수단의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단계에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넷째, 이상의 검토단계를 거치면 법률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서 국회에서 논의하기 시작한다. 상임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거쳐서 문제해결방법은 법률로 탄생하게 된다. 국회의 논의에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다른 정치적 현안이 걸린 경우에는 법률이 볼모가 되기 일수이고 이 경우에는 언제 법률이 통과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게 된다.
다섯째,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행정부에 이송되어 대통령의 재가를 받게 된다. 이 단계는 시간이 별로 소요되지 않는다.
문제의 인식단계에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대통령의 재가를 받게 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년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5. 시행령 제정이 갖는 의미와 소요 시간
법률에서 다루는 문제는 문제의 인식단계에서는 구체적이지만 이것이 법률의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추상화되고 개념화된다. 따라서 구체적인 문제해결에 법률을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법률이 지나치게 구체화되면 법률이 포괄하는 문제의 범위가 좁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 시행령, 시행규칙 등의 제도이다. 따라서 하위 규정으로 내려갈수록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다부처 관련업무의 경우에는 국무회의전에 부처간 협의를 거쳐야 하고, 차관회의도 거쳐야 한다. 규제가 있는 경우에는 차관회의 전에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도 평균 6개월은 소요된다.
이렇게 보면, 어떤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 해결책인 법령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적어도 2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됨을 알 수 있다.
6.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지식정보화 사회가 갖는 문제점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즉 사회변화 속도를 법령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회변화를 토끼에 견주면 법령은 거북이가 되고 만다.
법령이 사회현실을 제대로 반영치 못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법령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순응도가 현저히 낮아진다. 즉 법령을 지키는 사람보다는 법령을 무시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진다.
둘째, 이 현상이 심화되면 법령을 무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법령위반으로 적발되어도 이를 수용하기보다는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인식이 팽배해 진다.
셋째, 궁극적으로 ‘준법투쟁’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현실적으로 사용되는 준법투쟁이라는 말을 업무태업과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준법투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법대로 행하면 사회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7. 지식정보화 사회의 선진국과 후진국
냉전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화와 그로 인한 국가간 극심한 경쟁, 그리고 공급자 중심의 행정으로부터 시장중심적이고 시민중심적인 개혁이 전 세계를 풍미하였다.
정부개혁으로 불리는 이 개혁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등장한 나라를 보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개혁의 성과를 별로 거두지 못한 국가를 들면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이다.
전자를 지식정보화 사회의 선진국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후진국이라고 칭해도 좋을 것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선진국이 갖는 공통점은 이들 국가가 모두 앵글로색슨의 법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는 점이고, 후진국에 속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이들 국가가 대륙법 계통의 법 전통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현상이 우연일까 혹시 대륙법 국가가 갖는 법제정에 필요한 시간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가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불문법 국가에서는 유죄와 무죄의 최종적인 판단이 법률적 지식을 갖고 있는 법률전문가인 법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보통사람인 배심원단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미적 법 전통에서는 세상이 변하면 보통 사람의 생각이 변하고,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의 생각이 변하고, 배심원의 생각이 변하면 판결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 같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변하는 판례의 변화를 통하여 환경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제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륙법의 전통을 이어받은 일본의 사법제도에서도 최근에 준배심원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환경과 제도 사이의 괴리가 주는 심각한 문제를 일본의 제도개혁자들이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8. 환경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제거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
급변하는 환경과 제도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대표적인 것으로 행정규제기본법이 있다.
이 법은 김영삼 정부 말에 입법화되어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행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개혁입법’이다. 위와 같은 괴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노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8-1. 민간인 중심의 규제개혁위원회의 설치 운영
행정규제기본법에서는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규제를 체계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국무총리와 민간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민간위원과 관련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 운영토록 하고 있다.
민간인 중심의 규제개혁위원회 설치를 법제화한 것은 행정의 대상인 민간부분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환경과 제도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8-2. 일몰(日沒)제의 도입
일몰제도는 새롭게 탄생하는 제도에 대하여 존속기한을 정해주는 제도이다. 이전의 제도에서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시점이 명시되고 이들 제도가 퇴출하는 조건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 때문에 심하면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제도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도 ‘유효’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로 고물상영업법을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김영삼 정부시절 행정쇄신위원회에 의하여 폐지되었지만, 구형 컴퓨터를 신형으로 교체하거나 낡은 가전제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경우에도 경찰서에 고물상 영업을 신고토록 한(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이 제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
행정규제기본법에서는 모든 신설규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5년의 일몰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5년 일몰을 정한 것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낸 사회 환경이 5년 후에는 바뀔 것이라는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5년 후에 규제를 계속할지 여부를 다시 검토토록 한 것이다.
