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의 본질론
- 구분논단(저자 :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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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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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0,190
- 담당 부서
대변인실
차 례
Ⅰ. 들어가는 글
Ⅱ. 재량론의 기초적 고찰
A. 두가지 관점 - 권력분립론과 관련하여
B. 재량에 내포된 이율배반성 -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의 충돌
C. 공무원에로의 귀결 - 교육과 자긍심
Ⅲ. 행정재량론
A. 의무에 합당한 재량
B. 법령의 규정
C. 재량행사
D. 불확정법개념과 판단여지
E. 재량하자론
Ⅳ. 계획재량론
A. 의의
B. 계획재량의 근거
C. 형량명령
Ⅴ.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구별
A. 구별부정설
B. 구별긍정설
C. 사견
Ⅵ. 결론
재량의 본질론
-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비교와 함께 -
강현호(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교수)
I.
들어가는 글
1)Hain/Schlette/Schmitz, A R 122, S. 33.
2)김남진, 행정법 I, 1998, 229면; 박윤흔, 행정법강의(上), 1997, 329면; 류지태, 행정법신론, 1997, 68면: 기속행위와 재량행위는 행정쟁송, 공권의 성립 그리고 부관의 가부 등의 문제에 있어서 그 구별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으나, 현재는 재량행위에 대해서도 재량권의 남용이나 일탈이 있는 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고, 재량행위도 재량권이 0으로 수축되는 경우가 있으며 그리고 부관의 可否 역시 상대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양자의 구별의 필요성은 점차 경감되고 있으며, 논의의 중점은 재량행위의 한계론으로 옮겨지고 있다.
3) Maurer, AllgVerwR, § 7 Rn 63: 근자에 들어와서는 계획재량이라는 용어대신에 계획적 형성의 자유라는 용어가 더 즐겨 사용된다.
행정법학이 탄생하고 난 후부터 계속되어서 논의되는 중요한 문제가 바로 재량의 문제라고 사료된다. 재량이란 일응 법이 부여한 범위 내에서 행정청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기 위하여 가지게 되는 활동의 여지(freier Raum)라고 정의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재량에 대한 논의는 법규범의 존재양식과 관련하여 그 요건부분에 재량이 인정된다는 요건재량설과 그 효과부분에 재량이 인정된다는 효과재량설 그리고 요건부분에 불확정법개념(unbestimmter Re- chtsbegriff)이 사용된 경우에 판단여지가 인정된다는 판단여지설 등이 주장되고 있다. 오늘날 법규범의 효과부분에 재량이 인정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법규범의 요건부분에 재량이 인정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법규범의 요건부분에 불확정법개념이 사용된 경우에 재량이 인정될 수 있는가 아니면 판단여지만 인정될 수 있는가 등의 문제와 함께 과연 판단여지는 재량과 다른 것인가 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와 함께 이제 재량에 있어서 논의의 중점을 재량의 인정여부보다는 그 통제에 두자는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 아무튼 행정청이 가지는 재량을 둘러싼 많은 논의들이 결국에는 행정재량론이 처음부터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행정청이 가지는 재량과 관련하여 현대 법치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입법자가 행정청에게 어느 정도로 재량을 부여한 것인가라는 문제와 법원에서 행정청이 가지는 재량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는 다시금 행정권과 사법권 그리고 입법권과의 권력구도 내지 권력분립에 대한 관점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먼저 행정재량론과 권력분립을 둘러싼 논의 등 재량론을 고찰하기 위한 기초적인 논의를 먼저 전개하기로 한다.
그런 다음에는 행정재량론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나아가서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구별에 대해서 고찰하기로 한다. 행정의 활동양식에 있어서 계획이라는 수단이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행정재량이란 개념 외에 계획재량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는데, 계획재량이란 통상적으로 행정청이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갖게 되는 재량으로서 계획적 형성의 자유라고도 불리워진다. 계획재량도 재량의 개념에 비추어볼 때 넓은 의미의 행정재량의 범주에는 포함될 수 있으나, 좁은 의미의 행정재량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에서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재량론에 대해서 완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재량론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시하면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일어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Ⅱ. 재량론의 기초적 고찰
A. 두가지 관점 - 권력분립론과 관련하여
행정법학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인 행정청이 가지는 재량에 대한 논의에서, 먼저 재량을 바라보는 관점을 세울 필요가 있다. 행정청이 행사하는 재량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행정청의 재량이 넓을수록 좋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청의 재량은 좁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전자는 행정청의 재량이 넓을 수록 구체적인 타당성을 기하고 행정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자는 행정청의 재량이 좁을 수록 행정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방지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반된 두 입장은 다시금 재량의 근거가 되는 법적 근거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다. 재량의 확대를 긍정하는 입장은 행정권이라는 것의 독자성 내지 고유성을 존중하는 입장이다. 이에 반하여 재량의 축소를 주장하는 입장은 행정권은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것이고 법률에 엄격하게 기속되어야 한다는 이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4)강현호, 행정법총론, 옆번호 1.
