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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발생한 살인사건도 해결한다- 미국 드라마 ‘콜드 케이스(Cold Case)’
  • 구분법으로 읽는 영화/소설(저자 : 홍승진)
  • 등록일 2010-05-11
  • 조회수 9,949
  • 담당 부서 대변인실
2010년 4월 27일, 일본의 중의원(하원)은 살인죄 등 중대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4월 14일 일본의 참의원(상원)을 먼저 통과한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중의원을 통과함으로써 1880년 일본에서 형사소송법의 전신인 치죄법(治罪法)을 제정하여 근대 사법제도와 현재와 유사한 공소시효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변경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① 살인, 강도살인죄 등 법정최고형이 사형인 12가지 범죄는 기존의 25년 공소시효를 폐지, ② 강간치사죄 등 최고형이 무기징역인 범죄는 종전 15년에서 30년으로 연장, ③ 상해치사죄 등 상한이 징역 20년인 범죄는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 ④ 자동차운전 과실치사죄 등의 공소시효는 5년에서 10년으로 각각 연장하였습니다. 이번 개정법률은 공포까지 보통 일주일 정도가 걸리는 관례를 깨고 법안 통과 직후 '특별 호외' 관보를 통해 공포된 뒤 즉시 시행되었습니다. 공소시효와 관련한 내용은 경과조치를 두어 과거에 발생했지만 아직 (구법에 따른)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건에도 적용되게 하였습니다. 이번에 서둘러 법률을 공포한 것은 지난 1995년 4월에 일어났던 일본의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의 노부부 살해사건의 공소시효가 4월 27일 자정에 성립된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살인죄 등 흉악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7년에 우리 국회는 법을 개정해 기존의 15년에서 25년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한 바 있지요. 그러나 다음과 같은 안타까운 풍경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4년 12월 충남 서천경찰서 장영현 경사는 김모(31)씨를 붙잡아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10년 전인 1994년 12월 서천군의 한 술집에서 여주인 강모(당시 43세)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었죠. 당시 현장에서 압수된 맥주병에 묻은 지문과 김씨의 지문이 일치하는데다 “강씨가 반말을 해 홧김에 발로 밟았는데 그만 죽었다”는 김씨의 진술까지 확보됐습니다. 10년 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살인사건이 한 경찰관의 끈질긴 추적으로 마침내 해결되고 범인은 정의의 심판을 받는 듯 했으나, 장 경사가 혼신의 힘을 들여 작성한 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됩니다. “김씨의 죄는 공소시효가 15년인 ‘살인’이 아니고 7년에 불과한 ‘상해치사’라 지난 2001년에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처벌할수 없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이유였죠.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고 김씨는 풀려났고,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장 경사는 갑자기 급성간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소시효제도의 맹점을 비웃는 인기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콜드 케이스(Cold Case)'란 작품이지요. 수사물과 법정드라마가 엄청나게 다양하게 제작되고, 또 인기를 끄는 곳이 미국입니다. 생각나는 것만 해도 종류가 무척 많네요. 1990년부터 시작해서 무려 20년동안 제작되고 있는 “Law and Order”, 이의 스핀오프인 “Law and Order: Special Victims Unit”(1999년부터 제작되어 현재 시즌 11), “Law and Order: Criminal Intent”(2001). 보스톤 지역이 배경인 The Practice(1997), Boston Legal(2007) 그리고 ‘프랙티스’와 쌍둥이 드라마인(좀 망가진 쌍둥이 드라마) Ally McBeal(1997) 시리즈도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과학수사대 시리즈인 CSI는 원래 라스베가스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뉴욕과 마이애미 시리즈가 곁가지를 쳐 나와 동시에 3개 시리즈가 제작·방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 해군수사대인 NCIS, 군 법무관의 이야기인 JAG(Judge Advocate General) 도 있고, 실종사건만을 다루는 FBI실종사건 수사대(Without a Trace), 주로 뼈만 남은 시체를 기초로 수사하는 법의학 수사드라마 Bones, 심지어는 부패한 경찰의 이야기인 The Shield 까지 그 소재와 종류는 무궁무진한 듯합니다. 웬만한 노력가지고는 이들 드라마를 전부 찾아보는 일을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요즘 국내의 모 TV방송사에서 일요일 늦은 밤에 더빙판으로 방영되는 “Cold Case”는 다른 드라마와는 차별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오래된 사건 ‘장기간 미해결 사건파일’을 의미하는 ‘cold case’만을 해결한다는 것이죠. 가까이는 몇 년 전 멀게는 30년전 심지어 어떤 에피소드는 1919년에 발생한 미국 여권운동가의 살인사건(80년전!)을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시즌4, 21화) 이러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살인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형사법제도 때문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우연히 이런 장기미제 사건을 담당하게 된 미모의 여자형사 릴리 러쉬(Kathryn Morris 분, 형사의 이름이 ‘rush’인 것도 제작자의 숨은 농간이 아닐지)는 사건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거나 이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사건을 다시 수면위로 꺼내어 그 때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범인을 추적합니다. 이 와중에 수십년전의 등장인물과 현재의 등장인물을 교차편집하면서 흘러간 시간의 무게를 보여주는데, 두명의 배우가 세월을 사이에 두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과거 30-40년전의 생활상과 복장, 문화코드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특히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배경으로 등장하는 미국의 역사에 대한 묘사가 한발 떨어져서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1920년대의 미국 여권운동, 1960년대의 흑인민권운동, 히피, 월남전 반대, 매카시즘, 2차대전의 상흔 등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미국 근현대사에서 반복되던 인종갈등, 사상의 갈등을 찾아볼 수 있어 단순한 수사물로 치부할 수는 없게 만듭니다. 심각한 눈을 떠나서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수십년전의 미국사회에서 유행하던 패션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에 빠진 관객도 많더군요. 또한 남성팬들은 주인공인 릴리 러쉬 형사의 ‘살인미소’에 사로잡힌 사례도 많습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내내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다양한 팝송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빙 크로스비, REO 스피드웨건, 존 레논, 컬쳐클럽, 신디 로퍼, 이니그마, 오아시스와 알리시야 카스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음악들은 긴 여운을 남깁니다. 2003년에 처음 방영되어 이제 시즌 7까지 제작되었지만, 제작사에서는 앞으로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 공중파에서는 이제 시즌1을 방영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한참 남았지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공소시효제도가 개정되어 이러한 장르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무엇보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과 유족들의 한이 해결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2010. 5. 1.)