일몰제도의 도입으로 낡은 제도의 자동퇴출제도를 만들어 환경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줄이려 한 것이다.
8-3. 낡은 규제의 일제정리
행정규제기본법에서는 낡은 규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규제는 각 부처가 갖고 있기 때문에, 규제통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규제개혁위원회와 각 부처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을 갖는다. 규제분야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에는 규제혁파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한 제도가 규제코드 제도이다.
이 규제코드 제도는 모든 규제코드에 숫자로 된 번호를 부여하는 것으로, 1998년에는 기간을 정하여 모든 부처로 하여금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모든 규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신고하여 코드를 부여받도록 의무화하였다.
규제코드가 없는 규제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로 보아서 원칙적으로 무효로 취급하였다. 그 결과, 모든 부처는 자신이 관리하는 규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신고하여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규제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규제코드 제도의 도입과 기존규제의 일제정리로 현실과 일치하지 않은 많은 규제가 폐지되거나 수정되었다.
8-4.신설규제의 사전 심사제도의 도입
낡은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변화된 환경과 법령 사이의 괴리를 줄이는 기본적인 방안이라는 것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현실과 법령 사이의 괴리를 제거하는 또 다른 기본적인 접근은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는 경우에 그 규제의 현실적합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다.
이것은 원천적으로 현실적합성이 결여된 법령의 제정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행정규제기본법에서도 이 부분을 명시하여 각 부처는 규제를 신설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규제개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집행중인 규제사전심사제도는 다음과 같이 운영되고 있다.
첫 단계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각 부처는 부처별 규제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해야 한다. 부처별 규제심사위원회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가져올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고려한 규제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각 부처는 이에 근거하여 신설규제의 설치 타당성 근거를 마련하여 규제개혁위원회에 회부한다.
둘째 단계로 규제개혁위원회 사무국(국무조정실 규제조정관실)에서는 규제심사 대상여부를 가린 후, 규제심사대상인 경우에는 규제코드를 부여하고 사무국 수준의 검토에 들어간다. 사무국 검토는 흔히 사무국 소속의 공무원과 전문위원이 수행한다.
셋째 단계로 사무국은 신설 규제의 성격에 따라서 규제개혁위원회 분과위원회에 회부한다. 현재는 3개의 분과위원회가 규제개혁위원회에 설치되어 있다. 경제1분과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그리고 행정사회분과위원회가 그것이다.
4) 안문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 박영사, 2001.
넷째, 규제의 정도에 따라서 분과위원회에서 완결할
규제는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종결하고, 본위원회에 상정해야 할 규제는 본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사를 받도록 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각 부처에 대하여 신설규제에 대하여 동의, 수정동의, 폐지를 권고할 수 있다. 수정동의나 폐지 권고를 받은 부처가 이를 수용할 수 없을 때에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할 수 있고, 규제개혁위원회는 이 재심요구를 받아들여서 다시 심의해야 한다. 재심에서도 다시 수정이나 폐지 권고가 나온 경우에는, 각 부처는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5년 간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이 권고이면서도 이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만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상정, 그리고 국무회의 상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규제개혁위원회가 국무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또 사무국을 국무조정실이 맡아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8-5. 규제영향평가의 의무화
신설규제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자의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행정규제기본법은 규제영향평가서의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규제영향평가서에서는 규제가 가져 올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모두 열거하고 이것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량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규정은 규제행위가 공공부문과 민간부분 사이의 경계선을 획정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입법과정에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사이의 경계선을 정하는 데에는 시장실패이론적 접근과 정부실패이론적 접근이 있다. 시장실패적 접근에서는 ‘국가의 생존에 필요한 본질적인 기능의 생산을 모두 민간부문에 맡길 경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발견하고, 이 영역은 공공부문에 맡기자’는 접근이다. 한편, 정부실패적 접근은 ‘국가의 생존에 필요한 본질적인 기능의 생산을 모두 공공부문에 맡기고 여기에서 제대로 생산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 부분을 민간부문에 맡기자’는 접근이다. 전자는 공공경제학자 중심으로 이론이 발전되어왔고 후자는 정책학자 및 행정학자들에 의하여 이론이 발전되어 왔다.
이 두 접근방법은 이론상으로는 정교하나 모두 일정한 가정(假定)에 입각해 있고, 또 시장실패나 정부실패를 가져오는 이들 가정은 나라마다 모두 다르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 때문에 특정한 국가에서는 정부실패가 있는 영역이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실패가 없을 수 있고, 특정 국가에 존재하는 시장실패가 다른 나라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여 나타난 접근방식이 경계선의 비용효과분석적 접근이다. 이 접근에서는 규제별로 순기능과 역기능을 분석하여 순기능이 많은 경우에만 규제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갖는 장점은 규제가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나라마다 갖는 특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규제심사가 구체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발견된다. 반면, 이 제도가 갖는 단점은 비용효과분석이 쉽지 않고 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은 규제별 비용효과분석이 진행되면서 필요한 데이터베이스(database)가 만들어지고 또 분석에 필요한 각종 계량기법이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에 수용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행정규제기본법에서는 비용효과적 접근을 채택하여 이를 법제화 한 것이다.