이러한 재량에 대한 논의는 다시금 전통적인 권력분립원칙(Gewaltenteilungsprin- zip)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는바, 먼저 권력분립원칙의 유래에 대해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분립이란 형식적 의미의 권력분립이 선행되었다. 즉 절대군주가 행사하고 있던 전제적 독점권력을 다수의 기관에 분산시켜 권력기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던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권력분립이 이루어지던 초기에는 세금동의권과 재판권의 일부를 행사하던 원로원과 황제 사이의 권력분립, 삼부회의와 왕권 사이의 권력분립, 의정부와 군왕 사이의 권력분립이라는 2권 분립이 기본이었으며, 행정·입법·사법의 3권 분립은 프랑스 혁명에 와서야 비로소 제도적으로 정착되었다. 프랑스에서는 군주권력을 타도하고 공화정을 수립한 새로운 주권자인 국민이 그들의 대표기관인 국민회의를 수립하여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였으며, 행정권으로부터 국왕이 가지는 막강한 입법권을 분리하였다. 그리하여 남은 행정권만 행정부(국왕)에게 남겨주었으며, 따라서 이때의 행정권이란 행정입법권과 행정재판권을 포함한 형식적 개념이다. 그러므로 권력분립을 이해함에 있어서 분화된 기관의 관점에서 권력을 나누는 형식적 기준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권력분립원칙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할 때 행정청의 재량확대를 긍정하는 입장은 권력분립을 형식적으로 이해하는 입장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형식적 권력분립론에 의하면, 원래 국왕이 갖고 있는 권력을 사회가 발달하면서 다른 국가기관에게 나누기 시작하였으며, 즉 원로원이나 의정부와 같은 국가기관에 일정한 사법권이 분장되었고, 의회에 입법권이 분장되었다. 이러한 형식적 권력분립론에 의하면 국왕에게 귀속되어 있는 행정권에는 본래적인 사법권이나 입법권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재량의 축소를 긍정하는 입장은 권력분립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입법은 법을 정립하는 작용이며, 행정은 법을 집행하는 작용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행정은 법에 엄격하게 기속되어 법에 의하여만 활동하여야 한다고 보아서 원칙적으로 법에 근거가 없는 행정활동을 되도록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권력분립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 의해서 재량의 본질에 대해서도 많은 관점의 차이를 가져온다. 행정권도 헌법으로부터 유래되었으며, 고유한 행정입법권을 가지고, 법률에 정면으로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행동의 자유를 누린다는 입장이 한쪽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서 행정권은 법률을 집행하기만 하여야 하고,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행정권은 행동을 자제하여야 하고, 나아가서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행정권은 원칙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다른 한쪽 입장이다. 이러한 후자의 입장은 행정청이 행사하는 재량권의 범위를 좁게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설이나 판례는 행정청의 재량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서 혹시나 남용되지는 아니할까 하여 엄격하게 감시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다시 말해서 행정청의 재량에 대해서는 부여하더라고 필요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B. 재량에 내포된 이율배반성 -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의 충돌
행정청이 가지는 재량에 대해서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은 학자들마다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행정권이 가지는 재량권한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행정권 역시 헌법상 부여된 권한으로서 법률에 의해서 전적으로 기속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이며, 행정권이 적정하게 행사되기 위해서는 탄력성과 효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법률에의 기속성과 재량의 축소만을 지향하는 것은 현대 복지국가의 행정에는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행정청이 가지는 재량은 결국 다양한 사회적 사실을 고려하여 개별적인 경우에 구체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재량을 축소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기도 하다.
5)식품위생법시행령 [별표1].
이에 반해서 재량을 될 수 있는 대로 축소하여서 법률에 엄격하게 기속을 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만약 법률에서 광범한 재량을 행정청에게 부여한 경우에는 재량의 축소라는 입장과는 상반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서 계획재량이 문제된다. 또한 법률에서는 행정청에게 재량을 부여하였는데, 행정청이 스스로 준칙을 만들어서 자기자신을 기속하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도 문제이다. 행정청이 스스로 재량준칙을 만들어서 법률을 집행함에 있어서 재량을 줄일수록 재량을 부여한 모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모법에서는 행정청에게 재량을 부여하여서 다양한 경우를 고려한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행동을 하라고 하였는데, 도리어 행정청에서는 재량준칙 등을 통해서 부여된 재량을 제거하여서 기속적으로 권한행사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행정청은 공무원에게 재량행사기준을 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재량행사기준에 전적으로 기속되지는 아니하고 그 기준들 사이에서 다시금 활동의 자유를 갖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재량권의 본질적인 측면에 대한 오해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판례는 재량준칙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사료된다. 우리 판례는 재량준칙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처음에는 ‘그 규정의 성질과 내용으로 보아 ··· 행정청 내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것이어서’라고 판시하여 규정의 성질과 내용을 기준으로 재량준칙의 법적 성격을 판단하였다. 다음에는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하고 있더라도 위 시행규칙은 형식은 부령으로 되어 있으나 그 성질은 행정기관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라고 판시하여, 재량준칙의 법적 성격을 판단함에 있어서 부령의 형식보다도 그 성질을 기준으로 하였다. 그러다가 주택건설사업영업정지처분취소판결에서는 ‘당해 처분의 기준이 된 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 제10조의3 제1항 [별표 1]은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이므로 ···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여 재량준칙의 법적 성격을 그 규정형식에 따라서 판단하였다. 이어서 대법원은 과징금부과처분취소판결에서 대통령령 형식의 재량준칙인 위반행위의종별에따른과징금처분기준에 대해서 ‘법규명령이기는 하지만 ··· 그 수액은 정액이 아니라 최고한도액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법규명령인 재량준칙에 대하여 신축적인 구속력을 부여하였다. 이러한 판례에서 보듯이 우리 법원은 재량준칙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그 성질에 따라서 판단하다가 갑자기 그 형식에 따라서 판단하는 등 혼동을 거듭하고 있다.
재량을 둘러싼 이러한 다양한 논의 가운데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재량과 규율의 문제이다. 법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규율의 속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는 재량의 충돌의 문제이다. 법률로서의 규율은 이미 그 자체 속에 경직성과 타당성의 결여를 내포하고 있으며, 재량이란 그 자체 속에 이미 자의성과 남용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모법에서 모든 사안들에 대해서 구체적 타당성이 있도록 규율할 수 있다면 재량의 문제는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법에서는 아무리 자세하게 규율한다고 하여도 현실의 천차만별인 상황을 다 규율할 수는 없으므로,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청에게 재량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C. 공무원에로의 귀결 - 교육과 자긍심
6)Ehmke, Ermessen und unbestimmter Rechtsbegriff, S. 23 ff.; Bullinger, JZ 1984, S. 1001.3
현실적으로 행정청은 부여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서 개별적인 공무원에 따라서 재량행사의 결과가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므로, 재량이 부여된 행정활동에 대해서 다시금 이를 규율하기 위해서 재량준칙과 같은 보다 상세한 기준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세부적인 기준은 모법의 취지에 반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느슨한 기준 내지 예외를 인정하는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는바, 여전히 재량은 남아있게 되고 이에 대한 남용의 가능성은 대두된다. 여기서 재량의 문제를 법적 규율의 문제로만 볼 것인가가 문제이다. 법적 규율 외에 이러한 법적 규율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있다. 사실상 공무원이 어느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적으로 활동을 한다면 그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으며, 그러한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어떠한 재량행사를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지를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전문가가 되고 구체적인 사정들을 충분하게 고려하여 법적으로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게된다면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공무원의 활동에 대해서 규율하려고 하기보다는 믿고 맡기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지속적·효과적 교육 그리고 공무원이 정상적으로 법과 양심에 따라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량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문제를 사법부로 전가시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런데 사법부는 그 태생상 한계가 있으며, 행정활동에 대해서 행정부보다 더 큰 전문적 지식과 활동의 정당성을 갖기는 어렵다. 행정공무원이 수행한 재량활동을 사법부가 재단하는 것이 많아진다고 해서 모법에 부합하는 재량행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게 되는 것이다. 지나친 사법심사에 의한 행정재량의 축소과정은 이미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고 현대산업사회의 복잡한 사회적·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행정의 형성권은 이제 사법부로 이관되어 단지 책임만이 행정에 남아있게 되었으며 이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므로 재량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재량을 수행하는 공무원의 교육의 문제라고 사료된다. 현재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통한 전문가로서의 양성과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 이미 공무원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 예를 들면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의 내용에 있어서도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국토계획법, 경찰법 등 법률과 관련된 과목분야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대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Ⅲ. 행정재량론
A. 의무에 합당한 재량
7)정하중, 행정법총론, 2004, 181면 이하: 오스트리아 행정법원설치법(1875) 제3조는 “행정청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사항은 행정법원의 관할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
8)Hain/Schlette/Schmitz, A R 122, S. 37; 김해룡, 행정재량론에 관한 재고찰, 계명법학, 제1집, 1997, 48면.
행정법학에 있어서 재량론은 행정재판제도를 발전시킨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행정청의 재량행위를 행정재판의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므로, 행정청의 어떠한 행위가 법원의 심판에서 제외되는가에 대한 대상의 탐구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재량행위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됨으로 인하여 재량론에 대한 탐구의 방향은 달라지게 되었다.
행정재량이란 행정주체가 행정작용을 함에 있어서 동등의 가치를 지니는 여러 가지의 행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행할 수 있는 여지를 의미한다. 행정주체에게 행위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다고는 하나, 그 범위 내에서 아무 행위나 하도록 허용된 것이 아니라 동등의 가치(gleichwertig)가 있는 행위 중에서 선택하여야 할 의무를 내포하고 있다. 법규범이 행정청에게 선택의 여지를 부여한 것은 행정청이 복잡다양한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경우에 개별적인 정의를 추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행정청에게 자의적인 재량행사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행정재량이라 함은 행정청이 법규범의 테두리 내에서 選擇領域을 가지는 경우에, 이러한 선택영역에 속한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행정행위들 중 어느 하나의 행정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재량은 행정에게 자유나 자의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유로운 재량은 없고 다만 의무에 합당한 재량(pflichtgem ßes Ermessen) 혹은 법적으로 기속된 재량(ein rechltich gebundenes Ermessen)만이 존재한다. 독일 연방행정절차법 제40조에서는 “행정청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행정청은 재량을 수권의 목적에 부합되게 행사하여야 하며 재량의 법률적 한계를 지켜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청이 이러한 법률적 한계를 지키지 않는다면 재량하자가 있게 되고 위법하게 된다. 재량하자는 행정청이 법률적인 기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만 존재하며, 행정청의 결정이 다른 결정보다 더 의미가 있지 않다거나(sinnvoller) 보다 낫지 않다(besser)는 정도로는 적법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B. 법령의 규정
9)Maurer, AllgVerwR, § 7 Rn 11.
10) BVerwGE 72, 1, 6; 105, 55, 57 f. = DVBl. 1998, S. 145.
Maurer, AllgVerwR, § 7 Rn 12: Maurer는 연방행정법원의 이러한 의도적 재량이라는 사용법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오리려 Soll-Vorschrift(의무규정)를 규정할 수 있다.
재량행위란 법령의 해석상 행정청에 행위 여부나 행위 내용에 관한 선택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어서 여러 행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인정될 경우의 행위를 말하며, 이러한 재량에는 관계 법률상 행정청에 당해 행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여부가 인정되는 결정재량과 법적으로 허용된 여러 행위 중에서 어떠한 행위를 할 것인가가 인정되는 선택재량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량의 수권은 법령의 규정 예를 들면 “행정청은 … 할 수 있다” “행정청은 …을 해도 좋다” “행정청은 … 할 권한을 가진다” 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법령이 “행정청은 …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 “행정청은 … 하여서는 아니된다” 등의 단어들을 사용한다면 행정청의 행위는 법령에 엄격하게 기속된다. 법령에서 “~을 할 의무가 있다(Soll-Vor- schrift)”라는 의무규정도 있다. 의무규정을 사용한 경우에는 행정청이 특정의 전제조건 하에서 활동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한다면, 통상적으로는 행정청은 이에 기속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최근에 의도된 재량(intendierten Ermessen)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의도된 재량은 재량행사의 방향이 이미 법률에 의하여 미리 규정되어진 경우, 기본원칙에 있어서 특정한 결과가 법률적으로 의도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경우에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된 재량은 행정청이 법률의 의도를 따르는 경우에는 특정한 재량의 행사에 있어서 형량이나 나아가서 이유부기도 불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인정되고 있다.