8-6. 규제순응도 실시
현실과 법령 사이의 괴리를 제거하기 위한 또 다른 제도로 규제순응도 조사가 있다. 이것은 실행중인 규제가 규제자와 피규제자 사이에서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 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규제순응도가 낮은 경우, 그 원인이 현실과 규제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경우에는 규제개혁을 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8-7.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유도를 위한 제도
현실과 법령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규제개혁의 성공여부는 대단히 많은 요소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 가운데서도 중요한 요소는 실제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여부이다. 법령과 현실 사이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령의 집행을 직접 담당하는 공무원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규제개혁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공무원에게는 위험부담을 준다. 새로운 현실과 법령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성공한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으나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는 인사상 불이익 등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규제개혁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등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담당공무원의 협조와 참여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행정규제기본법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필자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법제상 처음으로 ‘최선면책’ 조항을 만들었다. 이 조항은 규제개혁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규제개혁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인사상 불이익 등을 해서는 않된다는 조항이다.
5) http://www.rrc.go.kr 참조.
이 조항이 실제로 어느 정도 공무원들의 행태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앞으로 연구할 과제이지만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규제개혁 등 현실과 법령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9. 현실과 법령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성과
규제개혁위원회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법령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줄인 성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규제코드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1998년 8월 현재 규제총수는 10,717건이었다. 1년 후인 1999년 8월에는 규제수가 7,929건으로 감소하였다. 1년 동안에 26%에 해당하는 2,788건이 감소한 것이다.
다시 1년 후인 2000년 8월에는 전체 규제수가 7,102건으로 1년 동안에 827건이 감소하였다. 2001년 8월에는 규제수가 다소 증가하여 7,162건이 되었고 2002년 8월에는 전년보다 약간 증가한 7,373건이 되었다.
1998년 1년 동안에 전체 규제의 30%에 해당하는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 폐지된 규제는 경제개발기에 정부주도의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한 규제가 대부분이었다. 민간의 창의력을 고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되는 낡은 규제였다. 이로써 현실과 법령사이에 존재하던 괴리를 상당부분 치유하였다고 보여 진다.
2002년 9월 5일 현재, 그 동안 폐지된 규제건수는 4,716건으로 1998년 8월 규제코드제도가 실시되면서 등록된 규제의 44%에 해당된다.
다음으로 완화된 규제건수를 살펴보기로 한다.
2002년 9월 5일 현재로 완화된 규제건수는 2,673건이고, 앞서 말한 폐지된 규제건수와 합칠 경우 폐지되었거나 완화된 건수는 7,389건으로 1998년 8월 현재의 규제총수에 비하면 전체의 68.94%에 해당한다.
규제개혁은 낡은 규제는 폐지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현실에 맞도록 완화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규제부문은 오히려 신설하고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합성을 갖는 규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에 신설된 규제는 2002년 9월 5일 현재, 1,282건이고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강화된 규제는 590건이었다. 강화된 규제는 환경부, 노동부, 복지부 등 사회규제를 담당하는 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신설규제는 금융감독위원회, 건설교통부, 그리고 해양수산부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0. 향후과제와 개선방안
우리나라는 그동안 규제개혁위원회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동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환경과(법령을 포함한) 제도 사이의 차이가 아직도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음은 현실과 법령사이의 괴리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준법투쟁(遵法鬪爭)’이라는 말이 살아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말이 사보타지(sabotage)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이 말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실과 법령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둘째, 경제계에서는 끊임없이 규제개혁이나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현실과 법령사이의)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경제단체들이 개혁을 주장하는 규제의 과반수 이상이 이미 완화되었거나 철폐된 것이었고 나머지 주장도 사회 정책적 차원이나 행정적 준비 등의 이유 때문에 수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더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계계의 입장에서 볼 때에 아직도 현실과 법령 사이에 차이가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이다.
셋째, 건설행정에서 나타났던 ‘난개발(亂開發)’과 같은 부작용의 존재를 들 수 있다. 난개발은 법령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람들로 인한 행정실패의 한 유형이지만, 규제완화가 오히려 현실과 법령이 추구하는 이념 사이의 차이를 크게 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2002년 11월 성공적으로 구축된 전자정부기반 구축과정에서 발견된 것이지만, 전자정부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정부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제도를 과감히 혁파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 부분도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다.