C. 재량행사
1. 개별적 재량행사
재량은 구체적 타당성(Einzelfallgerech- tigkeit)에 이바지한다. 행정청은 법률의 목표설정을 고려하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하여 개별적인 경우에 적절하고도 사안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을 위치에 놓여지게 된다. 행정청은 먼저 재량행사를 하도록 한 수권의 목적이 무엇이며 이때 어떠한 관점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 하에서 구체적인 경우를 평가하여 합당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재량이란 행정이 다양한 활동양식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경우에 선택가능성이 하나의 대안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만약 단지 하나의 결정만이 재량하자가 없고 다른 결정들은 재량하자가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행정청은 바로 이 하나의 결정을 선택하여야만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재량의 0으로의 수축(Ermessensschrumpfung auf Null)은 특히 기본권 및 그 밖의 헌법원칙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2. 일반적 재량행사
11)Maurer, AllgVerwR, § 7 Rn 15.
재량은 원래 개별적인 경우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상급행정청이 행정지침을 통해서 하급행정청의 통일적인 재량행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재량의 기속은 평등의 원칙에 부합된다. 재량은 개별 행정청뿐만 아니라, 스스로 재량행사의 프로그램과 기준들을 발전시키도록 하기 위하여 행정부에게 부여될 수도 있다. 일반적 재량행사는 법률적인 목표설정에 기속된다. 일반적 재량행사는 구체적인 개별사안에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정형적인 개별사안에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개별적인 재량행사가 일반적인 재량행사와 충돌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 재량행사가 가능한지 여부와 어느 범위에서 가능한지가 검토되어져야 한다. 행정청은 재량준칙에 기속되기는 하지만, 비정형적인 경우에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통해서 보완이 될 수 있다.
D. 불확정법개념과 판단여지
1. 의의
재량은 법적 결과의 측면에 나타나는 반면에 불확정법개념(unbestimmter Rech- sbegriff)과 판단여지(Beurteilungsspielraum)는 법적 구성요건의 측면에서 나타난다. 구성요건의 표지는 내용적으로 다양한 정도로 보다 구체적으로 혹은 보다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다양한 구성요건표지들은 이미 상당히 명확하다. 그러한 한편으로는 불확정법개념도 있다: 공익, 공공의 이익, 중요한 이유, 교통의 이익, 신뢰성, 필요, 심각한 경우, 경관의 침해 등이 그러한 개념이다. 이러한 불확정법개념의 해석과 적용은 구체적인 경우에 매우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면 법상의 신뢰성이라는 개념의 해석문제를 들 수 있다. 국민이 특정의 영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 경우에 신뢰성을 긍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부정할 수 잇는 경우도 있다.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신청인이 신뢰할 수 있는 경우이면서 동시에 신뢰할 수 없는 경우는 법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 법적으로는 단지 하나의 올바른 결정만이 존재할 뿐이다. 한계의 경우에는 무엇이 올바른가가 의심스럽다. 불확정법개념의 문제는 인식의 영역에 존재한다. 이러한 개념의 적용은 평가를 요청하며 종종 미래에 대한 예측을 요구한다. 이러한 평가는 부분적으로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여 평가하고, 상호간에 형량을 하여야만 가능하다. 행정청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경우에 특정의 결정을 내려야함 한다.
12) Hain/Schlette/Schmitz, A R 122, S. 33.
13) 김남진, 행정법 I, 1998, 226면.
14)울레교수의 이론을 대체가능성설로 번역할 것이 아니라 타당성설 내지 신빙성설로 번역하여야 함은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하여 주장되었다. Vgl. 김동희, 행정법 I, 1999, 241면.
15)김해룡, 행정재량론에 관한 재고찰, 계명법학, 제1집, 1997, 53면이하; 김남진, 행정법 I, 1998, 226면. 박윤흔, 행정법강의(上), 1997, 318면 이하: 박윤흔 교수는 재량과 판단여지는 서로 다르다고 할 것이나 판단여지도 행정청의 판단을 종국적인 것으로 존중하기 위하여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의 한계를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는 행위구성요건부분에 한정되어 인정되는 재량행위의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16) 김동희, 행정법 I, 1999, 243면; 류지태, 행정법신론, 1997, 71면; 한견우, 행정법(I), 1997, 211면이하.
행정법원이 그러한 행정결정을 심사할 수 있는지 여부와 어느 범위까지 심사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지고 있다. 판단여지는 법률이 행정행위의 요건에 불확정법개념을 사용하여, 어떤 사실이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일의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인정된다. 법률에 의한 행정의 원리에서, 행위요건은 객관적인 것으로서 요건해당여부의 판단은 예측가능하여야 하므로 행위요건면에서는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복수행위간의 선택가능성을 의미하는 재량이 인정될 수 없으며, 재량이라는 것은 법률상의 행위요건이 충족된 다음에 행위효과에 있어서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행위요건이 불확정법개념으로 정하여진 경우에 그 불확정개념은 법적 개념이며, 행정기관이 어떤 구체적 사안의 행위요건에의 해당여부를 판단하는 요건판단은 법의 해석·적용이고, 복수행위간의 선택가능성이 아니며, 행정청의 해석·적용은 전면적인 법원의 심사대상이 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법원의 심사능력의 한계성으로 인하여 행정기관의 판단을 법원의 판단보다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서 우선시키는 판단여지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이론은 독일의 바호프(Bachof)나 울레(Ule) 교수에 의하여 주장되었다.
2. 재량과 판단여지
현행 제도상 불확정법개념에 대한 완전한 사법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판단여지는 사법부가 스스로 행정청의 판단이 보다 신빙성(Vertretbarkeit)이 있다고 인정할 때 인정되는 매우 제한적 개념이므로 이를 재량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서 불확정개념도 법개념이므로, 근거법규상 이 개념이 사용되었다고 하여 그것이 행정청에 재량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그렇지만 제한적이기는하나 불확정법개념의 해석·적용에 있어 행정청에 판단의 여지가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한도에서 법원의 재판통제가 미치지 않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재량행위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아무튼 불확정법개념의 적용에 대해서는 사법심사가 제한된다는 것이 일치된 이론이다.
1955년 바호프에 의하여 판단여지이론이 발전된 이후로 행정청에게는 불확정법개념의 적용을 통한 판단여지가 인정되었다. 이것은 행정청이 자기 자신의, 법원에 의하여 심사되지 않는 평가와 결정영역이 인정되었다. 행정법원은 이러한 영역 내에 위치하는 결정들은 수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역의 한계가 준수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심사할 수 있다. 울레에 의하여 발전된 신빙성이론(Vertretbarkeitstheorie)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 볼프도 다소 보수적이기는 하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즉 행정청은 평가에 있어서 특권을 가진다.
17)대법원 91누6634.
18) Maurer, AllgVerwR, § 7 Rn 33.
19) Maurer, AllgVerwR, § 7 Rn 34.
20)김동희, 행정법 I, 1999, 247면; 이 외에도 목적위반, 사실의 정확성, 평등원칙에 기한 통제, 부당결부금지원칙에 의한 통제, 타사고려금지 및 적정형량의 원칙, 재량권의 영으로의 수축 등이 재량권행사의 限界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론들은 모두 동일한 고려에서 유래한다. 입법자는 불확정법개념의 사용을 통하여 행정청에게, 행정청이 자신의 책임으로 활동하고 사법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만 심사가 가능한, 결정들을 수권하고 있다. 판례는 시험 및 시험유사적인 결정에서 독일의 판례와는 달리 행정청의 판단여지 대신에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법률요건에 불확정법개념이 사용된 경우 일응 행정청의 판단여지를 인정하는 듯하였으나 결국 재량이론으로 결론을 내렸다.
3. 규범적 수권론
불확정법개념의 해석과 적용은 다양한 가치평가를 필요로 하며, 행정청이 보다 커다란 사안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구체적인 행정문제들을 보다 잘 알고 있으며, 특정한 행정결정들은 대체될 수 없거나 반복될 수가 없다. 따라서 판단여지이론이 주창되기는 하지만 불확정법개념의 존재 그 자체로서는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법원에 의하여 완전한 심사가 배제되는 판단여지는 행정청이 개별적 법률을 통하여 완결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수권을 받은 경우에만 그 범위 내에서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규범적 수권이론: sog. norma- tive Ermaechtigungslehre). 이러한 규범적 수권이론에 의하면 판단여지가 단지 일반적인 법이론적, 규범논리적, 실제적 고려에 의하여 근거지워지지 아니하고, 입법자에 의하여 부여되어지고 법률에 의하여 도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논의들이 기본법 제19조 제4항과 부합되는가가 문제되고 있다. 아무튼 판단여지는 단지 예외적인 경우만 고려되어지고 포섭에 한정된다고 본다.
E. 재량하자론
21)김남진, 행정법 I, 1998, 232면 이하.
22) 김동희, 행정법 I, 1999, 248면.
23)대판 1999. 7. 23. 99두3690: 준조세 폐해 근절 및 경제난 극복을 이유로 북한 어린이를 위한 의약품 지원을 위하여 성금 및 의약품 등을 모금하는 행위 자체를 불허한 것이 재량권의 일탈·남용 및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
대판 1997. 9. 12. 96누18380: 비록 지방자치단체장이 당해 토지형질변경허가를 하였다가 이를 취소·철회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이 토지형질변경이 가능하다는 공적 견해표명을 함으로써 이를 신뢰하게 된 당해 종교법인에 대하여는 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형질변경허가 후 이를 취소·철회하는 경우를 류추·준용하여 그 형질변경허가의 취소·철회에 상당하는 당해 처분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이 달성하려는 공익 즉, 당해 토지에 대하여 그 형질변경을 불허하고 이를 우량농지로 보전하려는 공익과 위 형질변경이 가능하리라고 믿은 宗敎法人이 입게 될 불이익을 상호 비교·교량하여 만약 전자가 후자보다 더 큰 것이 아니라면 당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4)Maurer, AllgVerwR, § 16 Rn 1; Wolff/Bachof/Stober, VerwR I, § 56 Rn 6; Hoppe in Esensee/Kirchhof III, § 71 S. 653 ff.; Badura in Erichsen, AllgVerwR, 10. A., § 39 Rn 1.
25) Vgl. Badura in Erichsen, AllgVerwR, 10. A., § 39 Rn 2.
26)Badura in Erichsen, AllgVerwR, 10. A., §39 Rn 1; Wolff/Bachof/Stober, VerwR I, § 56 Rn 6.; aurer, AllgVerwR, § 16 Rn 14.
재량의 하자는 우선 재량규범의 구성요건의 전제조건이 존재하고 행정청이 재량에 따라서 행동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문제된다. 재량권의 한계로서는 재량의 유월 ,재량의 남용, 재량의 흠결 그리고 비례원칙 등이 있다. 재량의 유월이란 법이 행정청에게 (가), (나), (다)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경우에 행정청이 (라)나 (마)와 같은 규정외의 것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재량의 남용이란 행정청이 재량권을 수권한 법률상의 목적이나 법의 一般原則에 위배하여 재량권을 행사하는 경우이다. 재량의 흠결이란 행정청이 재량행위를 기속행위로 오인하여 선택할 수 있는 복수행위간에 어느 것이 행정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지를 衡量하지 아니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헌법상의 기본권과 비례원칙도 재량권행사의 통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례원칙이란 행정이 추구하는 목적과 이를 위한 수단과는 적절한 비례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며 과잉금지원칙( bermaßverbot)이라고도 한다. 비례원칙은 우리나라 행정의 모든 영역 및 재량처분에 있어서 적용되는 헌법적 차원의 법원칙이다. 이 원칙에 근거할 때 재량권 행사에 있어서 그 재량권 행사라는 수단과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사이에는 일정한 비례가 이루어져야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위법한 재량권 행사가 된다.
Ⅳ. 계획재량론
A. 의의
27)대판 1996. 11. 29. 96누8567.
28) Maurer, AllgVerwR, § 16 Rn 15 ff.; Badura in Erichsen, AllgVerwR, § 39 Rn 4 ff.
29) 대판 1998. 4. 24. 97누1501.
30) 박균성, 행정법총론, 1999, 190면.
31) 대판 1996. 11. 29. 96누8567.