다섯째,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정치적 이유로 심의가 지연되는 등 필요한 법령개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에 법령의 적시성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섯째, 행정규제 기본법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규제개혁 중 일부가 형식에 흐르는 등 현실과 제도 사이의 괴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발견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정부의 일을 위임받아서 하는 중간단체 중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관의 경우에는 아직도 공급자 중심적인 행정처리로 인하여 현실과 제도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일곱째,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중요한 행정은 여러 부처와 관련된다. 여러 부처와 관련된 규제의 경우는 이를 추진해야 할 부처가 많기 때문에 개혁을 서로 미룰 수 있고, 이 때문에 핵심규제가 개혁대상에서 빠질 우려가 존재한다. 그동안 이들 다부처 관련 ‘덩어리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가 나서서 이를 개혁하기도 하였으나 아직도 혁파해야 할 규제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법령제정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법령의 해석과정에서 ‘현실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재판과정에서 현실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의 하나로는 일본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 ‘준배심원 제도’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준배심원 제도란 최종적인 재판은 법률전문가인 법관이 하지만 최종결심 전에 영미제도의 배심원과 같은 건전한 상식을 갖춘 시민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법령의 해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감사원이다.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도 법령 해석적인 감사로부터 법령의 현실타당성을 중심으로 한 감사로 과감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감사원도 이전에 비하여는 이 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으나 일부 피감사기관의 의견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셋째, 법령 제정과정에서 환경의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현 제도에서도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이 제도가 형식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을 편향적으로 반영하는 법령제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익집단의 투입을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상 운영하기로 되어 있는 각종 위원회를 민간인 중심으로 운영하고 위원회의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등의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넷째, 규제개혁 등 법령개정 작업이 행정적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개혁과 예산 그리고 조직개편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작업으로는 규제코드와 예산 코드, 법령코드, 조직코드 사이에 호환성이 가능토록 코드작업의 개편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규제코드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예산코드는 기획예산처에서, 법령코드는 법제처에서, 그리고 조직코드는 행정자치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특히 규제완화 등이 조직과 예산의 감축 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무원 개개인의 직무를 정확히 기술하는 직무기술서 작성이 존재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다섯째, 급변하는 환경의 변화에 법령을 맞추기 위해서는 행정규제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여러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규제일몰제는 지금보다 더 철저히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일몰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규제영향평가의 내실화가 필요하고 법령제정이 적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제도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자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운영되고 있는 제도개혁 위원회 사이에 유기적인 운영이 가능토록 노력해야 한다. 제도개혁과 관련된 위원회로는 규제개혁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그리고 정부혁신추진위원회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서 규제개혁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법령에 근거한 위원회이고 정부혁신추진위원회는 대통령령에 근거한 위원회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정부의 민간부문에 대한 규제개혁을 하는 위원회이고 정부혁신추진위원회는 정부내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이다. 전자가 외부규제혁파를 위한 위원회라면 후자는 내부 즉 기관사이의 규제를 혁파하기 위한 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외부규제 혁파는 내부규제의 개선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두 위원회는 유기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제도상으로는 하자가 없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 개개인이 불이익이나 불편을 겪는’ 것을 모니터하여 이의 시정을 권고하는 위원회이다. 따라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개선안 중 상당부분이 외부규제개혁이나 내부규제개혁과 관련된다.
현실적합적인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들 세 개의 위원회가 운영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행정은 기본적으로 전자정부의 구축과 운영방향으로 가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제도개혁은 전자정부를 전제로 한 개혁이어야 한다. 전자정부 구축에서 보여 준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자정부가 추구하는 이념 즉 현실적합적이면서 국민위주의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덟째, 다부처 관련 규제나 법령의 개선을 위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 등이 주축이 되어서 특별 팀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비현실적인 제도를 발굴하고 개선해야 한다.
아홉째, 규제영향평가나 규제순응도 조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11. 결 론
한국은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제도를 본다면, 법령체제는 일제의 법령체제를 물려받았으나 행정시스템 등 행정제도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법령은 대륙법체계를 행정은 미국식 체계를 갖는 이원체제가 만들어 졌다.
이원체제가 갖는 문제점은 경제가 발전하고 정치적 민주주의가 이룩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97년 말에 도래한 외환위기는 이원체제가 갖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나타내 주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제도개혁은 한마디로 말하면, 낡은 제도를 없애서 현실적합적이며 국제적 표준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많은 노력을 해 주었다. 그 결과, 한국은 제도개혁분야에서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국민들은 ‘상식적인 행정’을 열망하고 있다. 현실적합성이 보장된 법령의 제정, 제도의 운영은 이제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2003년에는 현실에 맞는 제도, 상식적인 행정의 구현을 위하여 모두 노력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