오늘날 각양각색의 행정분야에서 다양한 계획들이 수립·활용되고 있으며, 계획과 관련되지 않은 행정활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구의 증가, 자원의 고갈, 사회계층의 분렬과 갈등, 현대복지국가의 지향,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컴퓨터를 통한 예측능력의 확대 등으로 인하여 計劃行政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일반적으로 行政計劃이라 함은 행정주체가 일정한 행정활동을 위한 目標를 예측적으로 설정하고, 서로 관련되는 행정수단의 조정과 종합화의 과정을 통하여, 목표로 설정된 장래의 일정한 시점에 있어서의 일정한 질서(Ordnung)를 실현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정립하는 활동기준을 말한다고 정의되고 있다. 판례는 행정계획 특히 도시계획에 대하여 정의하기를, 행정계획이라 함은 행정에 관한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하여 도시의 건설·정비·개량 등과 같은 특정한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관련되는 행정수단을 종합·조정함으로써 장래의 일정한 시점에 있어서 일정한 질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계획의 개념적 징표로서는 목표의 설정, 목표의 실현, 수단의 정합성 등을 들 수 있다. 행정계획은 대상범위에 따라 종합계획(Gesamtplan)과 부문계획(Fachplan)으로 구분될 수 있고, 구속력의 정도에 따라서 명령적 계획, 유도적 계획, 정보제공적 계획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계획적 수단들이 행정활동에 있어서 사용되고 있는바, 행정청이 이러한 계획들을 수립함에 있어서 가지게 되는 계획적 형성의 여지를 계획재량(Plan- ungsermessen)이라고 할 수 있다. 판례는 “행정주체가 구체적인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계획재량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는 도시계획에 관련된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에서는 물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는 것이므로, 행정주체가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利益衡量의 고려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利益衡量을 하였으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그 행정계획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 할 수 있고, 또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상 그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목적달성에 유효·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시하여 계획재량과 그에 대한 통제수단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다.
B. 계획재량의 근거
계획재량을 계획을 수립하는 행정청이 계획법규범에 근거하여 갖게 되는 형성의 여지를 말한다고 할 때 형성의 자유가 없는 계획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대표적인 계획법규범인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등 관계 계획법규범에는 추상적인 행정목표와 절차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 행정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행정주체는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plan- erische Gestaltungsfreiheit)를 가진다. 행정청이 누리는 형성의 자유는 주어진 계획목표내에서 하부단위의 구체적인 계획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포함한다. 행정계획의 근거법규범은 목표를 넓게 정하며,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도 행정기관에게 넓은 폭의 형성적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성의 자유를 부여하는 이유는 행정계획은 무엇보다도 당해 계획이 기초하고 있는 場所·지리·재정·수단 등 다양한 이해관계 및 이와 관련된 다양한 利害關係人들을 고려해야하며, 또한 장래에 대한 예측적 결정(Prognose Entscheidung)까지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32)김남진, 행정법 I, 1998, 386면.
33) Hoppe, DVBl. 1974, S. 644; Krebs in von M nch/Schmidt-Aßmann, BesVerwR, Rn 98.
34) 형량명령원칙의 발전에 대하여는 졸고, 형량명령의 원칙에 관하여, 성균관법학, 1996, 제7호, 213면 이하 참조.
계획법규범이 가지는 이같은 구조를 目的프로그램(Finalprogramm) 또는 목적-수단-정식(Zweck-Mittel-Schema)으로 표현하여, 행정재량을 부여하는 전통적인 법규범인 조건프로그램(Konditionalprogramm) 또는 가언명령정식(Wenn-Dann-Schema)과 대비시키기도 한다. 계획법규는 법률요건부분을 공백으로 하고 있으며, 단지 목적과 목적의 설정에 있어서 지켜야 할 행정의 기본원칙과 계획실현을 위한 필요한 수단 및 계획목표의 실현을 위한 절차에 관하여 규율하는 구조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계획법규범은 “이러한 경우에는 이렇게 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되어있지 아니하고, “행정청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수단들을 가진다”와 같이 단지 목적을 설정하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과 방법(Mittel und Methode)은 행정기관에게 일임하고 있다. 여기에서 法이 정한 요건이 충족된 연후에 있어서의 효과의 선택을 의미하는 행정재량과 계획재량과의 차이가 있다. 불확정법개념과 재량수권의 구별도 이러한 계획법규범의 특성으로 인해서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C. 형량명령
재량에 대한 사법적 통제에 있어서 행정재량에 대한 통제와는 달리 계획재량의 통제와 관련하여서는 형량명령(Abw gungs- gebot)을 발전시켜왔다. 계획법규범은 단지 목표만을 규정하고 광범한 형성의 자유를 행정청에게 부여하는 결과, 종래의 행정재량에 대한 통제법리로서는 통제하기가 어렵다. 그리하여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판결을 통하여 형량명령을 발전시켰으며, 오늘날 연방건설법 제1조 제6항에 독립적으로 규정되었다. 행정재량은 그 하자이론에 있어서 재량권 행사의 외적·내적 한계를 기준으로 하여 재량의 유월과 남용이론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으나, 계획재량에 있어서는 절차적 과정에 있어서 공익과 사익의 형량을 중심으로 위법성 여부를 심사한다. 즉 계획재량에 있어서는 계획수립과 확정절차에 있어서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을 행정청의 의무로 하면서 이러한 형량의무에 위배된 행정주체의 계획활동에 대하여 위법성을 부여하고 있다.
35)BVerwGE 34, 301; 45, 309.
형량명령의 발전에 있어서 이정표를 가져온 판결로는 연방행정법원의 계획허가사건(Plangenehmigungsfall)과 판유리 사건(Flachglasfall)들이 있다. 계획허가사건에서 연방행정법원은 “형량명령이 침해받는 경우는 다음의 네가지이다. 첫째, 만일 형량이 전혀 시작도 되지 않은 경우; 둘째, 만일 형량에서 사물의 본성에 의하여(nach Lage der Dinge) 형량에 포함되었어야만 할 利益들이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셋째, 관계된 사익의 객관적 비중이 잘못 측정되어졌을 경우; 넷째, 계획에 관계된 공익들 사이의 상호교량이 각 공익들의 객관적인 비중(objektive Gewichtigkeit)과 불일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 등이다. 이러한 한도 내에서 형량이 이루어 진 경우에는 형량명령은 준수되어졌으며, 형량명령을 침해한 경우가 아니다. … 이러한 주어진 범위 내에서 어떠한 특정 利益을 우선시키거나 및 후퇴시키는 것은 형량에 있어서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행정목적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행정청의 기본적이고도 계획적인 결정(Entschliessung)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계획허가사건을 통해서 연방행정법원은 계획에 대한 상급관청 및 행정법원의 통제에 한계를 인정하였다.
계획허가사건에서 언급된 네가지 하자를 일컬어 형량명령의 기본원칙(Grunds tze des Abw gungsgebots)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기본원칙은 1) 형량의 불개시(Abw gungsausfall) - 형량이 전혀 시작도 되지 아니한 경우, 2) 형량의 흠결(Abw gungsdefizit) - 형량에 있어 중요한 利益들이 그 형량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 3) 형량의 오판(Abw gungsfehleins- ch tzung) - 형량에서 利益들의 객관적 비중이 잘못 평가되어진 경우, 4) 형량의 불비례(Abw gungsdisproportionalit t) - 형량에 있어서 계획에 관계된 利益들의 상호교량이 객관적인 비중에 어긋나서 이루어진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계획허가사건에 이어서 판유리 사건에서 연방행정법원은 “계획허가사건에서 언급된 형량명령의 기본원칙은 형량의 과정(Vorgang)뿐만 아니라 형량의 결과(Ergebnis)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다만 하나의 예외는 형량이 개시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이 원칙은 그 내용상 형량의 과정(Vorgang)에서만 중요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두 판결을 기초로 연방행정법원은 형량명령을 확립하였으며, 행정계획법과 관련된 이론 및 실무에 있어서 그 중요성을 널리 공포하였다.
36)참조, 대판 1996. 11. 29. 96누8567; 대판 1997. 9. 26. 96누10096.
37) 대판 1996. 11. 29. 96누8567.
38) 대판 1998. 4. 24. 97누1501.
39) Maurer, AllgVerwR, § 7 Rn 63.
독일 연방행정법원의 건설지도계획에 대한 사법적 통제에 있어서 법이론의 발전은 우리나라의 판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판례는 “행정계획이라 함은 행정에 관한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하여 도시의 건설·정비·개량 등과 같은 특정한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관련되는 행정수단을 종합·조정함으로써 장래의 일정한 시점에 있어서 일정한 질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기준으로 설정된 것으로서, 도시계획법 등 관계 법령에는 추상적인 행정목표와 절차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 행정계획의 내용에 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행정주체는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고 할 것이지만, 행정주체가 가지는 이와 같은 형성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그 행정계획에 관련되는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는 것이고, 따라서 행정주체가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利益衡量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거나 利益衡量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그 행정계획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나아가서 판례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사전결정불허가처분에 대한 취소사건에 있어서 “행정주체가 구체적인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계획재량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는 도시계획에 관련된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에서는 물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는 것이므로, 행정주체가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그 행정계획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독일에서 발전된 형량명령의 내용과 매우 흡사한 판시를 계속하여 내리고 있다.
V.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구별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구별과 관련하여 다수의 학설은 일반적인 행정법규와 계획법규의 구조적인 차이를 인정하여 양자에 부여되는 재량에 있어서도 그 이론적인 구성을 달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그 구별을 부인하는 입장도 만만치 아니하게 등장하는 등 그 구별론에 대해서는 점차로 더욱 더 다투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구별에 대한 론의는 독일이나 우리나라에서나 그 전개되는 양상이 대동소이하다. 이하에서는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구별과 관련하여 구별부정
설과 구별긍정설로 나누기로 한다. 이러한 논의의 전제로서 짚어야 할 것은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이 양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구별논의는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의 차이가 질적인 것인가 하는 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40)Krebs in von M nch/Schmidt-Aßmann, BesVerwR, Rn 98 ff.
41) 류지태, 재량행위론의 재고, 고시연구, 1990/12, 115면.
42) 류지태, 행정법신론, 1997, 77면.
43) 박균성, 행정법총론, 1999, 192면; 한견우, 행정법(I), 1997, 484면.
44) Krebs in von M nch/Schmidt-Aßmann, BesVerwR, Rn 99.
45) Oldiges in Steiner, BesVerwR, 1995, Rn 44; Hoppe, DVBl. 1974, S. 644.
A. 구별부정설
구별부정설에서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행정계획의 수립 시에 인정되는 계획재량 역시 행정재량의 일종으로 양자 간에는 질적인 차이는 없고 다만 양적인 차이만이 존재한다. 행정계획 역시 법규범하에서 유일한 계획의 내용을 수립하여야 하는 일의적 행정작용이 아니라 계획규범하에 계획목표를 구체화하고 적절한 계획수단을 선택하는 작용이므로 용어의 조성상 계획재량 역시 행정청의 재량이라는 개념에 포섭되어야 한다. 또한 계획재량에 특유한 하자이론으로서 주장되는 형량명령은 그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 법치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헌법적 원칙인 비례성 원칙의 세번째 내용에 해당하는 것이고 계획재량에만 특유한 것이 아니며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에서 나타나는 하자의 모습은 유사한 형태를 갖는다. 입법자의 수권목적에 따라 재량수권의 형태와 범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계획재량규범과 전통적 행정재량규범 사이의 규범구조상의 차이 역시 수권된 재량의 범위에 불과하므로 양자간에는 양적인 차이만이 인정된다. 목표규범 역시 조건규범으로 규정될 수 있으며, 계획규범에 있어서 목표설정이 충분히 구체적으로 규정된다면 행정청이 목표달성을 위해서 가지는 행동의 여지를 좁게 할 수 있고, 행정작용법상의 일반조항들을 고찰해 볼 때 조건규범이라 하더라도 행정청에게 매우 넓은 행동의 여지를 부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근거에서, 목표규범이 조건규범보다 반드시 광범하고 질적으로 다른 행동의 여지를 부여한다고 할 수는 없다. 계획재량이든 행정재량이든 법적 개념인 이상 양자가 질적으로 구분되지는 않으며, 단지 양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B. 구별긍정설
46)Maurer, AllgVerwR, § 7 Rn 63; Hoppe, DVBl. 1974, S. 644.
47) 홍준형, 판례행정법, 1999, 352면.
48) Oldiges in Steiner, BesVerwR, 1995, Rn 44 ff.
49) Oldiges in Steiner, BesVerwR, 1995, Rn 46.
구별긍정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논거를 들고 있다: 우선 계획행정의 근거규범의 구조가 행정재량의 그것과 상이하다. 즉 행정재량이 조건과 결과구조의 법규범(wenn-dann-Schema)에 의해 구체적 사실과 결부되어 행정청에 주어진 행정결정의 여지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에, 계획재량은 추상적·복합적 계획목표들을 규정하는 목적과 수단구조를 지닌 법규범(Zweck- Mittel-Programm)의 적용상 그에 내재하는 행정의 형성의 自由(planerische Gestaltungsfreiheit)를 뜻한다. 계획법규범이 가지는 이같은 구조를 목적프로그램(Finalprogramm) 또는 목적-수단-정식(Zweck-Mittel-Schema)으로 표현하여, 행정재량을 부여하는 전통적인 법규범인 조건프로그램(Konditionalprogramm) 또는 가언명령정식(Wenn-Dann-Schema)과 대비시키기도 한다. 계획법규는 법률요건부분을 공백으로 하고 있으며, 단지 목적과 목적의 설정에 있어서 지켜야 할 행정의 기본원칙과 계획실현을 위한 필요한 수단 및 계획목표의 실현을 위한 절차에 관하여 규율하는 구조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계획법규범은 “이러한 경우에는 이렇게 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되어있지 아니하고, “행정청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수단들을 가진다”와 같이 단지 목적을 설정하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과 방법(Mittel und Methode)은 행정기관에게 일임하고 있다. 여기에서 법이 정한 요건이 충족된 연후에 있어서의 효과의 선택을 의미하는 행정재량과 계획재량과의 차이가 있다.
이러한 목적명제에는 조건명제에 있어서 발생하는 포섭(Subsumtion)의 과정이 예정되고 있지 않다. 또한 법률요건과 법률효과간의 구별이 말소되며 나아가 불확정법개념과 재량의 수권과의 구별도 의의를 잃는다. 계획재량이란 판단여지처럼 규범의 요건면에 존재하지도 않고 통상의 재량처럼 효과면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계획법규범의 목표들은 이질적이며 때로는 상반적이어서 목표 간의 충돌(Konflikt)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반행정재량의 근거규범은 행정결정의 권한의 일탈·남용이 없는 한 그 어떤 내용의 것이든 간에 등가치적(gleichwertig)인 것이라고 하는 입법자의 의사가 내재하는 것임에 반하여, 계획규범은 오히려 행정청이 철저한 자료수집과 합당한 잣대로 분석된 결과에 따라 최적의 수단을 강구하여야만 위법하게 되지 아니하는 규범이다. 따라서 계획재량에 대한 사법적 통제법리와 그 심리구조는 행정재량의 그것과는 상이한 엄격한 내용(계획의 정당성, 법률적합성 및 형량명령)을 이루고 있다.
C. 사견
※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법제처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재량과 계획재량이 질적으로 구별되는가의 문제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도 이에 대해서 어느 하나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 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제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왜냐하면, 양자는 서로 같은 면도 있고 다른 면도 공유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연 어느 정도의 차이를 양적인 차이라 보는가 아니면 질적인 차이로 보는가 하는 것에 있어서 그 구별기준의 설정이 우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행정재량과 계획재량 사이에 있는 구별요소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첫째, 계획재량은 하부목표의 설정과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의 선택에 있어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지만, 행정재량의 경우에는 행위의 요건부분에는 판단여지가 인정되고 그리고 행위효과부분에는 행정재량이 인정되는 점; 둘째, 계획재량을 근거지우는 법규범의 구조가 통상적으로 목표-수단 명제로 되어 있어서, 전통적인 행정재량의 조건-결과 명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 셋째로, 행정재량의 통제와 구별하여 계획재량의 사법적 통제에는 형량명령이 발전되어 있다는 점 등이 구별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차이를 질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물은 물이로되 개울물과 바닷물이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가 아니면 오목과 바둑이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가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본다.
Ⅵ. 결 론
재량의 본질론에 대해서 고찰해 보면서 재량의 문제를 여러 가지 면에서 살펴보게 되었다. 재량이란 행정작용에 있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재량이란 그 자체 양면성을 가지는 것이다. 재량이 많이 주어질수록 효율성,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 재량이 적을수록 업무처리의 통일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 재량에 대해서 그 광협의 문제나 남용의 문제 등과 관련하여 생각을 하면서 재량의 본질론은 결국 재량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방향으로 귀결되게 되었다. 재량이란 행정활동을 함에 있어서 마치 칼처럼 필요한 하나의 도구로서 작용한다고 보여진다. 도구는 결국 누가 그 도구를 활용하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므로 재량권의 본질의 문제는 재량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공무원의 역량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계획재량과 관련하여서는 각종의 계획의 수립처럼 특히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재량의 범위가 넓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보다 전문성이 있는 공무원이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재량론에 있어서는 이제 법규범에로의 집착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재량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재량행사과정을 투명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투명화 방안의 일환으로 공무원의 재량행사과정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기준들을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재량행사과정에 이해관계인이 절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공무원의 교육을 강화하고 공무원의 대우를 개선함으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재량권의 행사와 관련해서는 재량권 행사절차의 투명화, 재량권 행사기준의 상세화, 공무원에 대한 교육의 강화 및 공무원의 전문성 및 자긍심 함양이라는 커다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